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토우치 트리엔날레를 찾다 ⑤ 멸치와 예술과 생활이 동화된 섬, 이부키지마
- hpiri2
-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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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7시간 전
2025-04-03 제종길, 이응철, 고은정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를 통해 알려진 작은 섬 이부키지마는 멸치 어업으로 유명하며, 섬 곳곳에서 멸치 문양을 볼 수 있다. 예술제 개최 이후 인구가 조금씩 늘고 있으며, 주민들은 섬의 가치를 인정받기를 바라고 있다.
제종길 13대 안산시장, 17대 국회의원, 해양학 박사
이응철 전 일본 국립사가대학교 교수, 농학박사·보건학 박사
고은정 전 수원시 디자인기획관, 도시공학박사
앞에 섬들과 너무 다른, 가장 서쪽에 있는 섬
생태학에서 지역이나 서식지를 구분하고 비교할 때 ‘군집 분석’이라는 것을 한다. 분석을 하는 방식을 ‘클러스트링(clustering)’이라고 하는데 유사한 속성으로 묶는 작업을 말한다. 예를 들면 서식지 간의 출현하는 종을 가지고 비슷한 것끼리 묶고, 다음으로 유사한 정도에 따라 덩어리 또는 군집을 만드는 데 현상을 해설하기 편하다.
독자들이 볼 때 이미 소개했던 11개 섬의 설명을 듣고 나서, 개성이 강한 섬들이지만 그래도 유사해 보이는 섬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글을 쓰면서 계속 눈여겨보았는데 서로 인접해 있고 섬의 크기도 큰 차이가 없는 메기지마와 오기지마가 가장 비슷해 보였다. 쇼도시마는 워낙 큰 섬이라 다른 섬과 일대일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쇼도시마의 행정구역에 속하는 데시마와 유사성을 언급할 만하다. 두 섬엔 올리브나무도 키우니 말이다. 그밖에 나오시마, 이누시마, 오시마는 서로 닮지 않아 보인다. 서쪽의 시와쿠제도의 세 섬, 혼지마, 아와시마, 타카미지마는 다른 듯해도 유사점이 있었다. 샤미지마는 매립되어 육지가 된 섬이라 아무래도 다르다. 그러니까 크게 동서로 두 집단으로 나뉘는데 가장 서쪽에 있는 이부키지마는 이 두 집단과도 확연히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 서론을 길게 했다.

쇼나이한도 서쪽, 멸치 바다
다른 섬들과는 크게 다른 이부키지마는 멸치섬이다. 섬의 홍보에도 멸치가 등장하고 주민들도 자신들의 섬에서 생산되는 멸치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섬 곳곳에 멸치 디자인이 가득하다. 멸치 섬 홍보는 ‘칸온지(観音寺)항’에서부터 시작이다. 섬은 항에서 서쪽으로 약 10㎞ 거리에 있다. 배를 기다리는 동안 항의 맛집에 걸린 멸치 간판과 사진을 찍고 멸치 우동 한 그릇하고 나서 돌아올 때 시간이 안 될 것 같으면 멸치 문양이 있는 기념품도 하나 사야 한다. 그래서 섬으로 가는 배를 타기 전부터 흥미진진했다. 반도 ‘쇼나이한도(荘内半島)’, 그 하나 차이로 ‘문어 바다’에서 ‘멸치 바다’로 바뀌었다. 지도에서 잘 보면 반도 왼쪽에는 너른 바다에 작은 섬, 이부키지마만 있다. 그러니 반도 서쪽의 시와쿠제도와는 환경이 완전히 달랐다. 그쪽 섬들보다는 더 어업에 집중할 수도 있고 경쟁도 적었으리라. 한창 때는 멸치뿐만이 아니었다. 도미의 산지로도 유명했는데 다 옛날 일이 되었다.

