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8 황희정 기자
안병진은 현재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강대학교 사회학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뉴스쿨 대학원(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로널드 레이건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교한 박사 논문으로 '한나아렌트상'을 받았다. '지구와사람' 공동대표를 역임했고 현재 '지구와사람'의 세미나 그룹인 '바이오크라시(Biocracy)'를 운영하고 있다. KBS, SBS 등에서 미국 대선 특집 방송의 패널로 참여했고, KBS TV 프로그램 〈세계는 지금〉에 미국 정치 패널로 출연한 바 있다. 생태 정치질서 구상으로 아테네 민주주의 포럼, 유럽 평의회 등에 초대받아 발표했다. 『한겨레』, 『경향신문』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미국과 한국 정치에 대한 다양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노무현과 클린튼의 탄핵 정치학』(2004),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와 보수주의 위기의 뿌리』(2008), 『다시의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2012),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2016), 『예정된 위기: 북한은 제2의 쿠바가 될 것인가』(2018), 『트럼프, 붕괴를 완성하다』(2019),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2021) 등이 있다.
Public Intellectual | 공적 지식인
"나는 단지 학문 공동체 내에서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 발언하고자 하는 공적 지식인을 지향한다. 리차드 포스너는 공적 지식인의 퇴조에 대한 책에서 다음과 같이 그 개념을 정의한다. 공적 지식인은 정치적 이슈나 이념적 순간에 자신의 생각을 일반 지적 대중을 상대로 말하고 쓰는 개인들을 지칭한다.
나는 80년대 한국 학생운동에 참여한 이래로 항상 시민들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전환적 힘이 되기를 갈망했다. 존 듀이가 설립하고 한나 아렌트가 번성에 기여한 뉴스쿨 포 소셜 리서치 대학원에서의 공부는 공적 지식인으로서 매력적인 훈련의 기회였다.
존 듀이와 한나 아렌트는 내 커리어의 롤 모델이다. 예를 들어 포스너에 따르면 한나 아렌트는 우리가 공적 지식인이라 부르는 개념의 완벽한 구현이다. 그녀는 자신의 철학적 훈련을 때로는 논쟁적이면서도 적절한 방식으로 그 시절의 주요한 정치적 테마들에 적용했다. 이는 전체주의, 시오니즘, 인종차별 철폐, 아이히만 재판, 국방부 비밀문서 사건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안병진 공식사이트 https://abjlive.com/profile
나의 꿈, 인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에 기여하는 것
20세기 민주적 실험주의의 위대한 사상가인 존 듀이가 설립한 뉴욕의 '뉴스쿨(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미국 정치를 전공한 이후, 문명론의 전환 관점에서 미국 정치의 변동과 한국 정치로의 시사점을 연구해 왔다. 정치학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80년대 민주주의 이행 시대에 실천적으로 참여한 이후, 내 꿈이 더 인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적 지식인(public intellectual)'을 학교의 인재상으로 지향하는 '뉴스쿨'을 선택했다. 세계관, 가치, 어젠다, 정치적 세력들의 관계가 포괄적으로 드러나는 정치질서(political order)를 연구하고, 이를 통해 어떤 새로운 전환이 가능할지가 최대 관심이다. 최근에는 미국 건국 ‘아버지들’이 설계한 미국 근대 문명의 성취와 한계를 연구하면서, 어떻게 '생태적 정치질서'로 전환이 가능할지를 연구하고 있다
나의 공간, 미래문명원
주된 관심이 '문명적 전환'이기 때문에 '미래문명원'을 은퇴까지의 연구 공간으로 선택했다. '미래문명원'은 경희대학교를 비롯해 경희학원 전체의 설립 정신인 '더 인간다운 문명 구축'을 위한 사상과 가치를 연구하고 국내외로 임팩트를 주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다. 세계적인 국제 정치 질서 이론의 권위자인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교수와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 등이 교수진으로 재직 중이다. 매년 9월 '유엔 평화의 날'을 기념해 국제 컨퍼런스을 통해 지구적 문명 전환과 기후위기 등에 대한 사회적 임팩트를 주는 담론들을 생산하고 있다.
나의 연구, 바이오크라시
강금실 전 장관과의 인연과 지적 영감 덕분에 생태 문명 사상가인 '토마스 베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공부를 함께하는 과정에서 ‘지구와사람’의 설립 과정에 함께했다. 결국 지금까지 행복하게 이 단체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토마스 베리'의 생태 사상이 제기하는 핵심 키워드는 '바이오크라시(biocracy)'다. 이는 인간 중심의 정치질서를 의미하는 민주주의 개념을 넘어, 지구 모든 생명체의 정치체제를 의미한다. 베리 사상을 연구하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뜻이 통하는 분들과 함께 '바이오크라시' 세미나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나의 도전, 자유와 정의 가치의 재구성
오늘날 전 세계는 기존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트로피즘의 복수, AI의 발전, 기후 장기 비상 시대의 도래 등 전무후무한 도전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기존 자유주의 질서가 나타내는 한계를 극복하고 더 나은 상상력으로 나아가게 할 비전의 결여가 오늘날 위기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진영의 고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코켈버그 교수의 접근은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기후위기와 AI의 도전을 분리된 전문 영역이 아니라 포괄적인 넥스트 가치로써 새로이 접근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가 바로 이 자유와 정의 가치의 재구성 논쟁과 이를 반영하는 거버넌스 구축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다시 나의 꿈, 자기 소명을 실천하는 위대한 행위
이제는 역동적 에너지가 고갈된 기존 근대 문명의 민주주의 패러다임을 넘어, 인간과 인간, 인간과 비인간, 인간과 지구가 공존하는 새로운 정치질서를 상상하고 실천적으로 구현해 나가기 위한 사회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지구의 시각을 강조하는 플래닛03의 화두가 참으로 멋지고 반갑다. 이 본질적 과제를 그저 불가능해 보인다고 지레 포기하고 기존의 교착 상태나 비토크라시(거부권 정치)를 연장한다면, 향후 최소 30년간 우리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 암담할 가능성이 높다. 카뮈가 시지프스의 바위 굴리기를 그저 비관주의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묵묵히 자기 소명을 실천하는 위대한 행위로 재해석하는 것에 큰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이 바로 함께 바위를 굴리며 우리 안의 작은 위대함의 불꽃을 키워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함께 서로의 인간다움을 발견해 나가는 긴 여정의 과정 그 자체야 말로 인간 삶의 가장 큰 기적이자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 노력의 과정 속 실패와 작은 성장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즐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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