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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애틀 추장을 기억하자

 

김용만 대표 편집인

   

미국 워싱턴주에서 가장 큰 도시는 시애틀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스타벅스의 본사가 있고 수많은 유니콘 기업들이 성장하는 도시다. 그런데 ‘시애틀’은 어느 한 인디언 추장의 이름이었다. 1854년 미합중국 제14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피어스’는 인디언들에게 그들이 살고 있던 곳을 미국 정부에 팔 것을 제안했다. 이에 시애틀 추장이 이렇게 답한다.


“어떻게 공기를 사고판단 말인가.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대지에게 일어나는 일은 대지의 자식들에게도 일어난다. 사람이 삶의 거미줄을 짜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사람 역시 한 올의 거미줄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가 거미줄에 가하는 행동은 반드시 그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자신이 생태계의 일부임을 잊어버리게 된 것일까. 어쩌면 인간의 DNA에는 자연과 ‘공존’해야 한다는 인자가 새겨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인류의 역사와 진화의 선택을 들여다봐도, 주변 세계와의 단절이나 배척이 아니라 ‘공존’이 있었다. ‘공존’은 우리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본능적 선택이었다고 보인다.


이제야 인류는 ‘성장주의’를 반성하는 듯하다. ‘성장 완화’나 ‘탈성장’이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쓰는 이유일 것이다. 노출된 위기와 그 원인 분석에 따르면, ‘공존’을 버리고 ‘독점 성장’을 선택함으로서 발생한 문제라고 판단한다. 역사와 기술 개발, 성장에 대한 우리 인식을 뒤집어 봐야 할 때다. 인간이 자연을 소유하며, 자연을 공적이든 사적이든 자산으로 여기고 처분권을 가진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시애틀 추장의 연설이 오늘 나의 뇌를 흔드는 이유다.


인간의 시각에서 자연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무려 2천여 건이 넘는 기후, 생태 관련 법정 소송들이 있다. 나무와 동물이 인간의 법정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처음에 법원은 법률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기각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자연을 대리해 인간이 법정후견인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한다. 나아가 자연이 승소하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제주도는 지난 2023년 11월 13일 제주특별법 개정 기자회견에서,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생태법인’은 생태적 가치가 있는 동물이나 식물 등 생태계를 법적 권리 주체로 인정하는 ‘법인격’을 부여하겠다는 의미다. 만약 재두루미, 꼬리치레도롱뇽, 산양에게 법인격이 부여된다면, 해당 동물들은 법적 권리 주체로 인정받아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생태 후견인’을 통해 소송 등 법적 다툼도 할 수 있게 된다. 국내에서는 2025년 남방큰돌고래가 생태법인 1호로 지정될 예정이다. 인류가 이제 변하고 있다.

     

패러다임 시프트는 발상의 전환이다. 구조적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 낯설고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삶을 변혁한 과학혁명들도 이러한 과정을 밟으며 왔음을 기억하자.


180년 전, 시애틀 추장이 던진 메시지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우 강력하게 유효하다. 인류가 어떻게 지구 생태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를 가장 과학적 언어로 말해주고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가 어떻게 생태 시스템을 운영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정교한 매뉴얼을 제공하고 있다.


“짐승들이 없는 세상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모든 짐승들이 사라져 버린다면 인간은 영혼의 외로움으로 죽게 될 것이다. 짐승들에게 일어난 일은 인간들에게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만물은 서로 맺어져 있다.” 오늘 이 전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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