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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정치 현장을 가다ㅣ자치회운동ㅣ배곧주민자치회 류호경 박경아 염은성

 

대담 류호경 박경아 염은성 박성미 황희정 기자 2024-03-06


하루 방문자 6만명의 힘


출생률이 줄어드는 요즘, 학교 수가 늘어나는 곳이 있다. 경기도 시흥시 배곧 신도시이다. 아이들이 갈 학교가 부족해서 학교를 늘려 달라는 요청이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의위원회에서 보내졌지만 네 번이나 탈락했다. 그러자 배곧 시민들이 몇 개월 동안 매번 평균 5,800건씩 교육부에 민원을 넣었다. 유치원 3곳이 허가가 났고, 고등학교 1곳의 설립이 추진되었다. 올해 3월에는 초등학교, 중학교 하나가 복합으로 생긴다.




아이들이 늘고 젊은 교육 도시인, 배곧에 34만5000볼트의 초고압선이 들어온다는 이슈가 떠올랐다. 지질 조사를 위한 기초 작업 장면을 우연히 발견한 주민이 지역 카페에 소식을 올렸다. 카페는 보통 하루 방문자 수가 6만에 육박한다. 시흥시청 앞에서 2021년 11월 집회를 시작하고 3년이 되었다. 배곧은 공익을 위해 주민들이 일사불란하게 뭉칠 수 있는 저력을 가진 동네이다. 3년을 끊임없이 사람들이 모여 집회도 하고 1인 시위도 했다. 한전에서 이번에 우회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시가 소송의 주체였다.


한전 특고압매설반대 시청앞 집회 사진제공 배곧1동 자치회


배곧 신도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자체에서 주도해서 개발했고 2015년 7월 입주했다. 입주 2년 후인 2017년 고압선 승인이 나서 자기들끼리 계획하다 3년 전에 주민에게 발견된 것이다. 주민들은 그때 바로 집회를 해서 시장에게 시민과 함께 서라고 말했다. "시장은 주민의 편에 서야 하는 주민의 대변자다. 주민이 뽑은 사람이고 여기서 모른 척하면 안 된다. 당신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이사 와서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사람이다. 그걸 지키라"라고 설득했다. 그때부터 시와 시장은 주민 편이 되어 주었다.



습지도 저어새도 사람도 지키는 일


8만 명이 사는 도시에 고압선이 깔리는 것도 문제지만, 배곧대교 설치로 인한 람사르 습지의 훼손도 문제였다. 공사 현장을 가보면 항상 땅을 팔 때마다 물이 나와서 언제 싱크홀이 생길지 몰랐다. 고압선 설치를 위해 습지 90m 정도를 뒤집어 엎었을 때의 악영향도 심각할 것이다. 이번에 안전검증위원회를 만들고 우회하겠다는 의사도 얻어냄으로써 저어새도, 습지도, 사람도 지키게 됐다.


한전 특고압선 매설반대 주민집회 사진제공 배곧1동 자치회


자연환경국민신탁 김재혁 박사는 "고압선은 지상화가 답이지 지하로 들어가면 안 된다. 아파트 밑으로 들어갈 뻔한 걸 주민들이 막아내서 놀랍다."라고 말한다. 환경운동가 한 명도 개입하지 않고 순전히 주민들이 이룬 성과였다.


어쨌든 주체는 주민이다


이제까지는 시작일 뿐이다. 정말로 우회 노선을 찾아 안전하게 공사할지를 지켜봐야 한다. 우회 노선이 최종적으로 확정되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다. 안전검증위원회 검증단이 총 15명으로 구성되는데, 시흥시에서 3명, 배곧에서 6명, 한전에서 6명이다. 한전은 6명 모두 전문가다. 주민 측도 전문가를 영입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지만, 어쨌든 주체는 주민이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배곧 신도시 주민들은 강성이다.


배곧2동 유관단체와 함께 따뜻한 마음 나눔 김장담기 사진제공 배곧2동 자치회


배곧은 단순한 플리마켓(벼룩시장)을 열어도 1만5000여명이 모인다. 홍보도 특별히 안한다. 플리마켓할 때 마켓만 하는 게 아니라 주변 상가들도 다 참여하게 한다. 이벤트도 무언가를 항상 낀다. 학부모들이 모여 음식을 팔아서 학교에 보낼 도서 기금을 모은다. 항상 기부와 나눔이 함께한다. 수익금도 기부한다. 지금껏 기부금이 1억원이 넘는다.


배곧은 마을교육특구이자, 8만6천 시민들의 도시


배곧 신도시에는 마을교육이 있다. 각 학교마다 여러 도시에서 아이들이 모이다 보니 학폭 문제가 심각했다. 학교 교사와 학부모가 연대했고, 마을교육을 열었다. 학부모, 학생, 교사들이 아예 담을 허물고 학교 개념을 마을 전체로 넓혔다.


배곧아이들리더십 캠프 시흥시 배곧마을 교육 자치회 제공


2023년에는 시흥시 전체가 '배곧이 마을교육특구'로 지정됐다. 서울대학교도 참여하고 배곧의 16개의 유치원, 초중고의 교육까지 마을 단위로 움직이고 있다. 주민을 대표해 일하는 임원들인 배곧 1동 주민자치회 회장 류호경, 배곧 2동 주민자치회 회장 박경아, 시흥시 청소년재단 이사 염은성은 각자의 생업이 있다. 그럼에도 마을 공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다. 그들에게는 사심이 없다. 배곧 주민들도 호응했다. 배곧 신도시는 8만6천명의 주민이 만들어가는 도시이다. 이 모든 일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다. 학교 조성도, 고압선 우회 설치 요구도 다 주민들이 해낸 일이다.



배곧2동주민자치 프로그램 참여 주민 발표회 후 기념 사진 사진 제공 배곧2동 주민자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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