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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권의 동아시아 종과 횡 | 탄핵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

 

한국의 탄핵 정국을 일본의 언론은 어떻께 볼까?  아사히 신문, 마이니치 신문, 토쿄 신문, 요미우리 신문, 산케이 신문의 사설을 살펴보았다.

2025-1-23 송병권


송병권 상지대학교 교수는 2011년 일본 토쿄대학교 대학원에서 한미일 관계를 중심으로 한 지역주의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7년간 편사연구사로 일했고, 다음 7년간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와 한국사연구소, 연세대학교 근대한국학연구소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2020년에 상지대학교에 부임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근현대 동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지역주의, 지정학, 경제사, 정치사상, 국제관계사를 주로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현대 동아시아 지역주의: 한미일 관계를 중심으로』(2021), 『동아시아, 인식과 역사적 실재: 전시기에 대한 조명』(공편저, 2014), 『근대 한국의 소수와 외부, 정치성의 역사』(공저, 2017) 등이 있고, 번역서로 『일본 근대는 무엇인가』(공역, 2020), 『GHQ: 연합국 최고사령관 총사령부』(2011) 등이 있다.


 

지겨운 입장 반복, 탄핵 정국의 해설들


비상계엄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탄핵을 당한 채, 헌법재판소 법정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싸고 한국 내에서 일어난 극심한 대립 양상은 세계 곳곳에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으로 비상계엄 시도를 무력화할 수 있는 튼튼한 민주주의가 시민사회에 정착했다는 평가와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을 법정에 세워 국격이 무너졌다는 부정적 평가가 공존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텔레비전 앞에 앉아 리모컨을 잡고 여러 레거시 미디어를 돌려 보면, 공정성이란 이름에 숨어 대부분 앵커 사이에 양쪽 정당 관련자 혹은 유경험자를 앉혀 놓고 자신의 당론에 맞춘 탄핵 정국 해설만 지겹도록 듣게 된다. 이런 보도 행태는 정치적 담론을 자극적으로 토로하는 유튜브 공간의 '순한 맛'에 불과하다는 생각까지도 든다.


일본 언론의 사설들은 어찌 보나


탄핵 정국 속에서 한국의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혹은 낯설게 보기 위해서, 내부의 시각이 아닌 외부의 시각에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옆 나라 일본에서는 과연 탄핵 정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사실은 좀 더 많은 심층 기획기사 같은 자료를 찾아보고 싶었으나, 한국과 다르게 일본의 미디어는 상당한 금액을 투자해야만 전체 기사에 접근할 수 있다는 고충이 있어서, 일단 인터넷으로도 열람이 가능한 주요 일간지 중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도 진보에 가까운 아사히 신문(朝日新聞), 마이니치 신문(毎日新聞), 토쿄 신문(東京新聞), 중도 보수에 가까운 요미우리 신문(読売新聞), 보수에 가까운 산케이 신문(産経新聞)의 사설을 살펴보았다.

가판대에 놓여 있는 일본 신문들. 사진_위키커먼즈, Corpse Reviver
가판대에 놓여 있는 일본 신문들. 사진_위키커먼즈, Corpse Reviver

아사히 신문, "권력의 폭주, 방지할 규명을"


아사히 신문(2025.1.16.자) 사설은 “권력의 폭주, 방지할 규명을(権力の暴走 防ぐ究明を)”이란 제목을 달고, 비상계엄 시도를 ‘폭거’로 규정했다. 이런 폭거의 재발 방지를 위해 진상 규명을 기대하면서, 동시에 ‘대통령 부재’가 가져올 내정과 외교에 심각한 영향을 우려하며, 여야당의 협조를 바란다고 사설을 실었다. 진상규명에 관해서는 ‘정치’의 영향에 구애받지 말고, ‘법’에 기초한 공정한 심리와 수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였다. 한국에서 역대 대통령이 불상사에 휘말렸던 배경으로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된 채, 여론과 괴리된 독선과 측근 정치에 빠지는 리스크가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더불어 이번 탄핵 사태를 두고 한국의 정치와 사회가 심각한 분단 상황을 가속화시킬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여당의 강경 자세에 부정적 견해가 적지 않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동아시아 국제정세 속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한미일에 대한 북한의 적대적 태도와 원-달러 환율의 급등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사령탑’의 부재 상태에서 여·야당이 당리당략을 배격하고, 대화를 통한 정치안정을 가져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이니치 신문, "윤 한국대통령을 체포, 혼란 수습으로 이어져야"


마이니치 신문(2025.1.16.자) 사설은 “윤 한국대통령을 체포, 혼란 수습으로 이어져야(尹・韓国大統領を逮捕 混乱の収拾につなげねば)”라는 제목으로, 전대미문의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는 것은 정치권의 책임이라며, 정치권이 사회 분단을 선동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조사에서 계엄령이라는 시대착오적인 행동의 배경을 해명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을 보였다. 사설에서는 한국 사회의 분단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런 사회 분단의 배경으로 한국의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둘러싼 뿌리 깊은 대립을 들며, 최근 20여년간 경제적 격차의 확대와 연동하여 사회 분단 상황이 극단적이고 심각한 상황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동아시아 국제정세 속에서, 핵미사일 개발에 분주한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며 러시아에 재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점, 중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위압적인 행위를 이어가고 있는 점 속에서, 동아시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한미일 연계가 불가결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에 새로운 변수로 트럼프 2기 정권의 발족으로 불투명성이 가중될 것이므로, 한국의 정치 혼란이 장기화되었을 때 일본에도 영향을 초래할 것을 우려했다. 한국의 여·야당이 절대적으로 회피해야 하는 것은 당리당략에 빠져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않는 것이고, 정치의 정상화를 여·야당 모두에게 주문하고 있다.


