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 대표 편집인
낡은 세계관을 버리고 새로운 세계관을 받아들이자
충칭 시는 난징, 우한과 함께 ‘중국 3대 화로’ 가운데 하나다. 3대 화로는 여름에 40도 넘는 혹서가 지속되는 지역을 말한다. 충칭 시에 지난 3일, 풍속 34.4m/s 중대형 태풍 급의 폭풍우를 동반한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났다. 사막의 도시 두바이에서는 지난 4월, 2년 치가 넘는 비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모두 인공강우가 내린 다음 벌어진 사건이었다. 당국은 인공강우와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석연치 않다.
물론 직접 관련 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후 현상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란 현재의 과학으로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상관관계로 설명하는 게 현실적인 접근일 테다. 인공강우 실험이 있기 전까지 충칭 시와 두바이에서 이런 종류의 기후 이상 현상은 발생한 적이 없었다. 조건은 그대로 인데 변수가 있었다면 현상에 대한 원인으로 볼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하다. 증명할 수 없다고 해서 가능성이 큰 원인을 무작정 무시하는 건 과학적인 태도가 아니다.
인공강우는 인공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일을 말한다. 구름씨앗, 즉 빙결 핵이 될 만한 화학물질을 대기 중에 살포한 다음 수증기를 응축시키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이 기술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거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을 줄이는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태국, 인도 등을 포함해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물 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국가들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개발 초기 단계에 있다.
1946년 미국이 인공강우를 처음으로 성공시킨 이후 많은 나라들이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주된 목적은 농업을 위한 가뭄 해소였다. 농사를 위해 기우제를 지내는 건 오래된 역사다. 인공강우도 처음엔 식량 확보가 목표였다. 추가로 대기오염 감소, 산불방지와 같은 과제가 생겼지만 여전히 주된 임무는 물 부족 해결이다. 하늘을 향해 요행을 바라는 기우제가 아니라 과학의 힘으로 기후를 조절하겠다는 인간의 야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기후는 비선형적 세계다. 비선형적 세계에서는 원인과 결과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작동 메카니즘에 너무 많은 변수가 있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진을 예방할 수 없는 것도 지구 내부가 비선형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구 생태계 전체가 비선형적이다. 어떤 생물종이 멸종했을 때 영향을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래서 진화를 통해 현존의 의미를 보여 주고 있는 생물종들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기후를 조절하겠다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니 인공강우는 ‘기후 조작’에 가깝다.
인공강우 효과는 국지적으로 나타나므로 주변국 기후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기에는 국경이 없고 기후의 비선형성을 고려한다면, 반복적인 인공강우 사용이 주변국의 기상패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현실적인 판단이다. 더욱이 인공강우 실험 역사에 비해 영향 분석 연구는 아주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자국 영토에서 자국의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니 타국은 간섭하지 말라하면 ‘국가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국가 간 투명한 정보 공유와 협력이 필요하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은 인공강우 강대국 사이에 있다. 지나칠 일이 아니다.
또한 인공강우 촉매제로 사용되는 '요오드화은'는 축적되어 환경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습도가 증가하여 토양에 과도한 수분이 쌓이면 생물들의 스트레스가 커져 생태계 교란이 생길 수 있다. 예기치 못한 홍수나 토양 침식도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정된 재원을 효과가 의심되는 곳에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공강우를 장기적으로 반복 사용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인공강우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생각을 다시 해야 한다.
아이작 뉴턴 이래 인류는 기계적 세계관을 맹신해 왔다. 자연에서 분리된 인간은 선형적 세계인 자연에 대해 모든 것을 파악했다고 자신했다. 원인과 결과로 이루어진 진리를 발견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주저 없는 발걸음이 만들어 낸 산업문명이 저물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지구는 비선형적이라는 것을. 지구에서 계속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선, 우리가 지구라는 비선형 세계에 대해 아직 알아야 할 게 많다는 겸손을 가져야 한다.
과학과 기술은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분명 중요한 무기다. 그렇다고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순 없다. 기술이 완전한 것도 아니다. 과학과 기술이 극에 달하면 당면한 지구의 위기를 정복하리라 생각하는 건 기계적 세계관의 유물이다. 자연과 지구는 기계가 아니다. 유기체라고 봐야 한다. 낡은 세계관을 버리고 시대에 맞는 세계관으로 재무장해야 할 때다.
Comentár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