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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권의 동아시아 종과 횡 | 일본 총리의 방북설과 남북 관계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북한 방문설이 돌고 있다. 키신저가 제안했던 한반도를 둘러싼 교차승인의 역사와 함께 이시바 총리의 우선 교섭 관점을 살펴보고, 우리의 '남북협력과 통일지향' 방향과 있을지 모를 '한반도에 두 개의 코리아' 방향에 대한 치열한 논의를 제안한다.

2025-3-13 송병권


송병권 상지대학교 교수는 2011년 일본 토쿄대학교 대학원에서 한미일 관계를 중심으로 한 지역주의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7년간 편사연구사로 일했고, 다음 7년간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와 한국사연구소, 연세대학교 근대한국학연구소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2020년에 상지대학교에 부임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근현대 동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지역주의, 지정학, 경제사, 정치사상, 국제관계사를 주로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현대 동아시아 지역주의: 한미일 관계를 중심으로』(2021), 『동아시아, 인식과 역사적 실재: 전시기에 대한 조명』(공편저, 2014), 『근대 한국의 소수와 외부, 정치성의 역사』(공저, 2017) 등이 있고, 번역서로 『일본 근대는 무엇인가』(공역, 2020), 『GHQ: 연합국 최고사령관 총사령부』(2011) 등이 있다.


 

북미 수교 전망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최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방북설을 다룬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드디어 일본 외교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인가? 북한은 이미 남한을 같은 민족이며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 속에서 바라보지 않고, 외국의 하나, 그중에서도 적대적인 외국의 하나이며, 바로 인접하기까지 한 국가라고 생각하기로 한 듯하다. 북한에게 우리는 더 이상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이라고 불리고 있다. 미국에서도 새로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가 아는 ‘거래’적 관점이 명확한 장삿꾼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에서 들려오는 미국의 이니셔티브의 내용을 보면 섬찟하기까지 하다. 이런 와중에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모종의 협상을 했을 것이며, 그 속에는 방북에 관한 것까지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였다. 미국은 아마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당위’보다 우위에 둘 가능성이 크다고 볼 때, 북미 수교에 대한 전망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7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나눴다.  사진_일본 수상관저 홈페이지
지난 2월 7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나눴다. 사진_일본 수상관저 홈페이지

이시바 총리의 방북설과 한반도를 둘러싼 교차승인


이에 대해서 일본에서는 이시바 총리의 방북 임박설에 대한 신빙성을 그다지 믿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에서 간간이 나온 이와 유사한 정보들이 실제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의심에 일조하기도 했으리라. 만약 이번에 나온 기사대로 이시바 총리의 방북이 이번 봄철에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현실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자명하다.

이시바 총리의 방북설에 주목한 이유는 사실 다른 곳에 있다. 바로 교차승인이라는 것과 관련이 있어서이다. 사실 교차승인이란 아이디어는 1975년 9월에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키신저가 유엔에서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과 한반도의 두 개의 정권이 교차승인함으로써 이 지역의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지정학적 구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구상은 여전히 실현되고 있지 않았는데, 한반도에 두 개의 국가라는 것을 상호 인정하는 데 부담을 느낀 남북 양측에서도 쉬게 선택하기 어려운 구상이기도 했을 것이다.


1992년 일본 방북사절단에 참가했던, 이시바


이윽고 글로벌 냉전이 종료되어 가던 노태우 정권기에 이르러서야 한국은 한반도를 둘러싼 두 개의 사회주의 강대국과 수교에 돌입하였다. 소련과는 1990년에, 중국과는 1992년에 국교를 수립하였다. 아마 북한도 자본주의 국가이자 한반도를 둘러싼 두 강대국인 미국, 일본과 국교를 수립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 시기 일본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1992년 일본에서는 카네마루 신(金丸信) 전 부총리가 이끄는 방북사절단에 관련한 외교문서가 최근에 공개되었다. 상당 부분이 검게 가려진 채 공개되었지만, 카네마루 방북사절단이 북한을 향해 출발할 때까지 북한의 대응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일본은 한국과 국교를 수립한 상태이므로, 일본과 국교를 수립하는 것은 ‘한반도의 분단을 고정화’시키는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일본은 해석했던 것처럼 보인다. 실제 북한을 방문하자 북한으로부터 조속한 교섭재개에 대한 의향을 들었던 것은 오히려 의외라고 파악할 정도였다. 바로 이 카네마루 방북사절단에 젊은 날의 이시바 시게루가 들어 있었으므로, 이시바 총리로서는 방북이 처음은 아닌 셈이 된다. 원래 농정 부문에 관심이 많았던 이시바가 안보 부문을 중시하게 된 데에는 방북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닛쵸기렌에도, 라치기렌에도 몸 담았던, 이시바


