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사부터 세토우치 트리엔날레 2부로 시작한다. 1부는 다카마쓰항을 기준으로 동쪽 12개 섬을 다뤘고, 2부는 서쪽 5개 섬을 찾아간다. 그 첫 번째로 다카마스항에 가장 가까운 샤미지마의 역사와 문화, 예술 작품을 살폈고, 다카마쓰항과 우노항 주변의 예술 작품들도 더했다.
2025-03-06 제종길, 이응철, 고은정
제종길 13대 안산시장, 17대 국회의원, 해양학 박사
이응철 전 일본 국립사가대학교 교수, 농학박사·보건학 박사
고은정 전 수원시 디자인기획관, 도시공학박사
다카마쓰항을 기준으로 서쪽 다섯 섬들
샤미지마(沙弥島)를 시작으로 세토우치 트리엔날레(이하 예술제)가 열리는 12개 섬 가운데 서쪽 다섯 개 섬을 소개하고자 한다. 예술제 참여 작품 수와 방문객 수 그리고 시설 등 비중으로 볼 때 동쪽 일곱 개 섬이 압도적이어서 그런지 서쪽 다섯 개 섬을 소개할 때는 두 항―다카마쓰항과 우노항을 포함한다. 연재 첫 번째 글을 다시 보기 바란다. 두 항은 동과 서쪽 섬의 경계라고 할 만큼 동쪽 섬의 가장 가장자리에 있다. 그러니 서쪽 섬과 함께해도 할 말은 없다. 서쪽 섬들을 소개할 때는 다카마쓰항을 기준으로 가까운 곳부터 차례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장소인 샤미지마는 엄밀히 따지면 1965년 이후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매립으로 육지와 연결되어서 더 이상은 섬이 아니다. 하지만 예술제에서는 호칭을 쓸 때 계속 섬이라 하니 이 글에서도 그대로 이름에 섬을 붙인다. 숙소가 있는 다카마쓰에서 동쪽 섬들을 다닐 땐 항에서 배를 타면 바로 목적지 섬에 도달할 수 있었는데 샤미지마부터는 일차 이동 수단이 열차가 되었다. 이번 연재에서는 샤미지마에 있는 작품를 설명하고 나서 말미에 다카마쓰항과 우노항 근처에 분포하는 예술제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미술가와 지역 전문가의 대담
2022년 예술제 공식 안내 책자에는 미술가 ‘난조 요시다케(南条嘉毅)’와 지역 전문가 ‘하마모토 토시히로(濱本敏広)’가 샤미지마에서 ‘땅의 역사를 추적하며(土地の歷史を掘ゐ)’라는 주제로 대담한 내용을 실었다. 섬을 소개하는데 가장 잘 정리가 될 것 같아 대담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 정리했다.
"해안이나 농지에서 석기와 토기가 많이 출토되었으며, 파도에 마모되지 않은 수천 년 된 깨끗한 것도 나왔음. 코끼리 상아도 나와 오래된 지층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음. 해안에서는 파도가 거칠어질 때 유물들이 노출되었음. 사카이데(坂出)시의 시사에는 바닷물이 세토나이카이에 들어오기 전인 2만년 전의 역사도 기록되어 있음. 지금은 섬이지만 그 이전엔 전체가 육지였던 때도 있었음. 해안선이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였으니 지금 섬의 형태라는 것도 한순간의 모습임. 요즈음에는 해수면 상승을 일어나는 것을 주민들이 알고 있음. 화강암의 풍화 등으로 섬의 풍광이 지속해서 변하고 있음. 에도시대엔 봉화와 염전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 ‘아케시소우(アッケシ草 퉁퉁마디)’가 군락을 이루고 있음. 이 식물을 DNA 조사를 하니 한국에서 온 것으로 파악됨. ‘시오쿠쇼토(塩飽諸島)’는 세토나이카이에 있는 섬들로 오카야마현과 가가와현에 속한 크고 작은 28개의 섬(예술제 섬 중에 샤미지마를 비롯한 서쪽 섬들이 모두 포함됨)을 포괄하는 제도임. 조선과 해운에 전문 역량을 가진 주민들이 살았음."
퉁퉁마디는 아마 임진왜란 이후에 이곳의 선박들이 조선과 왕래하면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해 본다. 섬이 연육되기 전에는 육지에서 약 4km 떨어져 있었으며, 면적이 0.28㎢에 불과했다.
좁은 해역 위에 놓은 긴 다리, 세토대교
샤미지마의 앞 바다는 ‘비쇼세토노카이(備讚瀬戸の海)’, 즉 비쇼세토의 바다인데 세토나이카이에서 가장 좁은 해역을 말한다. 이곳에서 한 곳이 시코쿠에서 혼슈 연안까지 작은 여섯 대섬이 열지어 있었다. 이렇게 설명하면 누구나 ‘다리는 놓는다면 바로 이곳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1988년 개통한 '세토오하시(瀬戸大橋 세토대교)'가 바로 이들 섬 위로 건설되었다. 샤미지도는 이미 육지가 된 후였지만 시코쿠쪽으로 가장 가까운 곳이어서 종점이 되었다. 주변 매립지에서 바라보는 대교는 멋진 풍경이 되었으며, 일대에 기념 공원도 조성되고, 기념관과 미술관도 생겼다. 또 예술제에서는 2013년부터 작품을 설치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서쪽 해변인 ‘니시노하마(西ノ浜)’는 전국 100대 해수욕장 하나로 알려져 관광지로서 구색을 갖추게 되었다. 그래서 이 섬은 한때 한 해에 수백만이 오는 관광지가 되었다. 이젠 좀 줄었다지만. 지역에 주민들은 45세대에 85명인데 육지와 되어서 그런지 인구는 크게 준 것이 아니다.
