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섬, 나오시마와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는 주제가 다르고, 이 예술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알아본다
2024-11-14 제종길, 고은정, 이응철
제종길 13대 안산시장, 17대 국회의원, 해양학 박사
고은정 전 수원시 디자인기획관, 도시공학박사
이응철 전 일본 국립사가대학교 교수, 농학박사·보건학 박사
나오시마와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는 서로 다른 주제
건축가 김원은 그의 글 ‘죽기 전에 보고 싶은 예술의 섬’에서 “‘예술의 섬’은 나오시마를 처음 가 본 이래 품은 나의 오랜 꿈이다.”라고 했다. 한 번이라도 나오시마를 가본 사람이라면 같은 꿈을 꾸었으리라. 또 정준모 큐레이터는 이 섬에서 바라보이는 다카마쓰항 주변 빌딩 숲 실루엣을 보고 번잡하고 영혼이 없는 ‘이승’이라고 했다. 그럼 나오시마는 천국이라는 의미가 된다. 그러니 방문하고 돌아서면 아쉬움이 남아 또 가고 그래도 다 볼 수 없으니 다시 가는 곳이 나오시마가 되었다. 현대 미술을 추구하는 작가나 건축가 그리고 우리처럼 도시계획자 등 이 섬과 관련이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겐 꿈의 섬이 되었다. 이 놀라운 ‘아트 프로젝트’에 주요 주제가 나오시마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두 번째 방문에서 알아차렸다. 다른 한 주제는 ‘세토우치 트리엔날레(瀬戸内国際芸術祭, 이하 예술제)’이다. 한국 방문객들에겐 세토우치는 여전히 낯선 단어이다 보니 이해가 쉬운 섬 나오시마에 더 관심이 집중되었을 것이고, 가까운 곳에 서로 모여있는 보기 좋은 작품들이 많아 나오시마가 예술 여행지로는 최고인 까닭이다. 두 주제가 서로 깊은 연관이 있으나 동의어처럼 이해하거나 어느 하나가 다른 주제의 대표어 또는 대변하는 상징으로 보면 안 된다. 서로 잘 얽혀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별개의 주제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겐카이 슈라쿠’를 극복하려는 세토우치 예술제
우리는 나오시마보다 예술제에 조금 더 관심이 많다. 공저자 중에 도시에서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둘이고, 어촌 문화전문가 한 명이 있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린 ‘예술의 섬’을 보다 구체적으로 꿈꾸기 위한 테스크포스팀인 것처럼 학습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예술제의 미션은 ‘바다의 복권(복원 또는 재생이라 해도 좋으나 주최 측은 복권復權이라 썼다)’이다. 처음엔 7개 섬이었다가 2013년 두 번째부터 12개 섬에서 예술제가 펼쳐졌다. 예술제의 이름도 세토나이카이와 그 주변 지역을 일컫는 지역 이름인 ‘세토우치’를 썼다. 이 일대가 일본 최초이자 최대의 국립공원인 ‘세토나이카이 국립공원(瀬戸内海國立公園)’임을 기억할 필요도 있다. 이곳이 과도한 개발과 개발에 따른 환경오염으로 수질 악화와 수산자원 감소 등으로 몸살을 앓았고, 섬에 있던 산업체들이 경제성을 잃고 폐쇄되자 인구도 급감하고 노령화하면서 섬 공동체가 ‘겐카이 슈라쿠(限界集落, 우리나라의 인구 소멸 지역과 유사한 개념으로 인구의 50% 이상이 65세 이상으로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기가 한계에 가까워지는 마을)’이 되자 이를 극복하려는 하나의 대안으로 나온 것이 예술제로 보아도 된다.
예술제 순례로만 끝날까?
