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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 보수주의와 영원한 전쟁

 

김용만 대표 편집인


우리는 70년 가까이 전쟁 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두 세대를 넘는 시간이다. 그래서 그런지 세계가 원래 평화로운 곳이라는 착각에 쉽게 빠진다. 하지만 이 지구가 그리 평화로운 세상은 아니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만 해도 남북한이 정전 상태이고 이렇게 많은 군인과 무기가 대치하고 있는 곳을 지구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한민족 오천년 역사에서 전쟁 없는 평화로운 70년은 유례가 없지만 전략적으로 신중하지 않으면 전쟁은 항상 곁에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지역을 공격한 지 일주일이 넘어서고 있다. 러우 전쟁은 한동안 지속될 모양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은 이스라엘과 이란으로 확전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180억 달러를 지원한다고 한다. 이란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무기들이 속속 들어가고 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의 속셈대로 미국이 참전하게 된다면 세계대전이 되는 건 시간 문제다.


전쟁은 지정학적 연결고리와 복잡한 이해관계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원인은 단순하다. 전쟁은 우연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필연도 아니다. 누군가 전쟁을 원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전쟁을 통해 이익을 얻은 집단이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아무도 이익을 얻지 못하는데 자연발생적이거나 또는 충동적으로 발발하는 전쟁은 없다. 실체적인 이익이 있고 그 이익에 기반한 설계가 있는 기획물이다.


러우 전쟁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중립화라는 당초 러시아의 요청을 서방측이 받아들였다면 쉽게 피할 수 있었다. 해결이 간단한 문제였다. 러시아는 전쟁 전에 이미 안정되어가고 있었다. 자국의 국경 보전에 관해 안심을 시켰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러시아가 선전포고가 아니라 ‘특수군사작전’이라고 했던 것도, 전쟁 발발 후 바로 푸틴과 젤렌스키가 휴전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것도 양국 모두 전쟁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은 전쟁이 일어나고 소모전으로 장기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이 나토(NATO)와 미국에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도 막을 수 있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벼랑 끝으로 봉쇄하지 않았다면 하마스도 반인륜적 인질 납치극까지 벌이진 않았을 것이다.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문다. 이스라엘 국민 대다수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어떤 전쟁이든 국민들은 원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죽어나가는 살육을 바라는 인간은 없다. 만약 전쟁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악마다. 아니면 전쟁 중에도 자신과 가족은 안전하다고 믿고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 집단이다. 비합리적이고 비도덕적이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극소수지만 말이다.


사회가 전체주의화되면 파시즘으로 경도되기 쉽다. 파시즘의 결말이 비극적인 세계대전이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전체주의는 일극체제의 특징이다. 다극체제에서는 견제와 균형이 유지된다. 냉전종식 후 30년 동안 세계는 ‘미국 일극체제’였다. 어찌 보면 소비에트연방 해체는 미국의 승리라고 보기 어렵다. 소비에트연방 스스로가 해체한 것이다. 고르바초프의 업적이다. 국가사회주의가 전체주의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러시아의 결단이었다. 이렇게 형성된 일극체제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전체주의의 득세를 놓치고 있는 듯하다.


전체주의 편향이 적나라하게 우선 드러나는 게 언론과 미디어다. 하나의 의견만이 중요하고 다른 의견들은 배제된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는 미국사회에 단일한 의견과 대오를 지향하는 ‘전체사회’ 거버넌스를 주문했다. 오마바는 재임 시절 리비아를 비롯한 총 6차례의 전쟁을 벌였다. 카멜라 해리스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투표 없이 대통령 후보가 되었으며 대부분의 주류 언론들은 이를 당연하게 보도하고 있다. 그야말로 일사분란하게 언론이 움직이고 있다.


냉전종식 후 30년 동안 미국 일극체제의 특징은 ‘끝없는 전쟁’이다. 미국사회는 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구조로 바뀌었다. 오바마가 이야기했던 ‘전체사회’로 말이다. 전체사회로의 지향은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설계자는 신 보수주의자 이른바 ‘네오콘’들이다. 국가의 미래가 선출직 지도자가 아닌 ‘싱크탱크’에게 맡겨져 있다. 국민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는 이들에게 중요한 이해는 국민이나 국가가 아니라 집단이다.


국가 경영과 전략 수립을 선출직 지도자가 아닌 싱크탱크들이 좌지우지하는 건 세계적 현상으로 보인다. 우리도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다. 8월 15일 어제 있었던 광복절 기념식은 둘로 쪼개졌다. 광복회를 비롯해 56개 독립운동단체가 꾸린 독립운동단체연합은 정부와 별도로 기념식을 가졌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등 역사 유관 단체장에 뉴라이트 의혹 인사들이 임명된 것에 대해 반발한 것이다. 비단 역사 유관 단체에만 국한되진 않을 것이다. 범위는 권력 곳곳일 것이다.


전쟁은 막대한 탄소를 배출한다. 서로를 죽이기 위해 발생시키는 탄소다. 먹고살기 위해 공장을 가동시키면서 발생하는 탄소가 아니다. 인류는 전쟁으로도 죽고 있고 전쟁이 유발하는 기후 이상 변화로도 죽고 있다. 전쟁도 기후위기도 항상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서유럽의 신좌파들은 기후위기에는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왜 전쟁은 끝내려고 하지 않는지 아이러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쟁에 반대하며 미국 유럽, 세계 각국에서 반전 시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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