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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인과 기후공약

최종 수정일: 3월 24일

 

대의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선거는 유권자가 자신의 정치적 대변자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선택을 제대로 해야 한다.


김용만 대표 편집인




한 나라의 대통령이 경고 차원에서 비상계엄을 하는 현실에 우리는 살고 있다. 황망하고 납득이 안 되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변이 없는 한 헌법재판소는 탄핵을 인용할 것이고 현직 대통령은 파면될 것이다. 그 후 60일 이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우리 헌정 사상 두 번째다. 이전과 다른 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격렬한 저항이다. 국정농단보다 훨씬 무거운 내란죄인데도 말이다. 우리나라가 중대한 전환점에 있다는 신호로 봐야겠다.


세상은 변하고 움직이기 마련이다. 지금 뭐가 크게 다를까 싶지만 질적 변화를 부인하기 어렵다. 혹자는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곪은 상처는 터지는 게 순리다. 곪았는데도 터지지 않는 게 역순(逆順)이다. 그런 면에서 작금의 정치 위기도, 기후위기도 순리로 보인다. 행동에 대가를 치르는 게 이치에 맞지 않을까 싶다. 강도의 차이가 있으나 변화에는 항상 저항이 있어 왔다. 저항이 크다는 건 변곡점이 그만큼 가까이 왔다는 의미다.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여야 정당과 잠룡들은 선거 준비에 돌입한 눈치다. 누가 되든 새로운 대통령은 5년마다 찾아오는 그저 그런 대통령은 아니다. 그의 어깨 위에 올려 진 짐의 무게와 헤쳐 가야 할 일을 가늠하면 말이다. 이번 대통령을 조선의 태종에 비유하는 농담도 항간에 돌아다닌다. 정치라는 게 인간 삶 전반을 어루만지는 일이지만 여기서는 대선 후보들이 유념해야 할 기후공약에 대해 생각해 보자.


앞서 말했듯이 현재 기후위기는 그간 우리의 그릇된 행동에 대한 대가이고 이제는 그 책임을 져야 할 때다. 책임지겠다고 선언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면밀하고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고 선거기간에는 공약으로 집약되어 나타난다. 기후공약은 차기정부 기후정책의 기본 지침이 될 것이니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후라는 말을 썼지만 여기에는 기후, 숲, 생태, 해양, 에너지 등을 망라한다.


기후 문제는 화석연료 사용을 어떻게 줄이고 종국에는 없앨 것이냐로 요약된다. 화석연료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기후 문제는 결국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 연착륙 문제로 귀결된다. 에너지 전환에는 과학기술 정책이 포함되고 국가 재원 투입 우선순위를 다루는 정치적 결정도 들어가 있다. 과정에서 산업구조 개편은 필수다. 산업구조가 바뀌게 되면 당사자에게는 억울한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에너지 전환이 이러한 희생을 외면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물론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생활 속의 일상적인 노력은 같이 가야 한다.


숲은 경치나 풍광만을 위한 단순 배경이 아니다. 숲은 나무, 토양, 물, 수많은 생물이 공존하며 나름 제 역할을 하는 중요한 생태계다. 목재, 땔감, 약초 등 전통적 가치를 넘어 새로운 가치가 조명되고 있다. 숲이 주는 정서적 위안은 현대인에게 의미가 커지고 있다. 최근 탄소를 저장하는 ‘그린카본’은 기후위기 시대, 그 중요성은 각별하다.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개인이 소유하는 사유림이 전체 67%에 달한다. 흔히 숲을 공유재로 생각하기 쉽지만 많은 숲은 누군가의 재산이다. 우리나라에는 산주(山主)가 220만이 넘는다. 우리 산림정책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사항이다. 3월 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대한민국 산주대회’가 최초로 열린다. 220만 산주들의 이야기를 경청해 볼 필요가 있겠다.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가이고 갯벌 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그럼에도 바다와 갯벌은 줄곧 홀대받아 왔다. 바다는 지구 표면적의 71%를 차지한다. 지구 전체 탄소량의 91%를 저장하고 있으며 매해 2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육지의 그린카본과 더불어 ‘블루카본’이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조류와 갯벌에 대한 블루카본 국제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올해 해조류와 갯벌의 블루카본 IPCC 국제인증 여부가 결정된다. 중앙정부 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다. 성공한다면 해양 생태 보전과 탄소배출권 등 그 혜택은 국가 전체에 미치기 때문이다.


생물종 다양성은 이기적으로 들리겠지만 인간을 위해 보호되어야 한다. 인간도 지구 생태계의 구성원이고 그 생태계가 건강해야 존속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자연 상태 생물 멸종은 순환이라고 봐야겠지만 인위적인 멸종은 자연스럽지 않다. 기후위기가 생태위기인 이유다. 도도한 생물 진화의 지혜를 배우고 모방하는 움직임은 중요하다. 벨기에 기업가이자 지속가능발전 전문가 군터 파울리의 ‘청색경제’와 국내 지식융합연구소 이인식 소장의 ‘청색기술’에 주목해 보는 건 의미가 크다. 우리가 찾는 해답을 자연은 이미 갖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우리나라가 살아남으려면 어찌 해야 하는지 답은 정해져 있다. 이러저러한 현실적인 이유로 애써 피하고 있을 뿐이다. 전 세계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세계사의 주역이 될 것인지 그저 그런 동북아 주변국이 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긴장과 고통은 살아있다는 증거다. 힘들다고 쉬운 결정을 하는 건 우매한 일이다. 우리 민족, 국민은 일시적으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현명한 길을 걸어 왔다. 이번에도 그 길을 걸어가리라 믿는다.


2024년 9월 7일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의 모습
2024년 9월 7일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의 모습. planet03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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