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사설] 대한민국 숲은 괜찮은가

 

우리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산림녹화’의 기적을 이뤄 냈지만 지금 숲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김용만  대표 편집인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국가이고 산악국가다. 전체 국토 중 63.9%가 숲이다. 대륙 끝자락에 있어서 예로부터 특별한 지정학적 의미를 갖곤 했다. 대륙세력에게는 해양으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되고 해양세력에게는 대륙으로 진입하는 전초지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에서 한반도는 바람 잘 날이 없는 곳이었다. 동북아시아는 국제사회 주변부에서 주요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북아시아가 거점이 된다는 건 그만큼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도가 커진다는 말이다.

우리 숲의 소유구조는 특이하다.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산림 대부분은 중앙 또는 지방 정부 자산이다. 우리나라는 67.8%가 개인이 소유하는 사유림이다. 산림을 가지고 있는 산주(山主)는 220만 명이 넘는다. 산주 가운데 90%가 1ha 이하 산림을 보유하고 있는 ‘영세산주’다. 66%는 거주하지 않은 다른 지역에 산림을 가지고 있는 ‘부재중산주’다. 우리 산림의 이러한 현실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한다. 효율적이고 통합된 정부의 산림정책 추진이 쉽지 않다. 관리가 어렵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수지타산이 맞는 산림경영이 만만치 않다. 임업이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으로서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동안 대한민국은 ‘산림녹화’ 기적을 이룬 자부심으로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전쟁의 폐허에서 산림녹화를 성공한 경우가 유일했기에 그럴 만했다. 1973년부터 1987년까지 정부가 주도한 치산녹화 사업은 ‘K-산림정책’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300년이 넘는 산림 황폐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냈다. 치산녹화 사업기간 심은 나무는 100억 그루가 넘는다. 면적으로 보자면 219만ha로, 축구경기장 306만 개를 만들 수 있는 넓이다. 매해 14.6만ha를 녹색으로 만들었다. 사유림이 3분의 2를 넘는 상황에서 민간의 적극적 참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한민국 숲은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1987년 이후 산림예산은 20분의 1로 줄었다. 산림청 예산은 국가 총 예산의 0.4% 이하다. 한때 한 해 47만ha 이상 나무를 심었는데 최근 연 평균 조림 면적은 2만ha를 넘지 못한다. 2020년 기준 10~20년생 이하가 거의 없다. 숲이 늙어 가고 있다. 나이 들어가는 나무와 새로 심어진 나무 사이의 양적 불균형이 심각하다. 숲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는 건 산주들의 위기를 의미한다. 경제 부담으로 상속을 포기하는 산주가 늘고 있다. 숲이 버려지고 있다. 추세를 막을 뾰족한 방안은 딱히 없어 보인다.

지난 3월 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대한민국 산주대회’가 열렸다. 45년만이라고 한다. 전국에서 4000여 명의 산주가 모였다. 만사 제쳐 두고 서울 까지 올라온 산주들의 주장을 귀를 열고 들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숲이 지속가능하려면 산주들이 숲에서 경제적 보답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당연하다. 숲이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하지만 엄연히 사적 재산이다. 경제적 가치가 없다면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 재난에는 대개 조짐이 있기 마련이다. 이를 무시하면 파국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산주대회는 대책을 세우라는 ‘신호’라고 봐야 한다.

산림청은 부족한 예산이지만 관할 국유림을 잘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른 영역은 역부족이니 맡은 거라도 성실히 하면 되는 건가. 인간의 눈으로는 소유가 구분되지만 자연 생태계에서는 다 같은 숲이다. 한 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금방 망가진다. 그게 생태계의 본성이다. 등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산에 오르거나 숲에 들어 갈 때, 국유림인지 공유림인지 사유림인지 가리지 않는다. 산과 숲이 거기 있으니 가서 향유하는 것이다. 이렇게 가면 등산할 때마다 고액 입장료를 내야 할지도 모른다.

숲은 강우를 저장하고 서서히 방출함으로써 댐과 같은 역할을 한다. ‘녹색 댐’이다. 홍수 조절, 가뭄 완화, 수질 정화, 토사 유출 방지 등 우리가 아는 댐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환경부가 계획 중인 ‘기후 댐’ 14곳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간다. 이 예산은 ‘녹색 댐’에 투입되는 게 마땅하다. 효과가 더 크다. 그 보상은 토건업자 배를 불리는 게 아니라 산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목재와 임산물 이외 자본 시장에서의 ‘카본 크레딧(Carbon Credit)’도 적극적으로 검토 되어야 할 때다.

최근 발생한 경북 산불은 축구장 6만3245개 면적을 태우고 75명의 사상자를 냈다. 역대 최대 규모다. 그동안 폭염, 폭우, 태풍 등 다른 기후재난과 달리, 산불은 인간 실화로 잦은 발생을 한다는 점에서 기후변화와 직접 연관지어 연구되지 못했다. 그린피스가 카이스트 김형준 교수팀에 의뢰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후 이상이 우리나라에도 산불 위험 일수 증가, 위험 지역 확대, 규모 거대화에 관련 있음이 드러났다. 기후위기 앞에 우리는 갈수록 거대해지는 산불을 맞닥뜨릴 것이고 통제하기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숲은 하나다. 한반도 숲은 괜찮은가. 남쪽은 남쪽대로 위기에 빠져 있고 북쪽은 북쪽대로 황폐화가 급진전하고 있다. 북한의 산림 황폐화율은 40%에 육박한다. 해마다 10만ha이상 손실되고 있다. 동북아시아는 다가오는 새로운 국제질서인 ‘다극화체제’에서 중요한 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는 당연 동북아시아 거점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숲은 환경문제를 넘어 전략적 자산이 된다. 대한민국이 어떤 길을 가야 할지는 자명하다. 북한은 스스로 산림녹화를 할 수 없다. 우리가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사용할 때다.

시흥의 숲  사진 planet03 DB
시흥의 숲 사진 planet03 DB


Comments

Rated 0 out of 5 stars.
No ratings yet

Add a rating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유저 찾는중..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