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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직관을 넘어 폭염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찾자

 

김용만 대표 편집인


우리는 폭염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 매해가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다. 인간이 버틸 수 있는 한계온도로 ‘습구온도’가 등장한다. 습구온도는 습도까지 반영한 온도를 말한다. 인간 신체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온도와 함께 습도도 중요하다. 습구온도가 34도를 넘어서면 위험하다고 한다. 폭염과 폭우가 빈발하는 요즘 여름 날씨는 한계온도에 취약하다. 비가 와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 날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여름은 원래 덥다. 유독 더운 해도 있고 조금 선선한 해도 있기 마련이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면 더위도 가신다. 모두 계절과 주기의 순환이니 유난 떨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평균기온 2도쯤 올라간다고 무슨 재앙까지 거론하는지 모르겠다. 조금 덥고 불편할 수 있겠지만 문명이 파괴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 좀 과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기후 이상 변화의 대중적 맹점은 원인과 결과가 직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상당수의 진리는 직관적이지 않다. 지구가 둥글다는 진리보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오류가 우리 직관에는 더 진실에 가깝다. 시각으로 80%이상의 정보를 처리하는 인간의 눈으로는 지구가 평평한 게 당연하다. 중력과 인력을 알지 못하고는 둥근 지구를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수많은 과학의 노력으로 둥근 지구는 진리가 되었다. 직관적이지 않은 진리가 과학을 통해 오류를 밀어내고 본연의 자리를 차지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기후 이상 변화도 같은 길을 걸어왔다.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인한 화석연료 사용이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했고 이에 따라 지구 평균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논리보다는 “기온은 긴 시간을 주기로 변동한다. 이는 자연의 섭리다.”는 논리가 우리 직관에는 더 진실에 가깝다. 하지만 과학은 ‘자연 서사’ 오류를 제거했다. 과학자들의 지난한 검증과 수많은 데이터는 보여 주고 있다. 인간의 개입으로 기온이 급상승하고 있고 이는 현실적인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이다.


기후 이상 변화에 따른 지구 가열화는 더 이상 과학의 담론이 아니다. 정치적이며 사회적인 담론이다. 과학은 진실을 밝혔지만 우리의 직관은 ‘위기의 시계“를 멈추고 되돌리는 활동에 여전히 장애가 되고 있다. ’기후 음모론‘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직관을 넘어서서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화석연료 기반 공장들과 석유, 정유회사들은 과학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실천의 의미로 화석연료기반 산업의 이데올로기가 되고 있는 세 가지 접근 오류를 살펴보자. 첫째, “당장 경제 발전을 중단할 수 없고 대처 할 수 있는 여유가 아직 있으니 차근차근 준비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2024년 올해 이미 기온상승 제한목표 1.5도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과학계의 중론이다.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은 수천 년에 달한다. 지금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춘다 해도 대기는 좀처럼 식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구가열화 시기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움직일 때는 지금이다.


둘째, “원인과 결과 그리고 상황도 알겠다. 그렇다면 인간이 어찌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최악을 대비하는 게 현명하다.”는 패배주의다. 기후위기의 폐해는 사회구조적으로 약자에게 집중된다. 사실상 ‘기후 불평등’을 현실로 받아들이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살아남을 자와 죽을 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존재는 지구 어디에도 없다.


셋째, “어차피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나마 지구가 건재할 테고 내가 죽은 다음의 일은 관여할 바가 아니다.”는 이기주의다. 일단 신과 사후세계를 신봉하는 사람은 논외로 하자. 원자 덩어리인 인간은 죽으면 다시 원자로 돌아간다. 그 자체로도 의미가 없지는 않겠지만 인간의 실존적 의미는 후손에게 남겨지는 기억이다. 그 후손들이 더 이상 지구에 없다면 내가 살아온 시간은 무의미한 것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지구 가열화가 가져온 폭염 세상에 살고 있다. 이 더위는 지구를 향해 날아든 소행성처럼 어쩌다 생긴 것이 아니다. 만들어졌고 계획된 것이다. 지구에는 인간만이 사는 게 아니다. 다양한 생물들과 같이 살고 있고 모두 연결되어 있다. 혹독한 더위의 짐을 인간만이 지고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생물들도 나름 그 짐을 견디고 있다. 희망을 버리지 말자. 살다 보면 올 여름이 가장 선선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지도는 1951-1980년을 기준 기간으로 해서 측정된 1880년부터 2023년 8월까지의 월별 기온 이상을 보여준다. NASA는 수만 개의 기상 관측소와 배 및 부표 기반 장비에서 수집한 해수면 온도 데이터를 사용해 GISTEMP이라는 온도 기록을 작성한다. 이 데이터는 전 세계의 기온 관측소 간의 거리와 도시 열섬 효과를 고려하여 분석된다. NASA는 2023년 여름에도 지구가 1880년 이후 기록된 가장 더운 여름이라고 밝혔다. 어김없이 2024년 최고의 기록인 것처럼. NASA의 고다드 우주연구소(GISS) 과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 기록적인 더위는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영향을 미쳤으며, 캐나다와 하와이에서는 치명적인 산불이 발생했고, 남미, 일본, 유럽, 미국에서는 폭염이 발생했으며, 이탈리아, 그리스, 중앙 유럽에서는 심각한 홍수를 초래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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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st
23.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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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경제성장과 편리함을 조금씩 포기하고 각 나라가 어느 정도의 인구감소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환경을 모든 것에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이상 회복불가능의 상태로 빠져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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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
하 하
23. Aug.
Mit 5 von 5 Sternen bewertet.

어쩌면 우린 지금의 최선의 선택이 미래의 최악의 선택이 될 걸 알면서도 살아가야 할 운명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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