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세토우치 트리엔날레에 가자 ⑪ 주민과 예술가들의 힘으로 부활하는 테시마

 

테시마 예술섬 부활기, 작은 섬 테시마가 예술제와 주민들의 노력으로 '풍요로운 자연과 예술의 섬'으로 되살아나는 과정.


2025-1-16 제종길, 이응철, 고은정


제종길 13대 안산시장, 17대 국회의원, 해양학 박사

이응철  전 일본 국립사가대학교 교수, 농학박사·보건학 박사

고은정 전 수원시 디자인기획관, 도시공학박사

 

작은 울릉도 같은 섬, 테시마

나오시마를 두 번째 방문했을 때 시간을 조정하면 한 섬을 더 갈 수 있었다. 작은 섬, 이누지마를 선택했다. 물론 너무 좋았고, 선택에 대만족했었다. 당시에 테시마에 대한 정보가 충분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누지마가 못하다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테시마를 더 알았다면 갈등했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두 섬을 다 보고 난 현시점에서 이젠 테시마를 먼저 보라고 말하고 있다. 이건 순전히 미술관 때문이다.

테시마 지도인데 나오시마와 비교하기 위해 함께 볼 수 있게 했다. 지도에는 보이지 않지만 테시마는 행정구역으로는 오른쪽에 있는 가가현에서 제일 큰 섬인 쇼도지마의 한 초에 속한다.
테시마 지도인데 나오시마와 비교하기 위해 함께 볼 수 있게 했다. 지도에는 보이지 않지만 테시마는 행정구역으로는 오른쪽에 있는 가가현에서 제일 큰 섬인 쇼도지마의 한 초에 속한다.

2022년 10월 마지막 날 예술제 당일 투어 프로그램으로 이 섬을 가게 되었다. 테시마를 다가가면서 바라보니 작은 울릉도를 보는 것 같았다. 이 섬에는 항이 두 개가 있는데 동쪽 항인 카라토(唐櫃) 항에서 섬 중심에 있는 해발 340m의 산, ‘단야마(壇山)’가 가팔랐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서북쪽에 있는 항인 이에우라(家浦)부터 서쪽으로 경사가 완만하였다. 세토나이카이의 섬 중에서는 큰 산이라 높아 보였다. 산허리에서 솟아나는 샘물이 많이 나와 벼농사와 채소와 과일 재배가 잘 되었다. 아울러 낙농업과 테시마 돌 채굴 그리고 해운업 등으로 고대부터 주민들의 생활이 풍요로웠다. 지금은 올리브나무도 자란다. 물론 주변 수역에는 수산물도 다양하고 김 양식도 한다. 섬 주민 수는 약 900여명으로 나오시마의 3분의 1도 안 되지만 전체 면적은 더 크다. 나오시마와 가까우나 동쪽에 있는 큰 섬 쇼도지마의 도노쇼초(土庄町)에 속한다. 인구는 1995년 1,471명 이후 지속해서 감소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에 이주 인구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섬 남쪽 마을인 데시마코(豊島甲生)에서 본 단야마다. 서쪽과 남쪽은 동쪽과 비교하여 지형이 약간 평탄하다. 사진_제종길
섬 남쪽 마을인 데시마코(豊島甲生)에서 본 단야마다. 서쪽과 남쪽은 동쪽과 비교하여 지형이 약간 평탄하다. 사진_제종길
테시마미술관 전면으로 계단식 논과 세토나이카이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사진_제종길
테시마미술관 전면으로 계단식 논과 세토나이카이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사진_제종길

테시마미술관으로 가는 길

테시마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테시마미술관(豊島美術館)에 대한 기대가 충만하였다. 일본인 프로그램 가이드가 일본의 3대 미술관 중 하나라며 자랑하였다. 해 준 설명을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폐기물 쓰레기, 올리브나무, 미술관만큼은 기억 뚜렷이 남았다. 카라토 항에서 가파른 경사를 조금 오르니 계단식 논이 보이기 시작하였고, 그 중상부 도로 왼쪽 한 켠에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크고 작은 회백색 조개껍데기 두 개를 엎어 놓은 형상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콘크리트 구조물을 셀(shell)이라 했다. 작은 구릉 속에 자리를 잡았으니 온전한 모습을 보려면 하늘에서 보던가 한참 높은 곳으로 올라가 내려다보아야 했다. 그리 크지도 않아 도대체 저 안에 무엇이 있기에 가이드가 그렇게 자랑했을까? 내내 궁금하였다.

