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에서 환경운동가로 성장한 박은정 팀장에게 2025년은 새롭다. 전국의 생태 현장을 정신없이 뛰어 다닌 지 어느새 7년, 2025년에 새롭게 맡게 된 업무는 정책대응이다. 녹색연합 박은정 팀장에게 2025년 환경단체에 주어진 과제를 묻다.
2025-01-14 김사름 기자
방송인에서 환경운동가로
박은정 팀장은 방송국에서 8년 동안 일했다. 사회문제 특히, 언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많았던 터라 방송일을 하는 동안에도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항상 다른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고 8년쯤 하니 머문다는 생각이 들던 차였다. 우연히 녹색연합에서 활동가를 뽑는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환경에 대해 ‘자연을 파괴하는 개발 사업은 문제가 있지’, ‘일회용품은 되도록 쓰지 말아야지’ 정도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8년 그해, 쓰레기 대란과 기록적인 폭염은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몸으로 깨닫게 해 주던 시기였다. 환경을 위한 일이라면 텀블러 쓰고, 일회용 빨대 쓰지 않는 정도의 개인적 실천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환경단체에서 일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안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지원을 했는데 덜컥 합격을 했다. 벌써 7년 전 일이다. 환경활동가로서, 시민사회의 일원이라는 정체성이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된 것이 놀랍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다.
34년 동안 가장 먼저 현장을 찾고, 마지막까지 현장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환경단체다. 1991년 창립되어 34년 동안 대한민국의 자연을 지켜 왔다. 가장 먼저 현장을 찾고, 마지막까지 현장에 남아 있는다는 것이 녹색연합 활동가들의 미션이자 자부심이다. 대한민국의 주요 생태축인 백두대간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만들어 냈고, 보호지역에서 벌어지는 개발을 막아 내 야생동물과 그들의 서식지를 지켜 왔다. 평화와 생태는 나란히, 더불어 가야 한다는 기조 아래 DMZ 보전과 후방지역 지뢰 제거를 위한 활동, 미군기지 오염 대응에도 매진했다. 기후위기를 가속시키는 현장을 감시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쓰레기 없는 지구를 만들어, 자연과 사람이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2024년까지는 생물다양성 등 생태 보전에 대한 현장 활동을 중심으로 해 왔고 2025년부터는 정책 대응을 맡게 되었다. 잘해내고 싶다. 지금의 가장 큰 관심사는 '가리왕산 복원'이다. 보전과 개발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사회'와 '자연환경'이 갈등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례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에서 너무 많은 환경정책이 후퇴해
현 정부에서 너무 많은 환경정책이 후퇴했다. 지구 기온 상승 1.5도 목표에 따라 우리나라도 실효성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이뤄 내야 하는데, 전 지구적 위협, 국민의 환경권과 안전권에 직결되는 시급한 문제임에도 정부의 계획은 터무니없다. 신규 석탄발전사업 추진에,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 사업까지 국민의 의견은 아랑곳없이 착착 진행된다. 보전이 최우선인 보호지역에서의 개발 계획도 끊이지 않고, 신공항 건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허울로 만들어지는 기후댐 건설, 이미 실패한 사업인 4대강 사업까지 다시 끌어내고 있다. 국제플라스틱 협약 회의 당사국이며 주최국이기도 한 나라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은 커녕 1회용품 사용 저감 정책조차 후퇴시켰다.
윤석열 정권이 추진한 반 환경적 사업은 반드시 탄핵되어야
녹색연합은 지난 2024년 12월부터 매주 탄핵 집회에 참여해 녹색연합 깃발 아래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환경단체가 왜 탄핵 집회에 나서는지 궁금해 하기도 한다. 녹색연합 활동이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 모든 환경 문제는 정부 정책과 국회의 법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윤석열 정권이 추진한 반 환경적 사업 역시 반드시 탄핵되어야 한다. 후퇴해 온 환경 정책을 정상화하고,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정책과 법을 펼치도록 요구해야 한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환경 문제를 해결한 연대의식을 만들어 내야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이룰 수 있도록 활동해 온 환경단체는 혼란한 정국에서 더 선명하게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시민과 함께 환경 문제가 나의 문제이고 우리 모두의 과제임을 알려나가야 한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를 해결하기 위해 전 사회적 변화가 필요함을 알려야 한다. 광장에 수많은 사회적 문제가 쏟아지고 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과 환경 문제를 해결해 나갈 연대의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것이 2025년 새해를 맞은 환경운동 활동가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다.
언론사에 부는 기후위기 바람
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03의 창간 1주년을 정말 축하드린다. 환경은 워낙 마이너한 주제라 언론사에서도 메인 뉴스가 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변화도 있다. 가속화하는 기후위기로 인한 변화가 체감되기 시작하면서 언론사에는 기후변화팀이 꾸려지는 등 환경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2024년 기후위기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6322건의 뉴스가 검색(빅카인즈 기준)된다.
국제적 흐름에 뒤처져, 생물다양성의 주류화가 필요한 시점
국제적으로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의 위기는 한 몸으로 인식한다. 기후변화협약과 함께 생물다양성협약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생물다양성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2024년 기준 한 해 1609건의 뉴스가 나온다. 심지어 2024년은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린 해이다. 2024년 생물다양성협약이 들어간 기사는 91건에 불과하고 기후변화협약은 243건의 기사가 검색된다.
국제적 흐름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물다양성이라는 주제가 기후위기와 한 몸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의 주류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광장에서 시민들과 호흡하는 언론사로
생물다양성 주류화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주체 중 하나는 언론이다. 생물다양성의 중요성과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언론사가 늘어나고, 많은 기사가 발행된다면 시민들 역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기후 숲 생태 전문 미디어 플래닛03에 거는 기대감이다. 기후위기만큼이나 생물다양성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 주었으면 한다. 더 많은 시민들에게 와닿도록 생생한 현장과 구체적인 정책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뤄 주었으면 한다. 광장에서 시민들과 호흡하는 언론사로 폭력이 아닌 평화와 생명, 녹색 정치를 통한 새로운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는 미디어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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