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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한민국 농업은 괜찮은가

 

식량은 안보(安保)이고 농업은 더 이상 1차 산업이 아니다


김용만  대표 편집인




우리나라에서 전쟁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 대한민국은 대표적인 통상국가다. 에너지 대부분과 식량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전쟁이 발발하면 비축한 식량으론 두 달을 넘기기 힘들다. 우리 민족에게는 침략을 당한 수많은 역사가 있다. 그때는 거의 완전하게 에너지와 식량을 자급자족하고 있었다. 만약 지금과 같은 통상국가였다면 벌써 망했을 것이고 세계지도에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나라의 존속을 위해서라면 온전한 자급자족을 이루던지, 전쟁만큼은 막아야 한다.

무기가 강력해지면서 현대전(現代戰)은 속전속결이라고 한다. 군사력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으면 말할 것도 없다고 한다. 추측은 비껴간다. 현실 양상은 다르게 전개된다. 일대일 싸움이 아니라 국가들이 뒤섞인 ‘이전투구’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면에는 나라별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이합집산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가자 전쟁’은 생생한 사례다. 체급 차이로 보아 금방 끝날 것 같던 전쟁은 해를 바꾸면서 지속되었다. 일단 전쟁이 나면 예상과 달리 길어진다고 봐야 한다.

군사력을 키우는 이유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함 아니라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그동안 꾸준히 무기 체계를 고도화 하고 국산화했다. 우리나라는 2024년 글로벌파이어파워(Global Firepower, GFP) 지수에서 세계 5위의 군사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국가 안보에 어느 정도는 자신감을 내비칠 만하다. 하지만 안보가 튼튼해지려면 군사력이 다가 아니다. 안보를 위협하는 건 전쟁 이외 사이버테러, 금융위기, 기후 이상 변화, 물 부족, 에너지 부족, 식량 부족 등이 있다. 이 모두를 제대로 다룰 때 평화는 유지된다.

식량은 안보(安保)다. 국방비는 갈수록 늘고 있는데 식량 자급률은 계속 줄고 있다. 1990년대 70%에서 2021년 44.4%로 떨어졌다. 곡물 자급률은 20.9%이고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2027년까지 식량 자급률을 55.5%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자급률은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정부 계획이 실현 되고 있지 못한 이유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식량 생산업(業)인, 농업, 축산업, 어업 등이 위축되어 있다. 현상은 농업에서 특히 도드라진다. 대한민국 농업은 지금 괜찮은가.

농업은 전통적으로 1차 산업으로 분류되어 왔다.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6차 산업’이라는 개념이 대두되었다. 1차 산업과 가공, 제조인 2차 산업, 서비스, 유통, 관광인 3차 산업을 융합한 모델이다. 우리나라도 2010년 이후 이를 받아들여 관련 입법과 국가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농업의 지속가능 발전과 부가가치를 올리기 위한 목적이다. 농업은 더 이상 1차 산업이 아니다. 아쉬운 점은 농업의 질적 도약을 향한 움직임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방향을 못 잡고 있는 듯 보인다.

얼마 전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논란이 되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쌀 초과 생산량이 35%를 넘거나 쌀값이 평균대비 58%이상 하락하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자는 취지다. 이를 두고 농민과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회에서 올린 개정안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지경이다. 쟁점을 정리해 보자. 농민들의 주장은 쌀값 안정과 농가 소득을 보장하여 안정적인 농업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것이다. 정부는 의무매입이 재정 부담과 시장 왜곡을 가져오고 쌀 초과 생산을 부추긴다고 주장 한다.

이상하게 들린다. 곡물 자급률이 주요국 중 최하위인데 쌀이 과잉생산된다니 말이다. 쌀 소비가 줄어들어서 그렇다고 한다. 공급 대비 수요가 감소하는 셈이다. 쌀 소비 통계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있다. 농민들은 통계 해석 차이와 정부 정책 오류를 지적한다. 식생활 변화로 쌀이 밥상에 오르는 형태는 다양해졌다. 밥으로 단순 수치화하는 건 오류 가능성이 크다. 재고 증가는 일시적 현상일 수 있으며, 식량의 수요 공급은 국가의 전략적 판단과 전문적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다. 농민의 본분은 땀 흘리며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것이다.

정부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연 평균 1조원 이상 추가 재정 지출이 발생한다고 한다. 행정 편의주의 발언이다. 1조원은 큰돈이다. 재정 낭비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게 공무원의 역할이다. 세금으로 급여를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정안에 몽니를 부릴 게 아니라 밤을 새워서라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분야 전문가들 아닌가. 열심히 그저 일을 하는 농민들을 탓할게 아니다. 수요와 공급 문제라면 시장에만 맡길게 아니라 정부가 적극 관여해서 해결하는 게 순리다. 식량은 안보이고 중요한 무기다.

실탄, 포탄, 전차, 미사일 등 국방무기가 공급과잉된다고 시장이 알아서 할 거라고 뒤로 물러나 팔짱 끼는 일은 없다. 사실 그런 일은 좀체 발생하지 않는다. 국방 무기의 수요와 공급은 사전에 면밀하게 관리되고 통제되기 때문이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군인들을 생존 한계선 밑으로 밀어 넣는 정부는 없다. 농부는 식량 안보를 지키는 군인이다. 농부들이 원하는 건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계속 농사를 짓는 것이다. 정부는 부디 농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작아져만 가는 농업을 정상화시켜주길 바란다. 전쟁 없는 평화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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