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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비티 | 시민정치 현장을 가다 | 생태운동 | 산과 자연의 친구 이혜숙

 

박성미 총괄 2024-03-05


이혜숙은 북한산 가까이에서 30년을 살았다. 산을 사랑하고 산에서 만나는 나무와 꽃을 사랑한다. 궁궐도 사랑한다. 숲해설가가 아니지만 누그든 어디든 숲이 있는 곳에서 사람들이 부르면 기꺼이 간다. 나무가 왜 여기서 자라고 있는지, 무슨 이름을 가지고 살았는지, 어떤 꽃을 피우고 어떤 잎을 내는지, 그리고 지금 여기서 살 만 한지 나무들과 대화하듯 한다.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을 만난 것은 30년 전인 1994년이다. 가족과 늘상 다니던 우이령을 정부가 포장도로로 만든다는 발표가 나고 반대하는 시민들이 '우이령 보전협의회' 만들었다. 그녀는 함께 했다.


일명 ‘소귀고개’로 알려져 있는 '우이령'은 북한산국립공원의 남쪽 삼각산(북한산)과 북쪽 도봉산을 이어주는 능선 연결부에 걸쳐 있다. 우이령길은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와 서울시 도봉구 우이동을 연결하는 작은 산길이었으나 6·25 전쟁 당시 미군 공병대가 작전용으로 비포장도로를 개설하면서 큰 길이 된다.



우이령길은 1968년에 발생한 1·21사태(일명 김신조 사건) 이후 1969년부터 군부대와 전투경찰대가 주둔하면서 민간의 출입이 금지되었다. 군과 경찰이 주둔하면서 막사와 훈련장을 건설해 훼손된 곳도 있으나 30년 이상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까닭에 북한산국립공원 내에서 생태적으로 가장 잘 보존되었다.



북한산 우이령길이 전면 개방된 2024년 3월 4일, 전면 개방에 반대하는 성명서을 낭독하는 이혜숙 planet03 DB


우이령길을 서울시 도봉구와 경기도 양주시는 왕복 2차선 도로로 확장하고 포장하는 공사를 계획했고, 실행 단계에 들어갈 상황이었다. 이 계획은 '우이령보존협의회'에 의해 백지화되었다. '우이령보존협의회'는 '산과자연의 친구, 우이령 사람들'로 발전했고 이혜숙은 30년 동안 함께하고 있다.


우이령길 사전 예약제 후퇴 성명서를 발표한 그녀는 우이령이 개발로 인해 훼손되는 현장을 일일이 설명했다. 사람이 보기 좋으려고 산에서 자리잡고 잘 자라던 나무를 베어버리고 외지에서 나무를 가져다 심는 것을 우려했다. 산의 주인은 나무인데 손님인 사람이 너무 함부로 한다는 것이다.


우이령에 단풍길 조성을 이유로 잘려나간 물오리나무. planet03 DB


그녀에게 매달 말일은 중요한 날이다. 동네의 '행복한 이야기'라는 카페에서 '행복한 불끄기'를 한다. 전기를 끄고 양초를 켜는 날이다. 전기를 만드는 데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작은 의미의 실천이다. 10년 넘게 해 오는 일이다. 최근 기후위기에 대한 외침이 나오기 한참 전에 그녀는 동네 주민들과 이미 무언가 실천하고 있었다. '행복한이야기' 카페는 도봉구청에서 운영하던 마을 북카페다. 아쉽게도 오는 6월에 문을 닫는다.


'숲1976' (시흥시 산현동)에서 숲과 나무를 설명하는 이혜숙 planet03 DB


그녀의 가방은 신기하다. 식당에서 밥을 남기는 사람이 있으면 제로웨이스트(폐기물이 전혀 발생되지 않는 것) 그릇을 꺼내 남은 밥을 담는다. 누룽지로 만들어 손자들에게 간식으로 준다고 한다. 그녀의 가방에는항상 에코백이 들어있다. 그녀의 에코백은 특별하다. 버려지는 우산에서 천만 분리해 만들었다. 손으로 바느질을 해서 만들었다. 원하는 사람들에게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외출할 때마다 가방에 들어가는 것들. 보온병, 작은 컵 , 먹고남은 음식 담아 올 작은 통, 손수건, 장바구니, 그리고 젓가락 사진 이혜숙


올해도 그녀의 일정은 빡빡하다. 30년 동안 해오던 '우이령길의 모니터링'도 매달 해야 하고, '행복한 불끄기'도 해야 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시흥숲 걷기'도 해야 한다. '우산으로 만드는 바느질 공방'도 준비 중이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그녀는 '궁궐 길라잡이'를 하기 위해 창경궁에 갈 것이다. 얼마전 20년동안 활동중인 '궁궐길라잡이' 활동방에 그녀가 올린 글이다.


"선생님들 집을 나서기 전에 개인컵이나 물통(텀블러?)을 챙기시면 어떨까요. 특히 오늘 창덕궁 현장교육에 오시는 선생님들은 꼭 챙겨오시면 따뜻한 차를 마시는데 종이컵을 쓰지않아도 되겠지요.

전에도 한 번 올린 적 있었는데 사랑방애서 일회용품 줄이기를 다시 한번 제안과 부탁을 드립니다.

우리가 조금만 불편하면 지구환경과 우리의 건강을 지킬 수 있지않을까요. 참고로 저의 손주들이 어린이집을 다니는데 두살 때부터 본인의 물통과 수저통 밥그릇을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닙니다.

지구환경이 파괴되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유적도 지켜낼 수 없습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포기한 환경은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 집안 어딘가에 잠자고 있는 텀블러와 에코백을 찾아 마실물을 담아 나오시면 됩니다. 그러면 페트병에 담긴 공짜물의 유혹에서 자유로와 지실거에요. 내가 마실물은 내가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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