해안 절벽 위에 넓은 평지에 마을이 있다
섬은 아주 작은 화산섬이다. 면적은 1.09㎢, 둘레 길이는 5.5㎞에 불과하다. 문어잡이로 유명했던 타카미지마의 반도 안 된다. 그런데도 1956년에 인구가 4500여 명이었다니 놀랍다. 다 수입도 있고, 일거리가 그만큼 많았다는 이야기이다. 항에 내려서 마을 중심지로 가려면 비탈길을 올라가야 한다. 꽤 오르고 나면 넓은 평지가 나타난다. 섬 정상부가 평지니, 고원 같다. 해안 절벽 위의 큰 마을, 성을 지었어도 좋았을 지형이었다. 마을에 다가가면 집들이 많이 나타나고 학교와 박물관 등이 보이니 와글와글했을 때가 그려진다. 정말 이곳에 몇천 명이 살았나? 섬은 군화 모양인데 발목 부분에 집들이 몰려 있었고, 서쪽 전체가 경사면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항공 사진을 통해 내려다보니 섬의 남쪽과 북쪽 해안의 상당 부분이 항이었다. 이 또한 어업활동이 왕성했다는 증거다. 그 많은 사람을 수용하고도 땅이 남았든지 인구가 많았을 당시는 농업, 주로 밭농사와 어업을 겸했다고 한다. 이젠 농업은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사누키 우동이 멸칫국물 땜에 유명해졌지"
이부키지마는 칸온지시 이부키쵸에 속한다. 세토나이카이 전체 바다의 중간에 놓여 있다. 그러니 양 바다를 오갈 수 있는 좋은 위치라 어업 세력을 키워나갈 수 있었나 보다. 과거 어획고는 3분의 1은 주변 바다에서, 그리고 3분의 1은 오사카만 등 내해의 다른 바다에서, 나머지 3분의 1은 대한해협 등 먼바다에서 올렸다고 하니 대단했다. 현재 멸치어업은 주변 바다에서 잡아 뱃전에서 빠르게 삶고, 바로 섬으로 올려 약 20시간만에 말린다. 그렇게 해야 독성도 없고, 모양과 품질이 좋은 마른 멸치, ‘이리코(いりこ)’가 된다. 이 섬에선 멸치에 대한 주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여 "사누키 우동이 우리 멸칫국물 땜에 유명해졌지"라고 말한다. 2020년 최근까지는 15채의 ‘후릿그물망어업(パッチ網漁)’으로 조업하고 있다. 2011년 9월, 이부키어업협동조합에서 신청하여 「이부키이리코(伊吹いりこ)」가 특허청의 지역 단체 상표(지역 브랜드)에 등록되었다. 그런데 멸치 어획량은 예전만 못한다. 역시 자원이 급감하고 선박용 연료가 올라서 수익도 예전과 같지 않다고 한다. 물론 희망을 아직 접지 않고 있다.









과소화, 한계집락, 낙도
이부키지마가 다른 섬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인구밀도로 보면, 한창때를 기준으로 12개 섬 가운데 최고의 밀도였다. 인구수는 1960년대 심하게 감소했고, 이후에도 지속해서 줄어들었다. 2025년 현재 395명인데 최고 많을 때와 비교하면 약 9%에 불과하다. 그래도 5년 전보다는 72명이 늘어났으니 인구가 증가하는 드문 경우가 되었다. 그런데도 ‘카소카(過疎化, 과소화)가 진행되고 있다. 카소카는 인구가 감소하고 지역주민의 생활 수준이 저하되는 상태를 말한다. 과소화가 진행되면, 학교나 병원 등의 공공시설이 폐쇄되어 지역 경제가 쇠퇴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과소화의 원인으로는 대도시로의 인구 유출, 고령화, 농업이나 임업 등의 1차 산업의 쇠퇴 등을 든다. 이부키지마가 과소화와 고령화로 ‘겐카이 슈라쿠(限界集落, 한계집락)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계집락은 고령화와 과소화로 인구가 감소하여 사회적 공동생활 유지가 어려운 마을을 가리킨다. 보통 마을 인구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이부키지마가 한계집락이 된 지, 오래된 ‘리토(離島, 이도: 육지나 큰 섬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섬, 낙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칸온지시 전체의 고령화는 34%가량인데, 이부키지마는 50%를 넘은 지가 꽤 오래되었다. '과소화', '한계집락', '낙도' 세 용어는 세토우치에서 예술제를 하게 된 동기이기도 하고, 일본과 한국이 공동으로 겪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여서 좀 더 설명을 했다.




예술제 이후, 인구가 조금씩 늘고 있다
그러니 이부키지마에는 빈집이 가득하다. 어떤 거리에는 모두가 빈집이라고 하였다. 지금 약간의 인구 증가가 있어 새로운 기대를 품게 하는 전환기는 아닐까? 주민들은 섬에는 아직도 도시 지역에서 맛볼 수 없는 풍요로움이 있어, 그 가치를 인정받을 때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예술제 개최 이후 그러한 분위기는 더 고조 되었고, 2016년 예술제 이후 섬의 주부들이 모여 도시락을 준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인구 증가가 2015년 이후이니 예술제의 영향으로 보는 것은 조금 성급하지만, 많은 사람이 바라는 바다. 지역의 향토연구가인 ‘미요시 카네미츠(三好兼光)’가 2015년 경에 쓴 글 ‘이리코의 섬, 이부키섬의 현상과 과제(イリコの島 伊吹島の現状と課題)에서 문제점을 여럿 열거하고 문제 해결를 위해서 리더십을 발휘할 리더가 필요하다며, 인재 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섬에는 모두 7개의 작품이 있는데 다른 섬들과 비교하여 작품 수가 적은 편이다. 칸온지 시내에 있는 한 개를 포함하면 8개이다. 섬이 가진 독특한 매력에 주민들의 자부심이 큰데, 역량 있는 리더들이 나타나 인구회복과 더불어 지속가능하게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럼, 예술제가 인구를 늘게 한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맛은 그저 그랬으나 멸치햄버거는 히트 작품이었다. 이 작은 가게에서 이것저것을 사먹으며 제법 긴 시간을 보냈다. 사진_제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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