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 기자 2024-07-04
신지혜 박사는 환경교육·생태전환 연구자로, 지속가능발전, 생태도시, 환경커뮤니케이션, 바이오필리아에 관심이 많다. 대학에서 <환경과 인간>, <도시환경론> 등을 강의하며 다음 세대와 함께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꾼다. 한신대학교 생태문명원 연구위원, 명지대학교 방목기초교육대학 객원교수, 환경사회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환경 개념 사전』(공저), 『지속가능한 사회와 환경』(공저)
도시 공간의 생태적 가치를 읽어내다
원래는 도시계획을 공부했다. 학부 졸업하고 대학원 과정 밟으면서 서울연구원에서 서울시 정책연구원으로 7년간 근무했다. 도시환경계획, 생태계획이 주 업무로 월드컵 공원 조성, 난지도 공원 조성에 참여했다 서울시 도시 생태 현황도를 제작하는 '비오톱지도(Biotope Map)'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서울시를 생물의 거주지, 비오톱으로 보고 전수조사해서 그것을 지도화하는 작업이었다. 과정에서 서울시에 어떤 동식물들이 살고 있는지 알게 됐다. 같은 숲이라고 해도 조성된 숲과 옛날부터 있었던 오래된 숲은 생태계 조성, 동식물 조성이 다르다. 이런 것들을 포함한 비오톱지도를 만들고 각 공간을 평가해서 등급을 매긴다. 예를 들어 서어나무 군락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이면 등급이 높다. 밤섬이나 둔촌동 습지 같은 생물다양성이 높고 보전 가치와 생태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지역도 높은 등급을 받는다. 1등급으로 분류된 지역은 함부로 개발할 수 없도록 정책적으로 서울시에서 조례를 만든다. 조례를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다 보니 도시 공간을 생태적으로 보는 눈이 생겼고, 보이는 것 안에 숨어 있는 생태적 가치를 읽을 수 있게 되어 즐거웠다.
개발 압력에 무너지는 생태적 가치, '환경교육'을 선택하다
'비오톱지도' 기반으로 생물다양성을 어떻게 하면 증진시킬 수 있는지 연구하게 되면서 생태 계획 분야를 배웠다. 2000년대 초반은 지속가능발전 개념이 나오고 이것을 도시정책에 적용하던 시기였다. 월드컵 공원을 조성하고 서울에 '천만 그루 나무 심기 프로젝트' 같은 것들이 중요했다. 덕분에 지금의 서울숲도 만들어지고 도시 녹화가 많이 됐다. 당시에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아 등급이 높은 공간을 개발하는 일을 조례로 막았는데, 개발 사업 때문에 다시 조사에 들어가 등급을 풀어주는 일이 일어났다. 어떤 계획과 제도만으로 개발 압력을 버티기 힘들다는 걸 느꼈다. 회의감도 들고 다른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공간의 생태적 가치가 왜 개발보다 더 중요한지 사람들이 알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마침 주변에 환경교육을 하는 분들이 있었다. 전공을 환경교육학으로 바꿔 대학원 박사과정을 들어갔다. 대학원 수업을 하면서 도시환경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다.
인간중심 환경관에서 생태중심적 환경관으로의 '전환'을 가르치다
교양학부에 자연계열 전공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환경은 꼭 들어가 있다. 대부분의 4년제 대학에서는 점점 핵심 과목이 되고 있다. 강의 주제는 10~13가지 정도로 구성하는데 환경관에 대한 주제는 꼭 다룬다. 대학생들 대부분은 주류 환경관을 가지고 있다. 효율성 내러티브 기반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대단히 인간중심적이고 생태계에 무관심한 환경관을 생태중심적 환경관으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생태도시도 많이 다룬다.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아랍에미리트의 마스다르시티, 스웨덴의 하마비허스타드 등 최신 생태 도시 사례들을 보여 주면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가진다. 학생들이 요청하는 주제들을 다룰 때도 있다. 전자폐기물, 미세플라스틱 등인데 주류 환경관을 따르기 때문에 기술을 통한 문제 해결을 궁금해 한다. 기후 정의,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내용도 반드시 넣는다. 나의 시그니처 주제는 '국제환경협약'이다. 기후변화협약이 왜 이렇게 흘러왔고 왜 실패했는지, 교토의정서에서 파리협약까지 얼마나 많은 전진과 후퇴가 반복됐는지를 학생들에게 꼭 전달한다.
'돌봄'이라는 개념에서 영감을 얻다
우리가 겪고 있는 재난 속에서 상처를 입었을 때 그것을 회복할 방법은 무엇일까를 현실적으로 고민하는 개념으로 '돌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돌봄' 개념이 영감을 줬다. 조금 더 완화해서 표현하자면 '마구잡이로 돌보자'는 것이다. 누구든, 어떤 방식이든.
나 역시 중년의 나이가 되어 자녀도 있고, 어르신들을 모시다 보니 '돌봄'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원래는 돌봄 사회, 돌봄 민주주의, 이런 얘기가 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것이 굉장히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후와 연결지어 『돌봄과 인권』, 『돌봄이 돌보는 세계』, 『돌봄 민주주의』, 『돌봄: 돌봄 윤리』와 같은 책들을 보면서 결국은 모든 개념이 확장되고 포용됨을 느꼈다.
『기후 돌봄』 책에서는 기존의 경제성장과 효율성의 패러다임을 다 폐기하고, 생태적 시각으로 회복력과 돌봄의 개념을 합했다. 공부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이야기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했다. 사람들이 연대 의식이나 네트워크을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조금 더 '돌봄' 상황에 놓인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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