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민국은 물 부족 국가다. 착각은 금물이다.
- sungmi park
- 3월 28일
- 3분 분량
통상국가인 우리나라는 에너지와 식량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식량 수입은 물을 수입하는 것과 같다.
김용만 대표 편집인
우리나라처럼 물 값과 전기료가 싼 곳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물 자원이 풍부하다고 쉽게 생각한다. 착각이다. 대한민국은 객관적 조건으로 봐도 전형적인 물 부족 국가다. UN이 분류하는 1인당 이용 가능한 수치로도 그렇다. 강수량의 지역, 계절 편차가 심해 물 손실률이 높고 하천 유량 변동성이 커 안정적인 수자원을 확보하기 어렵다. 우리가 감각이 둔해지는 건, 정부 보조 정책에서도 기인하지만 식량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데 더 큰 원인이 있다. 식량 생산에 들어가야 하는 물을 그만큼 덜 쓰기 때문이다. 물을 수입하는 것이다.
식량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자급률을 높이면 물은 더 부족해진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 하는 건 국가 안보의 주요 영역이 취약해짐을 의미한다. 역설처럼 보이지만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식량 자급률을 높이면서도 물 부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답을 찾으려면 효율적인 관리가 관건이다. 적재적소 적절한 시간에 분배하고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통신(IT) 능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본다. 예로부터 치수(治水)는 치국(治國)의 근간이었다.
얼핏 물의 총량을 늘리면 문제가 손 쉽게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버-보슈 공정’을 생각해 보자. 공기 중 질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대량의 암모니아를 얻는 방법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암모니아의 90% 이상이 이 방식을 따른다. 암모니아는 질소비료의 핵심 원료이다. 하버-보슈 공정 덕분에 암모니아를 원하는 만큼 얻게 되자 비료 생산에 혁명이 일어났고 식량 생산량은 파격적으로 늘었다. 급속도로 증가한 현재의 지구인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건 하버-보슈 공정 덕택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물로 돌아오면 불행하게도 상황은 달라진다. 물(H20)은 수소 2개와 산소 1개로 구성된다. 암모니아처럼 공기 중 산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물을 대량 생산하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비용도 따져 봐야겠지만 근본적인 어려움은 산소와 수소가 결합하면 폭발성이 너무 강해서 통제하기 극히 까다롭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물을 인위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은 요원해 보인다. 지구가 탄생한 이래 물의 총량은 변한 적이 없다. 지구 중력을 벗어날 힘이 없으니 줄어들지도 않았다. 있는 물을 잘 쓰는 것 외는 뾰족한 수가 없다.
있는 물도 모두 사용 가능한 게 아니다. 지구 전체 물 중 인류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건 0.01%에 불과하다. 호수, 강, 습지에 있는 물이다. 대기에 있는 수증기는 비로 내리지만 0.001%에 지나지 않다. 97.5%를 차지하는 바닷물은 고염분 때문에 안 되고, 빙하와 지하수는 접근이 힘들다. 푸른 별인 지구는 많은 물을 품고 있지만 활용하는 건 극히 일부분이다. 사람 몸의 70%는 물이고 물 없이는 1주일을 넘기지 못한다. 우리 목숨은 호수, 강, 습지에 달려 있다. 강과 습지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생태계 보전을 넘어서 우리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강과 습지가 병 들면 우리 생명이 위태롭다. 작년 7월 30일, 환경부는 ‘기후대응댐’을 건설하겠다고 후보지 14곳을 발표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홍수와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고, 산업 및 생활용수의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하지만 댐을 만들어 물을 저장해 수요와 공급을 관리하겠다는 건 전근대적인 발상이다. 전 세계의 최근 추세는 새로운 댐 건설을 지양하거니와 있는 댐도 철거하는 판국이다.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하면서 종합적인 관리를 한다. 사실 기후 이상으로 강수 패턴이 바뀌면 과거 계획으로 건설된 댐들은 무용지물이다.
4대강 주변에서 계속 보고 되고 있는 녹조현상은 생생한 사례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 되었던 한반도 대규모 하천 정비 사업이었다. 홍수 예방, 수자원 확보가 주된 목적이었다. 물길을 막은 댐과 보(洑)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지 우리는 지금 똑똑히 보고 있다. 댐 앞에 기후대응이라는 말을 붙인다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실수를 반복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게다가 댐 14개를 건설하려면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환경부 실무책임자들은 그 분야 인재들이다. 그들이 왜 이런 정책을 수립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물길을 가로막지 않고 흐르는 대로 놔두는 게 진일보한 현대적 치수(治水) 전략이다. 기후와 생태계를 반영하는 종합적인 조절과 관리가 핵심이다. 강도 그렇지만 지하수 난개발도 들여다 봐야 한다. 지역 특성에 따라 용수(用水)로 지하수를 쓸 수 있겠다. 문제는 생수(生水)용으로 지하수를 퍼 올리는 것이다. 생수를 찾으려 더 깊은 곳으로 파내려 간다. 많은 예산을 들여 음용수로 수돗물을 개발해 놓고 말이다. 생수를 담는 그 많은 플라스틱 페트병은 어찌하고, 지하수가 빠져 나가 허약해진 지반의 침몰은 또 어쩔 것인가.
과학, 기술과 정책이 어느 쪽으로 향해야 하는 지는 자명하다. 대기 중 수증기를 포집해 물을 만든다. 해수(海水)를 담수화해서 민물처럼 직접 사용하게 한다. 인공지능과 정보통신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수자원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비용과 예산은 이런 방향으로 투입되는 게 맞다. 기후로 포장한 댐을 건설해서 토건업자 배를 채워 주는 쪽이 아니라 말이다. 그럼에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강과 습지다. 가뜩이나 물 부족한 국가에서 강을 죽이는 건 나라를 죽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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