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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30년 연속 대담 ① | 박영흥, 바다는 나의 생계다

 

이유경 기자 2024-08-11

2024년 8월 9일, 시화호 블루카본 포럼에서 ‘시화호 지킴이’ 감사패를 받았다. 아버지대부터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 왔고, 지금은 아들과 함께 승원호에서 바다낚시 체험을 도우며 살아가고 있다. 시화호를 지키면서 가장 많이 읽었던 책이 임꺽정이라고 한다. 그가 살아온 종적이 임꺽정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모든 투쟁은 생계와 이어져 있다


‘바다 사람에게 멱살을 잡히면 안 된다. 평생 그물을 잡고 끌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시작된 그의 일대기는 험한 욕설과 거친 문장으로 이루어졌다.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시화호 일대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투쟁한 것은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다. 그냥 다 같이 먹고 살려고 싸운 것뿐이다. 하루에 30kg은 거뜬히 잡았던 물고기와 어폐류를 어느 날부터는 잡을 수 없었다. 그물 10개로 먹고 살 수 있었던 날들이 사라지고 그물 20개를 쳐도 성에 차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바다에서 살아갈 수가 없다. 인간에게는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이다. 당시에도 지금도 시화호에 얽힌 이해관계가 너무 많다. 땅을 개발하는 것보다 간척을 하는 게 더 싸게 먹히고 더 많은 이익을 남긴다. 사격장을 만들겠다는 군부대와 싸웠는가 하면 개발과 투자를 위해 로비하는 수자원공사와도 끝없이 싸워 왔다. 나도 내 자식들도 내 이웃들도 모두 바다에서 살아가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상처받은 때도 많았다. 당연히 같은 편이 될 줄 알았던 가족과 친구들이 보상금 하나 때문에 나를 적으로 돌릴 때,



가장 마음이 아팠다. 그게 참 가슴에 맺혔지만 그래도 오래도록 바다에서 벌어 먹기 위해 포기하지 않았다.


시화호는 여전히 죽어가는 중


송도 신도시가 만들어진 이후로, 양식장에 적조 현상이 심각해졌다. 송도 신도시로 인해 신항만이 생기면서 물이 들어오는 통로가 이전보다 훨씬 좁아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바닷물이 나갔다 들어왔다 하면서 알아서 섞이고 자정이 되었으나, 이제는 물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시화호는 다시금 망가지고 있다. 바깥쪽은 더하다. 바닷물이 예전에 비해 30% 가량밖에 드나들지 못한다. 뱃사람으로서 말하는데, 갯벌과 바다에서 가장 귀한 흙이 난다. 일전에 전문가가 말하기로는, 그 흙을 복구하는 데만 5천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복구할 틈도 주지 않은 채 또다시 갯벌을 메꿔버린다. 오이도와 같이 조개구이로 유명한 지역에 가도, 이제는 9할이 수입산 조개이다. 동네에서 나는 조개는 고작 한두 가지 종류밖에 남지 않았다. 이전에는 분명 다 국산 조개를 썼는데도 말이다.


시화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바다의 죽음을 직면하다


시흥시나 언론에서는 시화호가 완전히 돌아왔다고 말한다. 철새가 몇 마리가 도래하고, 어종이 얼마나 늘어나고 그런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그곳에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이곳에서 먹고살기는 글렀다. 고기를 낚으려면 전보다 더 먼 바다까지 나가야 하고, 갯벌에서 조개를 캐봤자 솔직히 의심스럽다. 그 많은 오염 속에서 캐낸 조개를 어떻게 믿고 먹을 수 있는가? 어려운 이론과 통계를 보면 짜증이 난다. 그냥 살아보면 안다. 이곳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그리고 지금도 망가지고 있는지를 말이다. 치어를, 조개를 뭐 몇 만 마리를 풀어봤자 망가진 곳은 되살아나지 않는다. 몽골 초원에 까치를 만 마리 풀어둔다 해도, 집이 없고 사람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터를 먼저 살려야 한다.

지금도 환경운동연합과 같은 시민단체가 시화호를 위해 싸우고 있다. 특히 환경을 위해 갯벌을 보호하자고 말한다. 정말 그래야 한다. 갯벌은 어마무시한 수의 사람을 먹여 살린다. 우리 동네 노인 일자리 안에서도 한 30~40명이 갯벌에서 생계를 유지한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투쟁은 생계와 연관되어 있다. 언론이나 학술제에서 보여 주지 않는 죽어가는 시화호를 살려, 모두가 함께 먹고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세상은 변화해도 정책은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다. 여전히 개발과 투자이익이라는 이해관계로 인해 자연과 생태를 살리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은 이행되지 않는다. 땅을 사려면 평당 300만원이 든다고 했을 때, 갯벌을 사려면 30만원이면 된다. 마치 ‘당신들은 갯벌을 지키든가 싸우든가 해라, 우리는 갯벌을 개발해 돈을 벌겠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싸움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살아갈 힘을 키워야 한다


나는 이제 예전만큼 젊지 않고, 투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지도 거의 10년이 되어간다. 당시에 뜻을 함께하던 동지 중에는 이미 이승에 발 붙이지 않은 놈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깨어있는 정신으로 시화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참 다사다난한 인생이었다. 배신감에 속이 쓰리고 싸울 힘이 남지 않을 때마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술을 들이키고 ‘저놈들 참 나쁘다’라며 안주 대신 사람을 씹기도 했다. 그게 살아갈 힘이었다. 지금은 예전만큼 싸우지 않기에 술과 담배를 모두 끊고 음악과 책을 가까이 하며 살고 있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뭐 하나 이겼던 것이 있나 싶지만, 그래도 내 스스로에게 만큼은 이긴 인생이다. 혼자만의 생계를 위해서라면 도망을 가도 됐고, 그냥 보상금을 받아도 됐다. 그럼에도 쪽팔리고 싶지 않아서, 모두의 삶을 위해 애썼다. 지금은 아들과 함께 배를 탄다. 아들이 배의 키를 잡은 지 3년이 되었다. 한 2년만 더 가르치면 어엿한 뱃사람으로 독립시킬 수 있다. 이제는 좀 더 젊은 세대가 살아갈 힘을 키우며 싸움을 이어가길 바란다. 그래도 너무 용쓰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딱 그 만큼만 했으면 한다. 싸우다 머리가 아프면 술 마시고 친구와 이야기도 하고, 정 안 되면 뜀박질도 하면서, 다른 것보다 살아가기 위한 투쟁을 지속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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