코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총리의 방북과 평양선언으로 북일 수교가 임박한 줄 알았으나, 일본인 납치문제로 일본 여론이 너무 경색된 나머지 수교 교섭은 진척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 국회의원들은 초당파적으로 두 개의 의원연맹을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하나는 북일국교정상화추진의원연맹 즉 닛쵸기렌(日朝国交正常化推進議員連盟, 日朝議連)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을 조기 구출하기 위해 행동하는 의원연맹 즉 라치기렌(北朝鮮に拉致された日本人を早期に救出するために行動する議員連盟, 拉致議連)이다. 작년초 키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 시절에도 닛쵸기렌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키시다 총리의 방북을 요청하는 결의를 채택한 적이 있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라치기렌을 기반으로 세력을 확장하여 권력을 장악하였던 것은 기억에 새롭다. 그런데 이시바 총리는 닛쵸기렌에도, 그리고 라치기렌에도 몸을 담고 있는 인물이다.

현재 이시바 내각에는 총리 이외에도 이와야 타케시(岩屋毅) 외무대신,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대신 등 주요 각료 포스트에 닛쵸기렌 소속 의원이 포진해 있다. 일본 내부에서도 일부 우익적 인사들이 닛쵸기렌 소속 의원들의 각료 진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시바 총리가 이번 봄에 방북한다고 해서 생뚱맞은 소식은 아닐지도 모른다.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해 납치 문제를 포함한 현안들을 다루자


이시바 총리가 평소에 보여준 북한에 대한 인식은 우선 상호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여 납치 문제를 포함한 현안들을 다루면서 신뢰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 배경을 보면, 이시바 총리는 한반도 분단 문제에 관련하여 일본도 일정 정도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지론은 사람들 사이에는 절교하고 떠나버려 안 보면 그만이지만, 국가 사이에는 영토라는 존재와 결부되어 있으므로 이사를 갈 수 없는 운명이므로, 오히려 한국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일 관계의 개선이 일본의 안보에도 중요하다는 이시바의 안보관은 북일 관계의 개선이 한일 관계를 더욱 정상적인 관계에 가깝게 만들어 준다는 인식과도 연결되어 있다.


선제타격론 유보라는 접근 방식, 납치 문제에도


이시바 총리는 북한의 기지 선제타격론에 대해서도 일정 정도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동발사장치를 보유한 북한의 미사일은 발사자오를 곧바로 특정 지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북한이 일본 공격에 착수했다는 확신을 반드시 가지기도 어렵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설령 이에 대한 타격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공격 목표를 프로그램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정보 협력이 필요하며, 또한 토마호크 같은 순항미사일의 속도가 느려 격추당할 위험조차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적기지 공격 능력’의 보유를 목표로 삼기 전에, 일본 외무성과 육해공 자위대 등의 전문가가 미국과 종합적 전략을 수립하는 것인 먼저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이런 접근방식은 납치 의혹 문제를 대응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북한의 주장대로 납치 피해자가 사망한 것인지, 납치 피해자 가족들의 주장처럼 생존해 있는 것인지를 국가 차원에서 교섭을 해야 하므로, 연락사무소 상호 설치가 필요한 것이다.


'남북협력과 통일지향'과 '두 개의 코리아 승인' 중 어느 방향이 이익일까


이미 유엔에 동시 가입을 한 남북한의 상황을 고려할 때, 키신저가 구상했던 교차승인은 북한과 미일의 수교만 충족되면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교차승인이 완성되면, 이것은 한반도에서 두 개의 코리아를 국내외적으로 승인한다는 것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우리 정부의 기본 원칙인 남북협력과 통일지향과 상호모순되는 측면이 더욱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미 남북의 유엔 동시가입으로 국제적으로는 두 개의 코리아가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였지만, 국내적으로는 여전히 하나의 코리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일본, 북한과 미국의 수교 이후의 한반도 미래에 관해서는 남북협력과 통일지향이라는 기존의 방향과 두 개의 코리아 승인이라는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방향, 이 두 가지 중에 무엇이 더 한반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이익일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시바 총리의 방북설은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주목해서 지켜 보아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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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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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이 요동치네요.. 관점을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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