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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섭 | '산림치유'로 인간성 상실 막을 수 있어

 

황희정 기자 2024-11-01

충북대학교 농업생명환경대학 산림학과 신원섭 교수 planet03 DB
충북대학교 농업생명환경대학 산림학과 신원섭 교수 planet03 DB

신원섭은 1959년생으로 충북대학교 임학 학사, 뉴브런즈윅대학교 대학원 임학 석사, 토론토 대학교 대학원 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충북대학교 농과대학 산림과학부 전임강사, 충북대학교 농과대학 산림과학부 조교수로 있다가 1996년~1997년 미국 아이다호대학교 방문교수로 연구했다. 1998년~2000년 충북대학교 농과대학 산림과학부장, 1998년 12월~1999년 2월 핀란드 국립산림과학원 방문연구원으로 있었다. 2001년~2003년 충북대학교 농과대학 부속연습립장, 2003년~2004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방문교수로 있었다. 산림청 임정평가위원회 위원, 한국산림치유포럼 부회장, 충북대학교 대학원 산림치유학과 교수를 겸했다. 2013년 3월까지 충북대학교 농과대학 산림과학부 정교수로 있다가 2013년 3월~2017년 7월까지 제30대 산림청장으로 임명됐다. 2017년~2020년 유엔식량농업기구 산림위원회 의장을 맡았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충북대학교 농업생명환경대학 산림학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산림의 사회경제적 측면을 보다


산촌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산과 숲과 함께했기 때문에 전공을 선택할 때도 그냥 자연스럽게 산림이 좋아 임학과를 선택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집안들이 그렇듯이 집안 재산으로 내려온 산들이 많았는데, 어떻게 산림을 관리하고 운영할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다 그렇듯 대학 진학 후 많은 방황이 있었다. 1년 공부를 해보니 산림학이 나와 성격이 안 맞는 부분도 있어서 공부를 포기할까 해서 다른 과목도 좀 들어봤다. 산림학에는 기초 과학부터 소셜 사이언스도 있고, 테크놀로지컬한 부분도 있다. 사회과학적인 분야의 산림이 잘 맞는 것 같아서 계속 공부가 하고 싶었다. 산림 분야에서 경제적 측면이나 휴양 등에 대해 공부를 더 하기 위해 유학을 갔다.


인간의 성숙은 자연을 통해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뉴브런즈윅은 캐나다의 완전 동부 쪽에 있는 주다. 뉴브런즈윅대학교는 캐나다에서 거의 처음으로 산림학과가 생긴 대학이다. 지도교수가 굉장히 흥미로운 연구를 하고 있었다. 산림과 사람과의 관계, 숲이나 자연을 접하면서 인간의 심리적인 변화가 어떻게 되는가를 다루고 있었다. 지도교수의 연구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전공을 산림치유, 휴양 쪽으로 정하게 됐다. 토론토 대학 박사 과정에서는 주로 인본주의 심리학에서 얘기하는 자아 실현, 자아 개념의 입장에서 인간의 성숙, 개인의 발전이 자연을 통해서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연구했다. 유학 생활이 끝나고 바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후학들을 가르치고 한국의 임업을 발전시켜보겠다는 생각이 컸다. 충북대학교 교수로 33년 동안 근무하고 있다.


'산림치유'의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검증


산림 분야 중에서 산림경영, 산림휴양, 산림치유와 같은 사회과학적 측면을 가르치고 있다. 연구 대상은 자연을 바탕으로 하는 연구지만 자연보다는 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사람이 자연과, 숲과 맺는 관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다. 자연을 접하면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기분이 변화는 순기능이 있다. 숲에 가면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이런 것들을 가지고 어떻게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우리가 원하는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 낼지를 연구하는 것이 '산림치유'다. 숲이 가진 건강 요인들을 이용해 우리가 건강해지고, 면역력을 높이는 활동을 '산림치유'라고 하는데,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연구를 주로 해 왔다. '산림치유'라는 학문은 무한한 분야이고 이제 시작되는 학문이다. 하나하나의 메커니즘을 증명해 내고 효과들을 검증해 내고 있다. 이 일들은 느리지만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산림학은 '물질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이동 중


숲에 들어가면 기분이 좋아지고 건강해진다.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이 굉장히 추상적이어서 연구가 어렵다. 이러한 추상적인 변수들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잡아내는 것이 '산림치유학'에서 다루는 메커니즘 연구들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스트레스나 감정의 변화를 생리적으로 잡아낼 때 호르몬 변화, 뇌파 변화 등과 같은 바이오마커(biomarker)의 변화를 보고 심리적 변화를 체크하기도 한다. 잘 보이지 않는 효과여서 단박에 끄집어내기가 어렵고 증명하기도 쉽지 않다. 최근에 여러 과학적인 기법들을 써서 하나하나 연구들을 축적해 가고 있다. 과거의 전통적인 산림학에서는 숲에서 나무를 키워 시장에 내다 팔고 돈으로 만드는 것을 '산림학'이라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이런 기능보다 숲이 가진 건강효과, 아름다운 효과, 휴양 효과를 국민들이 더 원하고 선호하기 때문에 '산림 정책'도 이제 '물질 중심'에서 '경험 중심', '복지 중심'으로 축이 옮겨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왜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것이 '산림치유'의 목표


자연 자체의 기능을 유지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간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이 '산림치유'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인간은 산림 없이는 생활할 수 없다. 인간은 600~700만년 전 숲속에서 나와 숲속에서 살아왔고 숲에서 진화해 왔기 때문에 인간의 유전자 속에는 숲에 의지하고 그 안에서 행복할 수 있는 유전자가 있다. 이것이 '윌슨' 교수가 말하는 ‘바이오필리아(Biophilia)’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어떤가? 도시화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접촉하고 조화롭게 살아왔던 자연과 자꾸 소원해지는 환경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건강도 문제지만 우리 인간의 인간성을 상실하게 된다. 인간도 생태계의 일원이다. 우리 인간이 자연과 서로 조화로운 관계들을 만들면서 인간이 왜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것이 '산림치유'의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산림치유' 국제 연대 조직 설립


대한민국은 2015년에 '산림복지 진흥에 관한 법률'과 같은 새로운 법이 생기면서 '산림치유' 분야에 있어 세계적으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가 우리나라를 벤치마킹하려고 한다. 연구뿐만 아니라 정책 면에서도 상당히 선진을 걷고 있다.

2024 세계산림치유포럼에서 주창된 '진천포럼' 전문  제공 신원섭교수
2024 세계산림치유포럼에서 주창된 '진천포럼' 전문. 제공 신원섭 교수

이번 ‘2024 세계산림치유포럼’을 통해 국제사회에 우리나라가 산림복원도 성공했지만, 이 풍부한 숲을 가지고 복지로 접근하는 것을 보여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동유럽, 북미 대륙 등은 산림치유 활동들을 도입해 산업적으로 이용하고, 경제적 견인차로 역할하게 하려고 준비 중이다. 국제적 기준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할 역할은 무엇인지를 포럼에서 제공하려고 한다. 충북 진천에서 포럼의 폐회식이 있다. ‘진천 선언’을 할 것이다. 선언에는 연구, 정책, 교육, 시설 등 다양한 부분에서 국제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름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포럼의 타이틀과 같은 '세계산림치유포럼'으로 국제 연대를 위한 네트워크 중심의 기관을 설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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