토쿄신문, "한국 대통령 체포, 대화와 화해의 실마리를 찾으라"


토쿄신문(2025.1.21.자)의 사설은 “한국 대통령 체포, 대화와 화해의 실마리를 찾으라(韓国大統領逮捕 対話と和解の糸口探れ)”라는 제목으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부지법 난입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파괴하는 행위라면 절대로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 시국은 대립을 선동하는 시기가 아니며, 시민도 여야당 지도자도 냉정을 되찾아, 대화와 화해의 실마리를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을 했다. 심각한 보수와 진보 진영의 대립을 풀기 위해서는 법에 기초한 엄정한 대응을 역설하면서도, 국회 다수파인 야당에게도 타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주문을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야당 지지율 하락에 대한 배경으로 야당의 강경 자세가 보수층을 결속시켰고, 일부의 야당 지지층마저 이탈하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민의가 바라는 바는 분단이 아닌 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동아시아 국제관계 속에서, 트럼프 2기 정권이 가져올 국제관계의 전환기에 주목했다. 우크라이나 참전으로 러시아와 군사적 관계를 강화한 북한, 군사 및 경제 동향이 불투명한 중국의 현 상황 속에서 동아시아 안전보장 정세는 불안정한 상태가 증폭될 것이라는 예상, 한국에서의 국내 분단 상황이 초래할 외교에 대한 영향이 일본에 미칠 것을 염려하면서, 한국 국내 사회가 분단에서 화해로 이어가기를 기대했다.


요미우리 신문, "한국 대통령 구속, 냉정한 논의로 사태 수습을 꾀하라"


요미우리 신문(2025.1.16.자)의 사설은 “한국 대통령 구속, 냉정한 논의로 사태 수습을 꾀하라(韓国大統領拘束 冷静な議論で事態収拾を図れ)”라는 제목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경호처와 수사당국이란 국가기관끼리의 대립 속에서, 심각한 충돌이 간신히 회피된 것은 불행중 다행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이런 탄핵 사태를 낳은 직접적 원인으로 대통령이 당돌하게도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국회 등에 군을 파견했던 것을 들었다. 이후 대통령 측과 수사당국 사이에 정반대의 논리가 전개되었고, 야당은 국무총리를 탄핵하면서까지 공세를 강화하지만, 오히려 야당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에 주목하면서, 야당에게도 혼란 증폭의 책임을 묻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아시아 국제정세에 관해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을 거론하며, 여·야당 모두 사법체계에 기초한 냉정한 논의를 통한 사태 수습을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케이 신문, "윤 대통령을 구속, 한국 정치의 혼란 수습을"


산케이 신문(2025.1.16.자)의 사설은 “윤 대통령을 구속, 한국 정치의 혼란 수습을(尹大統領を拘束 韓国は政治の混乱収拾を)”이란 제목으로, 직무 정지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과 수사가 병렬적으로 이뤄지는 사태를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계엄령 사태 이후 국정 마비에 가까운 상태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국민이라며, 무안국제공항의 항공기 사고에 대응할 국무총리, 경찰청장, 국방장관 등 정부 사령탑 대부분이 탄핵 혹은 체포 등으로 ‘공석’ 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에 주목했다. 탄핵 소추 등을 연발하며 행정의 기능 저하를 가져온 야당에 대해 비판했다. 특히 이재명 야당 대표의 수사 담당 검사를 탄핵소추안에 올린 점도 덧붙였다. 여·야당의 극심한 정쟁 속에서 대외적인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며, 핵전력을 강화하는 북한 등 ‘주변 전제국가’에 여지를 주지 않도록 현 대통령 직무대행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회재정부장관에게 혼란 수습을 주문했다.


산케이신문 칼럼, "한국에서 맹위를 떨치는 '윤플루엔자', 특효약은 자기암시적 낙관론?"


마지막으로 산케이신문 한국특파원 쿠로다 카츠히로씨는 산케이신문 칼럼 “한국에서 맹위를 떨치는 ‘윤플루엔자’, 특효약은 자기암시적 낙관론?(韓国で猛威を振るう「ユンフルエンザ」 特効薬は自己暗示的な楽観論?)(2025.1.18.자)한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윤플루엔자(윤석열+인플루엔자) 속에서도, “잘되겠죠”라며 자기암시적 낙관론을 펼친 어느 한국인의 일화를 소개했다.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경제를 발전시키고, 북한의 침략을 제어하면서, 문화 및 스포츠의 융성을 가져온 한국의 선진국으로서의 저력과 함께, 정치적 사건에 대한 정치적 재판의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역시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면서, 이것도 한국적 법치주의라고 비꼬았다.


사법 시스템의 판단 존중, 동아시아 국제정세를 우려하며 한국의 국내 사회적 분단 극복을 바라다


진보와 보수 사이의 진폭이 있지만, 일본의 언론에서는 탄핵 정국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시도에 대한 엄정한 법적 절차 즉, 정치논리에 따른 판단이 아닌 사법 시스템에 따른 판단에 따른 판단을 요구하는 점은 동일하였다. 동아시아 지정학적 차원에서 볼 때, 일본에게 한미일 연계는 긴요한 것이므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북한, 중국, 미국, 러시아 등 동아시아 국제정세의 불안정성을 고려할 때, 한국 국내의 사회적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정쟁이 아닌 정치의 복원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는 바른 것이다(政者正也)'라는 공자의 해석과, 정치적인 것의 개념을 '적과 동지 관계'로 규정한 칼 슈미트의 해석과 같이, 정치냐 정쟁이냐라는 문제는 고전적인 논쟁에 속한다. 하지만 바른 것을 전유하려는 모습과 동지가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태세가 아닌, 무엇이 바른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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