예술제의 역사를 더듬어보면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지만, 나오시마를 제외한 나머지 섬들은 상대적으로 가려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같은 시각으로 12개 섬을 바라다보려고 한다. 물론 현재의 나오시마는 예술의 천국이라 할 만하다. 우리가 본 언론 기사 중 가장 성실히 작성된 두 개의 기사 제목을 보자 ‘쇠퇴하던 섬 일본 나오시마, 예술로 채우자 세계 예술 성지가 됐다.’ 한국경제의 성지영(2024) 기자가 쓴 글에서 “1987년 시작된 ‘나오시마 프로젝트’가 모든 걸 바꾸었다. 근현대 거장들의 미술품들이 들어서며 전 세계 미술애호가들이 몰려왔다. ···· 이 섬을 찾는 관광객은 연평균 65만 명. ···· 관광이 살아나자 이주 인구도 늘었다.”라고 적었다. 다 맞는 이야기다. 나오시마의 성공이 모든 섬의 성공이 아니지만 ‘아트 프로젝트’의 성공을 대변하는 것이어서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다른 신문기사를 보자. “상처·폐허를 치유(못)하는 유토피아,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라는 신양희 기자가 쓴 경향신문 기사(2013)는 나오시마보다는 전체 섬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오시마를 중심으로 이 지역의 섬들은 일본의 산업화 과정에서 수탈의 과정을 겪었고, 또 그 쓰임이 다하는 순간 버려졌다는 사실은 이 섬들을 복원하고자 했던 의도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 그러므로 복원된 섬과 바다에서 펼쳐지는‘예술’은 (섬들의 과거를 완전히 애도하듯) 단정하며, 경건하다 못해 숭고하기까지 하다.”라며 단지 예술적 순례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약간의 불편한 시각이 있었다. 11년이 지난 현재에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성지이자 유토피아가 된 나오시마의 효과가 그 주변의 섬들로 어떻게 전이될지, 그리고 우린 앞으로 어떤 것을 볼 수 있을까 참으로 궁금하다.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를 만드는 사람들
예술제는 일본의 혼슈와 시코쿠를 사이에 있는 바다인 세토나이카이의 12개 섬에서 3년마다 봄, 여름, 가을에 개최되는 현대미술 예술제이다. 2022년 예술제의 집행위원회(Setouchi Triennale Executive Committee)의 위원장은 가가와현 현 지사이고, 명예 위원장은 전 지사두 명이며, 부위원장이 가가와현의 상공회의소 회장과 다카마쓰시 시장이니 얼핏 보면 정부 조직처럼 보인다. 하지만 운영책임자로 볼 수 있는 제네럴 프로듀서는 후쿠타케 재단 이사장인 후쿠다케 소이치로다. 후쿠다케 재단은 베네세 사가 출원한 민간 재단으로 이 축제의 재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민 협력체제로 운영되지만, 민간에 무게추가 와 있는 다소 독립적인 운영체제를 갖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많은 평론가와 예술가들의 평판도 좋고 관광산업에서도 큰 성공도 거두고 있다. 그리고 행사에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 예술감독인 제네럴 디렉터는 프람 키타가와(Fram Kitagawa)인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감독을 맡고 있다. 키타가와는 ‘에치고츠마리 아트 트리엔날레(ETAT, the Echigo-Tsumari Art Triennale)’의 창립자이다. 그러니 이 예술제는 유사한 이유로 2000년부터 니가타현 산골 농촌에서 개최되고 있는‘에치고쯔마리 아트 트리엔날레’의 바다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프리랜스 기고가인 제임스 심스(James Simms, 2022)가 쓴 글에서 후쿠다케 가족의 3대이자 재단 이사인 후쿠다케 히데아키가 한 말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우리는 가장자리에 서서 관점을 갖고 싶지만, 결국 매우 배타적일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호소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중적인 취향에 너무 많이 치중하다 보니 우리의 독특함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러한 균형이 중요하며, 이를 달성하려면 독립적인 재정 자원이 필요합니다.” 그는 곧 베네세 사와 후쿠다케 재단의 중심인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든든한 주도 기업이 있다는 점은 이 예술제가 갖는 최대의 이점이다. 이 재단은 700개 현대미술관의 멤버십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해당 분야 근현대 미술관 전문가들의 유일한 글로벌 네트워크인 CIMAM(International Committee for Museums and Collections of Modern Art)의 2000년 창립 때부터 후원자이다.
매번 100만 명이 찾는 예술제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라로 영향을 받은 2022년을 제외하고는 매번 약 100만 명에 가까운 방문객이 예술제를 찾았고, 수천억 엔의 경제적 효과를 냈다고 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으며, 천 명이 넘는 국제 자원봉사자가 예술제 진행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것은 예술제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미술 도시를 꿈꾸는 도시는 무수히 많다. 전 세계 곳곳에서 비엔날레나 큰 아트페어를 정기적으로 열고 도시의 미래를 가꾸어 가고 있다. 내년이면 6회째 예술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15년이 된 예술제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어떻게 변모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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