정면 중앙의 콘크리트 구조물(셀)은 카페겸 기념품점이다. 기념품점 왼쪽으로 난 길은 숲으로 들어가는 길로, 돌아 숲을 지나서 오른쪽 구조물(미술관)로 들어가게 된다. 어찌 보면 다 계산된 통로로 보인다. 숲을 지나면서 바다, 숲, 하늘, 생물을 만나고 나면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진_박진한
정면 중앙의 콘크리트 구조물(셀)은 카페겸 기념품점이다. 기념품점 왼쪽으로 난 길은 숲으로 들어가는 길로, 돌아 숲을 지나서 오른쪽 구조물(미술관)로 들어가게 된다. 어찌 보면 다 계산된 통로로 보인다. 숲을 지나면서 바다, 숲, 하늘, 생물을 만나고 나면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진_박진한
테시마미술관은 숲과 하늘과 생명들 그리고 물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건축가 니시자 류에(西沢立衛)는 1995년에 세지마 카즈요(妹島和世)와 함께 SANAA(Sejima and Nishizawa and Associates)라는 회사를 공동 설립했으며, 2010년에는 프리츠커상 등 권위있는 여러 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사진_제아라실
테시마미술관은 숲과 하늘과 생명들 그리고 물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건축가 니시자 류에(西沢立衛)는 1995년에 세지마 카즈요(妹島和世)와 함께 SANAA(Sejima and Nishizawa and Associates)라는 회사를 공동 설립했으며, 2010년에는 프리츠커상 등 권위있는 여러 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사진_제아라실

3대 미술관이라 하면서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金沢21世紀美術館)’을 들었고, 다른 한 곳은 동경에 있는 미술관이라는 했는데 정확히 어느 곳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내 마음속으로는 우에노 공원에 있는 ‘국립서양미술관(国立西洋美術館, the National Museum of Western Art)’일 거라 생각했다. 1959년에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가 건축한 기념비적인 건물과 소장품을 가진 미술관이다. 이들과 비교가 된다고? 이 작은 작고 납작하고 단순하게 생긴 콘크리트 구조물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미술관 주변 산책길을 한 바퀴 돌아야 입구가 나오는데, 걷는 동안 바다와 숲이 연출한 경관이 사람을 차분하게 만든다.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데, 실내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 그런데 전시물이 하나도 없고 지붕은 큰 원형 개방구 두 개가 하늘로 향해 열려 있었다. 폭이 40m에, 길이는 60m이고, 곡선 지붕인데 제일 높은 곳의 높이가 4.5m였다.

미술관 카페도 미술관과 같은 건축 재질이며 형태도 유사하고 자연채광이 되지만 막힌 구조여서 기능적으로는 완전히 다르다. 사진_제아라실
미술관 카페도 미술관과 같은 건축 재질이며 형태도 유사하고 자연채광이 되지만 막힌 구조여서 기능적으로는 완전히 다르다. 사진_제아라실

미술관과 주변 자연 전체가 한 작품

그런데 신기한 것은 여기저기 물이 솟아올라 뭉쳤다가 흩어지길 반복하면서 다시 이곳저곳의 작은 구멍을 밀려들어 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여러 곳에서 동시에 일어나는데 반복적이거나 일정한 간격을 가진 것도 아니고 물방울의 크기도 같은 것이 하나 없었다. 바닥은 그저 편평해 보였는데 미세한 경사가 있으니 물방울이 이동하는 것이리라. 공중에서는 불어가는 바람 소리가 들리고, 햇빛도 들고 났다. 까마귀 한 마리가 원형의 허공에서 날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이곳이 큰 감동을 주고 소름까지 돋게 했다. 어떤 이는 울고 있었다. 누워서 하늘 보았다. 하늘의 일부분이 내 가슴 속으로 쑥 들어왔다. 이게 뭐지?

‘메트릭스’의 작가, 나이토 레이

우리가 이 미술관을 이해하려면 작가와 건축가를 알아야 한다. 작가 ‘나이토 레이(内藤礼)’는 시각 예술가이자 조각가이다. 작가를 소개하는 글을 보자. “실, 리본, 천, 구슬, 유리, 풍선 등 섬세한 모티프를 빛, 공기, 바람, 물 등의 자연 요소와 결합해 주변과 상호작용하게 하는 공간 작업으로 유명하다.” 위에서 내가 보고 나름대로 설명한 현상은 미술관 안에 있는 그녀의 단 한 작품 ‘메트릭스(母型, 보케이)’이다. 건축가는 ‘니시자와 류에’다. 베네세 코퍼레이션(Benesse corporation)의 예술 프로젝트 개발의 일환으로 건립사업이 출발했다. 니시자와는 납작하고 둥근 콘크리트 구조를 제안했는데, 마침 물과 공기를 이용한 예술적 실험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던 나이토와 결합하게 되었다. 위키피디아에서 보면 나이토는 한 인터뷰에서 “건축, 예술작품, 자연은 서로 확산하고, 하나로 변해 구별할 수 없게 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비평가 ‘사와라기 노이(椹木野衣)’는 “섬의 생명을 유지하는 물 순환의 상호 작용 시스템, 즉 ‘샘물, 수로, 논, 증발, 대기, 비, 지하 여과, 샘물’을 전면에 내세워 테시마가 있는 장소의 '매트릭스'를 나타냈다.”라고 했다.

