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방출은 국제협약을 위반한 국제환경범죄다
김용만 대표 편집인
일본 도쿄전력은 지난 10월 17일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통상 열 번째 해양 방출을 개시했다. 2024년 들어 여섯 번째로, 11월 4일까지 약 7800톤을 방출한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방출은 해양 투기이며 그 자체로 1996년 런던협약 의정서를 위반한 국제환경범죄다. 그럼에도 국내 언론을 비롯해 우리 사회는 너무나 조용하다. 정부가 나서서 안전하다고 했으니 애써 믿는 눈치다. 정부는 안전 기준 아래로 관리되고 있으니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과연 그럴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이후 만 1년이 되는 하루 전날인 지난 8월 23일 대통령실은 입장 발표를 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괴담과 싸워 왔다. 지난 1년 동안 국내 해협과 공해 등에서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안전 기준을 벗어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야당의 황당한 괴담 선동이 아니었다면 쓰지 않았어도 될 예산 1조6000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니 괴담을 유포한 야당은 사과하라.”는 주장이다. 또한 “괴담으로 인해 국민의 공포감 증가와 국론 분열이 생겼고 그 피해는 어민과 수산업 종사자와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말하는 그 ‘괴담’이란 게 궁금했다.
삼중수소는 빗물이나 바닷물, 수돗물 등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것으로 그리 위험하지 않은데 괴담은 그 위험성을 과장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자연계 삼중수소 중 극히 일부만 지구가 탄생하면서 존재한 것이다. 현재 자연환경에 있는 삼중수소 대부분은 핵무기 보유국이 행한 대기권 핵실험의 잔존물이거나 핵발전소와 재처리공장에서 배출된 환경오염 물질이다. 자연계에 존재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는 건 정서적 접근이지 사실이 아니다. 그 자연계 자체가 인간에 의해 오염되어 있는 상태다.
환경 중에 방출해도 무한히 희석되어 가기에 농축이나 생물농축이 되지 않는데, 괴담은 이를 무시한다고 한다. 희석되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바다에 버렸으니 바닷물과 섞여서 희석되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방사능물질이 절로 사라지는 건 아니다. 총량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 희석된다는 건 방사능 물질이 인간을 만날 확률이 줄어든다는 의미일 뿐이다. 즉 내가 만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이지, 나 말고 누군가는 만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괜찮으니 상관없다는 이야기인가?
방출되는 오염수 내 방사능 물질은 삼중수소밖에 없는데 괴담은 이를 왜곡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지금 방출되는 오염수는 ‘삼중수소와 그 외 방사능 물질이 섞인 물’이다. 삼중수소만이 아니라 세슘이나 스트론튬이란 방사능 물질이 남아 있다. 일본정부도 이를 인정하지만 삼중수소 이외 다른 방사능 물질은 일본정부가 설정한 기준치 이하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이게 언론을 통해 퍼지면서 “삼중수소 이외 다른 방사능 물질은 없다”로 둔갑했다. 우리는 일본정부가 설정한 그 기준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
원전에서 나오는 해양배수는 전 세계적으로 하고 있는데 괴담은 이를 물고 늘어진다고 한다. 사고를 일으키지 않은 원자로를 ‘건전로’ 또는 ‘정상로’라 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처럼 사고가 난 원자로는 ‘사고로’라 한다. 세계 원전 중 ‘사고로’에서 해양 방출을 하는 원전은 후쿠시마 제1원전밖에 없다. 건전로에서도 핵연료에 접촉한 물은 절대 바다에 버리지 않는다. 핵연료에 접촉되지 않은 온배수만 바다나 하천에 흘려보낸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경우 원자로 3개가 붕괴돼 연료봉이 녹아내려 밑바닥에 붙어 있다. 인간이 가까이 가면 죽을 정도의 고선량 방사선을 낸다. 여기에 물을 부어 식혀 내고 다핵종제거설비(ALPS)라는 장치를 통과시킨 물을 지금 바다에 방출하고 있다.
안전 기준 이내로 관리하고 있어서 인체에 무해한데 괴담은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ALPS를 통과한 물은 수돗물 기준보다 낮기 때문에 마셔도 괜찮다고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주장한다. 이를 우리 정부도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오염수가 향하는 곳은 인간이 아니라 해양이다. 해양은 복잡한 생태계다. 인간에게 해롭지 않다고 해서 바다에 해롭지 않다고 하는 건 논리의 비약이다.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는 보통 생활의 범위 내에서 인간이 흡입해도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대기 중에 축적된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가져오고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일본정부는 ‘오염수’라는 말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듯하다. 자국 언론이 오염수 대신 ‘처리수’라는 단어를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어감을 고려하고 안정성을 피력하고자 하는 조치로 보인다. 일본 대형식품 유통업체 오이식스 후지타 가즈요시 회장의 사임 사건은 일본정부가 강박 수준임을 보여 준다. 자신의 엑스에 ‘처리수 아닌 오염수’라고 소신 발언을 했던 가즈요시 회장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일본정부가 표현하는 ‘처리수’라고 부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이식스 창업주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일반적이면서 더 나은 선택지를 두고 왜 굳이 해양 방출을 결정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해양 방출을 한다 해서 저장탱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방출되는 건 탱크 저장량의 33% 정도다. 나머지는 기준치 이상이라 탱크에 남아 있다. 여러 추측이 난무하지만 접어두자. 일본정부는 자국과 주변국을 위해서 더 나아가 지구를 위해 용단을 내려야 한다. 국제사회가 편의상 일부를 영해로 하고 나머지를 공해로 두는 건 바다가 인류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자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인류의 공유자산을 더 이상 훼손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말하는 원전 오염수 괴담에대해 제대로 따져 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