소라고둥 같은 초록 동산의 편안함
사카이데역에 내려 샤미지마까지 버스로 이동했다. 이슬비가 내려 불편했지만, 촉촉한 대지와 생기 넘치는 녹음을 바라보니 느낌이 싱그러웠다. 마을 초입에 들어서자 소라고둥 같은 초록색 동산이 만들어져 있었다. 편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아이들 놀이터 같았다. 어른들에게도 자극을 주어 동심을 이끌어 내는 묘한 매력과 편안함이 있었다. 올라가 꼭대기에 서서 내려다보니 앞쪽에 포구가 보이고 작은 어선들이 여러 척 있어 평화롭기도 하고 작지만 포구를 남겨 둔 것이 주민들에겐 참 다행이라 싶었다. 굳이 고향을 떠나지 않아도 되고, 결코 버릴 수 없는 바닷일을 한 번씩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샤미지마에 있는 작품은 모두 네 곳에 있었지만 동산에서 제일 멀리 있는 곳(세토대교를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을 걸어서 먼저 가다 보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결국 마을 뒤편의 작품 둘을 포기하고, 작품의 소속은 다카마쓰(tk)이지만 지도상으로 사카이데시에서 인접해 보이는 ‘세토나이카이역사민속자료관(瀬戸内海歷史民俗資料館)’으로 향했다. 해안도로와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산중에 외롭게 서 있는 이 독특한 바다 세토나이카이의 해양문화 보고를 어렵사리 찾아갔다. 이곳을 누가 오겠는가? 그렇지만 정말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며 나의 선택에 크게 만족했다. 벌써 저녁노을이 지기 시작하고, 마지막 버스가 우릴 재촉하였다.




세토우치 지방에서 바다로 나가는 문
앞에서 잠시 언급을 했지만 우노항과 다카마쓰항은 서편이었는데 동편 섬들과 함께 보면 가장 서쪽으로 치우쳐있긴 하였다. 다카마쓰시에는 항구만이 아니라 시 전체에 작품이 분포해 있었다. 16곳이나 되었다. 이 도시가 시코쿠에서 가장 큰 도시인 것은 이미 소개가 되었고, 항의 여객 수송량은 연간 270만명으로 일본에서 네 번째 규모다. 가까운 곳에 역과 버스터미널이 있고 공항도 멀지 않아 섬 예술제 주관 도시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시내 야시마에 있는 ‘다카마쓰시 야시마산상 교류거점 시설 야시마루(やしま―ゐ)’(작품 tk22)와 다카마쓰항 주변 몇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곳에는 오시마 연재 때 소개한 ‘겐페이 갓센(源平合戰)’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그 전투가 일어난 현장으로 화가 ‘호시나 토요미(保科豊己)’가 길이 40m에 폭이 5m에 달하는 거작(tk23)인 ‘야시마에서의 한밤의 꿈(屋島での夜の夢)’이 있었다. 아쉽게도 입구 현판만을 보고 왔다. 그밖에는 기존의 건축물이거나 미술관 또는 박물관 등―‘가가와현 현립 뮤지엄’, ‘다카마쓰시 미술관’, ‘시코쿠무라(四国村) 뮤지엄’이 있었으며, 박물관들 중에 가까운 해양과 가장 관련 깊은 ‘세토나이카이역사민속자료관(Seto Inland Sea Folk History Museum)’을 방문하고 이곳에 대해서만 소개하려고 한다.










우노항, 옛 시절의 영화를 다시 꿈꾸며
한편 혼슈로부터 예술제 출입구라고 할 수 있는 오카야마현의 우노항(宇野港) 지역에도 10곳에 작품이 있었으며, 항 주변에만 여섯 작품이 있었다. 한때 조선, 철강, 소금산업이 번창했던 곳인데, 항 주변 상가에 그 옛시절을 재현해 놓은 게 재미있었다. 다시 지역이 살아나길 소원하는 프로젝트인 ‘우노코마치나카 프로젝트(宇野港街中ブロヅェクト)’에 다섯 작품이 있다. 또 하나는 이탈리아/오스트리아 작가인 ‘에스테르 스토커(Esther Stocker)’는 우노항으로 오는 철도 노선인 ‘JR우노미나토센(JR宇野みなと線)(un05)’를 제목으로 한 예술 프로젝트를 보여 주었다. 우노항은 나오시마와 그 이웃 섬의 접근성은 양호하나 항 주변 교통 시설이나 숙소 등에서 다카마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었다. 그대로 육지의 활기를 섬으로 불어 넣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지며 가보고 싶네요.^^
박물관도 예술 작품으로 분류한게 전략적으로 보이네요. 노란 기차 너무 귀여워요~
샤미지마는 그전에 소개해주신 섬들과는 또 다른 소박한 매력이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