로컬푸드 식당과 낡고 삭아가는 집이 작품이 되다

예술제에 참여하는 작품은 2022년 예술제에선 예전 것까지 미술관 외 11개가 있었다. 미술관을 나와서 조금만 오르면 섬의 카라토오카 마을의 중심이 있고, 그곳에는 마을의 빈집을 개조한 주민들이 지역 산물로 음식을 만들어 파는 ‘시마키친 (島キッチン)’이 있다. 2010년 예술제의 예술작품 중 하나(te10)로 테시마에 세워진 이 로컬푸드 식당은 건축가 ‘아베 료(安部良)’가 설계했다. 수수한 고택에 생명을 불어넣고, 나무를 엮어 올려 마당 둘레를 그늘로 만들었다. 2021년에는 일본 건축 연구소 대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왼쪽 고택이 테시마 최고 식당인 '시마키친'이고, 마당의 평상 위로 가림막 지붕을 얹어 여름에도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_제종길
왼쪽 고택이 테시마 최고 식당인 '시마키친'이고, 마당의 평상 위로 가림막 지붕을 얹어 여름에도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_제종길
방문객들이 많은 때는 미리 도시락을 예약해야 식사를 할 수 있다. 식당에는 '카레정식'과 '시마정식'이 있다. 정식이나 도시락 모두 섬과 주변 해역에 생산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다. 사진_제종길
방문객들이 많은 때는 미리 도시락을 예약해야 식사를 할 수 있다. 식당에는 '카레정식'과 '시마정식'이 있다. 정식이나 도시락 모두 섬과 주변 해역에 생산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다. 사진_제종길

이미 앞의 연재에서 소개한 바닷가 철제 의자(te19)도 있고, 영상(te09)과 심장박동 소리(te15B)로 만들어 낸 작품과 오래되어서 낡고 삭아가는 집을 보여 주는 작품(te20)도 있었다. 마을 소멸의 생생한 현장을 보여 주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니시모토 키미코(西本喜美子) 사진 전시’(te18B)였다. 70세가 넘어 처음 촬영한 사진들을 모아 전시를 한 것인데 독특하고 활력이 넘치는 작가와 사진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도시에서 온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 같았다. 2022년 당시 90세인 마을 할머니가 작가였다.

'니시모토 키미코 사진 전시’(te18B)의 전시실 내부 전경이다. 사진의 구도가 독특하고 대상 인물들로부터 순수한 기쁨을 볼 수 있다. 사진_제종길
'니시모토 키미코 사진 전시’(te18B)의 전시실 내부 전경이다. 사진의 구도가 독특하고 대상 인물들로부터 순수한 기쁨을 볼 수 있다. 사진_제종길

25년간 산업폐기물 불법투기에 저항하다

세토나이카이의 풍요로운 섬으로 불렸던 테시마(豊島)도 환경오염의 홍역을 앓았다. 일명 ‘테시마 사건’으로 불리던 것으로 1978년 가가와현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한 업자가 산업폐기물처리장을 만들어 산업폐기물을 불법투기를 하면서 생긴 문제였다. 그래서 ‘쓰레기 섬’이란 불명예까지 안았다. 이후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주민들은 현청 앞에서 하는 시위는 물론이고, 도쿄로 상경하여 긴자 거리에서 항의행진도 하고 이해와 지원을 바라는 100여회 현 내 좌담회를 여는 등 치열한 ‘풀뿌리 저항 운동’을 허가가 예정될 때부터 시작하였다. 풀뿌리 운동의 결과 2000년 공해조정 회의에서 최종합의에 이르기까지 25년이나 걸렸다.

베네세 재단에서 하는 아트 프로젝트와 예술제 개최로 섬의 자연이 되살아나고, 2007년 미술관을 건립 계획이 추진되면서 황폐해졌던 계단식 논이 재생되었다. 미술관이 완공된 2010년 이후 ‘풍요로운 자연과 예술의 섬’으로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젠 방문객과 사람들의 이주도 늘어나고 있다.

댓글 3개

3 則留言

評等為 0(最高為 5 顆星)。
暫無評等

新增評等
訪客
1月17日
評等為 5(最高為 5 顆星)。

이번 글도 재밌네요!

얼음 덩어리 혹은 너른 바위같은 건축이라니!

자연스러운 건축이 마음에 들어옵니다

按讚

訪客
1月17日
評等為 5(最高為 5 顆星)。

테시마 섬을 가봤고 테시마 뮤지엄에서도 많은 감명을 받아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인데, 이번 글을 통해 몰랐던 디테일들까지 알게 되어 테시마가 더 좋아진 것 같아요

按讚

訪客
1月17日
評等為 5(最高為 5 顆星)。

다양성과 그것들의 조화가 느껴지네요.

按讚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추천 기사를
선별중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 아이디

유저 아이디

유저 아이디

유저 아이디

유저 아이디

유저 아이디

유저 아이디

​이 기사를 읽은 회원

​로그인한 유저들에게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로그인 후에 이용 가능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회원

유저 아이디

유저 아이디

유저 아이디

유저 아이디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유저별 AI 맞춤
기사 추천 서비스

로그인한 유저분들께만
제공되는 기능입니다.

​ㅇㅇㅇ

회원님을 위한 AI 추천 기사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loading.jpg

AI가 기사를 선별하는 중입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