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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파타고니아 유감

 

김용만 대표 편집인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다. 자본주의는 사적소유와 이윤창출이라는 두 축으로 발전해 왔다. 체제는 삶의 방식을 규정하는 약속된 질서다. 사고방식과 사회현상에 대한 인식도 체제가 지배한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그 변화의 주체는 인간이다. 체제의 질서에 의문을 던지고, 다른 사고방식과 인식의 틀을 가진 인간이 등장해야 한다. 


지구 위기 상황에서 자본주의의 기본 축인 ‘성장’을 멈추고 ‘지구’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삶의 방식을 바꾸자고 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물질적 토대인 자본주의 시스템 변화의 시작이다. ‘무한성장’이 아닌 선택적 ‘가치성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기업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다”라는 말에 지구인들이 호응하고 있다. 미국의 아웃도어 기업인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의 말이다. 주주는 주식회사의 주인이며, 주식회사의 이사회는 주주의 이익에 복무해야 한다. 회사의 이익은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파타고니아의 주주가 지구라는 것은 모든 이익은 주주인 지구에게 돌아가게 한다는 의미다.


파타고니아의 연간 매출은 10억달러이며 비상장기업로 기업의 가치는 30억달러로 평가되고 있다. 가난한 프랑스계 이민자 집안 출신의 이본 쉬나드는 파타고니아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파타고니아의 가치는 숫자보다 더 큰 시대적 가치를 가진다. 성장 중심의 기존 자본주의 체제에서 생태보전과 이윤창출은 공생할 수 없는 가치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파타고니아는 두 개의 가치가 병행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파타고니아는 기업 경영에서 높은 수준의 투명성을 유지한다. 공급망 관리, 제품의 생산과정, 회사의 환경영향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한다. 무엇보다 파타고니아의 소비자는 소비자가 아니다. 파트너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캠페인, 커뮤니티 이벤트는 파트너들을 위한 것이고, 이것은 팬덤으로 이어졌다.


이본 쉬나드의 거대한 시나리오는 ‘공적 소유 구조’로 완성되었다. 파타고니아의 무의결권 주식 98%는 환경 단체 ‘Holdfast Collective’에 있고, 의결권 주식 2%는 비영리법인 ‘Patagonia Purpose Trust’에 신탁 되어있다.


파타고니아는 주식회사이고 영리목적의 기업이다. 이익을 내지 않으면 생존 할 수 없다. 위기는 기업들의 숙명이다. 파타고니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른 것은  파타나고니아의 '위기 극복 방법론'이다. 파타고니아는 위기의 순간에 기업의 가치와 목적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파타고니아의 미션과 비전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소비자들은 기꺼이 파트너가 되어 주었고, 지금의 파타고니아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체제가 변하고 있음을 감지하자. 자본주의의 성장방식에 문제의식을 가진 인류가 등장했고 다수가 응답하고 있음을 인정하자. 파타고니아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에도 ‘가치소비’에 대한 움직임은 발견된다. 이것은 흐름이고 진보의 시그널이다. ‘파타고니아’에 열광하는 대한민국의 소비자가 늘고 있다. 그들은 ‘파타고니아’의 파트너들이다.


이제 사적소유와 공적소유는 시대변화의 키워드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파타고니아’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에게 이제 한국의 기업가가 응답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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