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 영농형 태양광, 에너지 농사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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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8일
- 3분 분량
영농과 태양광은 병존할 수 있을까. '영농형 태양광 사업' 관련 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밭작물 중심을 넘어, 과수원과 어촌계 등 주민들에 의한 다양한 사례로 확산되기를, 그리고 '에너지 농사'의 미래로 나가기를 기대한다.
박진희 2025-2-27

박진희
로컬의 지속가능성 활동가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
초록누리 협동조합의 이사장 역임
한국농어민신문, [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연재
이제 곧 들녘은 밭을 갈고, 거름을 뿌릴 터
봄이 오고 있다. ‘아이고 추워’하고 여전히 말하지만 어느새 아침 해가 일찍 찾아오기 시작했다, 낮에도 제법 따뜻한 햇볕이 머물다 간다. 이제 곧 들녘은 밭을 갈고, 거름을 뿌리며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손길로 분주해질 터이다. 어느 논과 밭은 주인을 잃고 쉬고, 어느 논과 밭은 농사지을 새로운 사람을 기다리며 주인장의 애간장을 녹이겠지만, 봄은 봄이니 곧 들녘은 생동감으로 가득할 터이다. 이곳의 들녘은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논과 밭, 사과농원만 가득하지만 새롭고 낯선 풍경을 만나게 되는 일이 있다.
태양광 표고버섯 막사, 영농과 태양광은 병존할까
지금은 귀농한 지 십오 년이 지나 귀농했다는 사실도 잊고 지낸다. 하지만 귀농 후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몇 개의 장면이 있다. 그중 하나는 버섯재배지의 태양광이었다. 귀농하고 몇 해 지나 너희도 농사를 지으니 표고버섯 정도는 따먹어 보라며, 강원도에 사시는 시아버님께서 표고버섯 배지를 보내 주셨다, 그저 몇 개의 배지였는데, 자급자족해 보고, 괜찮으면 표고버섯 농사도 해 보면 어떨까 싶어 오가는 길에 표고버섯 막사를 만나면 길을 멈춰 보곤 했다. 어느 날 재 넘어가는 큰 고갯길에서 표고버섯 재배지를 마주쳤는데, 태양광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때는 ‘표고버섯을 키우면서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표고버섯 막사를 빙자한 태양광 설치물인데 싶은 광경이었다. 전력생산에 따른 이익을 중심으로 영농을 가장한 태양광 설치가 있던 탓에 의아한 풍경처럼 느껴졌던 풍경.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사실상 태양광 발전을 위해 표고버섯 막사를 내세운 것 아니냐는 뉴스들이 쏟아져 나왔다. 누군가는 제대로 버섯도 키우고 태양광도 설치했겠지만 그렇지 않은 막사도 있었으므로 영농과 태양광은 병존할 수 없는 것 같은 뉴스가 주를 이루었다. 우리는 나무 그늘 아래 표고버섯 배지를 두고 오며 가며 따먹었지만, 이내 곧 다른 농사일에 바빠져 표고버섯 키우는 일에 대한 재미를 잃었고, 태양광 표고버섯 막사도 기억에서 사라져갔다.

농촌 주민들에 의한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추진되길
그리고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날 때마다 여느 농촌처럼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무분별한 태양광 발전이 농토 훼손의 주범이 되고 있었다. 지역 에너지 자립의 욕구는 있지만, 농지는 훼손되고, 기후위기 앞에 친환경 에너지 요구는 높아지는 모순된 상황이 농촌에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영농과 태양광이 동시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면 좀 더 나은 상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농촌 주민들이 동의하고, 스스로 설계하며, 농지를 훼손하거나 경관을 해하지 않으면서도, 농산물을 고열로부터 보호하며, 농작물 재배와 전력 생산을 동시에 할 수 있고, 국가의 전력망과 연계되며, 농어촌 지역의 에너지 자립의 기본 구조가 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은 기후위기의 대안적 행동이 될 수 있다. 영농형 태양광과 관련하여 전남을 비롯해,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 영농형 태양광을 본격화하기 위한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 법안도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주민들을 위한, 주민에 의한 영농형 태양광 사업으로 추진된다면, 몇 년 안에 기존의 밭작물을 중심으로 한 일부 사례가 아닌 과수원, 어촌계 등 다양한 영농방식과 결합된 영농형 태양광 사례, 전국적 모범 사례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농업과 지역 에너지 자립의 공존, '에너지 농사'의 시대를 희망한다
지금까지 우리사회의 에너지 공급 모델은 지역 착취를 기반으로 해 왔다. 대도시와 산업생산집적지를 위한 화석연료 기반 전력 시설과 원자력 전력시설은 지방에서 구축되었고, 위험은 고스란히 지역이 감당해야 했다. 기후위기는 생태 환경, 인류의 생존에 대한 질문과 동시에 지역 에너지 자립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은 전력 생산에 따른 이익이 핵심이 아니다. 농업과 지역 에너지 자립의 공존이 핵심이다. 지역 자립형 에너지 구축과 동시에 영농이 이뤄지고, 이것이 기후위기의 선제적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지구를 위한 농사는 지속가능할 수 있다. 에너지 농사의 시대도 함께 열리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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