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반도 비핵화와 수소경제
- sungmi park
- 2월 21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3월 24일
동북아시아 에너지 전환의 핵심, 수소경제로의 막힌 혈이 뚫린다
김용만 대표 편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취임했다. 기후정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행적을 볼 때 전 세계 기후위기 대응이 쇠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항상 그렇듯이 위기는 기회를 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액면 그대로 볼 게 아니라 행간을 읽고 통찰을 찾아가는 것이 기회를 잡는 방법이다. 기후, 숲, 생태, 에너지 영역, 특히 수소 경제 분야에서 현명한 길을 모색해 보자.
에너지는 기후정책의 많은 것을 망라하는 중요 단어다. 인간 사회 갈등은 줄곧 에너지와 연관된다. 문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에너지 확보는 숙명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값싸고 효율성 높은 에너지원을 향한 인류의 갈증은 채워진 적이 없다. 화석연료가 최종 목적지라고 여겼지만 아니었다. 화석연료가 기후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생존 위협을 가져온 것을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대안인 재생에너지로의 길은 온전한가.
석탄,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와는 다르게 태양광, 풍력, 수력, 조력 등은 재생이 되는 에너지원이다. 자연 순환이 된다는 말이다. 지구가열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그러니 어렵겠지만 어떻게든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가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여 가면 ‘만사형통’일 듯하다. 하지만 문제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다른 난관은 만들어진 에너지를 어떻게 저장하고 분배할 것이냐다.
‘전기화(電氣化)’는 현대문명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전기가 발명된 이후 우리 문명은 전기 없이는 움직이지 못한다. 가정에서 산업에 이르기까지 전기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정보통신과 인류의 미래라고 하는 인공지능도 전기는 필수 요건이다. 전력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원래 에너지는 부족하지 않다. 자연 상태의 에너지를 제대로 끌어오지 못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말한다. 사하라 사막이 내재하고 있는 태양광과 풍력으로도 지금 세계의 전력 수요는 충족한다고 말이다. 다만 그 에너지를 가져올 방법이 녹록치 않다.
발전 못지않게 송전과 배전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송전과 배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을 줄이기 위한 기술적인 여러 시도들이 있다. 사용 비중을 늘려야 하는 재생에너지의 경우, 수요처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화석연료보다 더 많은 손실이 생긴다. 자연의 힘에 의존하기 때문에 발전량이 들쑥날쑥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심각한 문제다. 영토가 넓은 나라는 더 큰 문제다. 발전 장소와 수요처가 멀어질수록 전력 손실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매년 천문학적인 비용을 송전과 배전에 써야 하는 이유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물질이다. 그런 수소가 지구에서는 귀해진다. 수소가 물(H20)에 붙들려 있어서 수소를 얻으려면 전기분해 등 억지로 물에서 분리시켜야 한다. 굳이 물에서 수소를 분리시켜야 하냐고 이유를 물을 수 있다. 생활에서 여러 쓰임이 있겠지만 수소는 아주 유능한 에너지 저장 수단이다. 에너지 저장과 유통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수 있기에 세계는 일찍부터 수소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다. 계획대로라면 이동과정에서의 전력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점을 눈여겨 보고 많은 노력을 견지해 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만들어 국회를 통과, 수소경제를 위한 법체계를 마련했다. 수소연료전지차(FCEV) 보급대수는 3만7천대를 넘어 세계 1위다. 수소 관련 기술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금은 고비용 벽을 넘지 못해 주춤한 상태지만 조건이 익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때는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충분히 준비된 상태다.
수소경제가 활성화되려면 우선 수소를 만드는 비용이 줄어들어야 한다. 기술 발전과 필요 증대에 따라 비용은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다. 다행이다. 한동안 막혀 있던 에너지전환의 혁신은 수소에서 시작될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자타공인 놀라운 비즈니스 감각을 지닌 사람이다. 수소에 냉소적이고 수소경제에 회의적이었던 그의 태도가 최근 적극 검토로 바뀌었다. 상징적인 신호라 하겠다. 인류는 방향이 서면 항상 해결책을 찾아 왔다.
본격화되는 수소경제의 거점은 동북아시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동북아시아는 대한민국, 북한, 만주, 몽고, 러시아를 잇는 벨트를 말한다. 전 세계 최대 천연가스 매장량을 가진 러시아, 지하수와 지열이 풍부한 몽고, 길목인 만주, 다수의 젊은 인력을 보유한 북한, 세계 수준의 인프라 건설과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으로 형성되는 지역은 조만간 다가오는 수소경제의 핵심이 되기 충분하다. 한반도 비핵화와 긴밀한 남북 경제협력은 전제 조건이다.
올해 7월 일본 난카이 대지진을 예고하는 소란이 있고, 세계는 정치적으로 어수선하다. 우리나라도 몰상식한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국면으로 마찬가지다. 인류는 어떤 변곡점에 서 있는 듯하다. 70년 가까이 존속하던 미국 일국 패권이 저물고 있다. 다극 체제로 이동하는 조짐이라고 봐야겠다.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다극 체제로의 연착륙’이라는 숙제가 주어졌다. 이전과 다른 세상에서 동북아시아는 다른 역할을 부여받을 것이다. 그 중심에는 수소경제가 있다.

수소연료전지차(Fuel Cell Electric Vehicle, FCEV)는 수소에서 얻은 전기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삼는 자동차로, 흔히 수소전기차라고 부른다. BEV와 마찬가지로 전기 모터로 구동하며, 배기가스 대신 순수한 물만 배출한다. FCEV를 구성하는 핵심은 연료전지시스템이다. 연료전지는 산소와 수소 간의 전기화학 반응을 이용해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FCEV는 수소 연료를 충전하는 시간이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의 주유 시간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아 편의성이 높으며 궁극의 친환경차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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