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경 기자, 김동혁 영상기자 2024-04-03
동서강보존본부 엄삼용이사는 강원도 정선에서 나고 자랐다. 영월에 댐이 지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 동강을 찾았다. 늘 곁에 있어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 동강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동강의 생태가 보전된다면 미래의 자산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댐 건설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자료를 모았다. 모은 자료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동강 살리기’ 홈페이지를 제작했다. 직장도 그만두었다. 동강살리기를 하면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동강은 아내를 선물로 주었고, 자연과 함께 살게 해주었다. 동강으로 다시 돌아와 사단법인 동서강보존본부의 상임이사로 현재 활동중이다. 동강살리기에서 '동강지킴이'가 그의 삶이다.
동강은 흐른다
1980년대,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댐 건설은 거의 완료되었다. 그러나 댐건설은 계속되었다. 90년대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대형 댐 중심 수자원정책을 비판했고 전국적으로 '댐건설반대' 운동이 일어 났다. 1997년 영월댐건설계획을 발표되면서 1998년 4월 '동강댐 백지화 3개군투쟁위원회'가 결성되었다. 12월에는 동강지키기 뗏목 퍼포먼스가 진행되었고 1999년 봄, 33일간의 밤샘농성, 거리서명운동이 시민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1999년 3월 KBS환경스페셜의 '동강'다큐멘터리는 국민여론을 댐건설 반대로 기울게 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환경운동단체들은 수자원공사가 제공한 환경영향평가의 부실증거를 찾기위해 현장조사를 시행했고, 크고 작은 동굴 200여개와 각종 희귀종의 식생이 누락된 것을 찾아냈다. 1999년 3월 건교부장관은 댐건설은 다음해로 연기하는 내용을 발표했고, 2000년 6월5일, 세계환경의 날에 김대중대통령은 '동강댐건설 백지화'를 선언했다. 동강댐 백지화는 국민들이 자연의 사용가치가 아닌 존재 가치를 우선시했기 때문에 성공한 사례다. 인간중심의 사고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생해야 한다는 국민적 인식 전환의 역사적 계기가 되었다. 2006년 7월 태풍과 장마철폭우로 홍수피해가 발생하자 건교부와 당시 집권여당은 동강댐 재추진을 논의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홍수피해가 댐을 못 짓게 한 환경단체 때문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강댐의 홍수조절효과는 미미한 반면, 생태계 훼손과 지하동굴 누수 및 단층대 등으로 위험하다'는 내용의 국무총리실 '영월댐 건설 타당보고서'(2000년 5월) 공개되면서 중단되었다.
어렵게 살려낸 동강, 이제는 지켜야 할 때
국가가 동강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약 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여의도 면적과 맞먹는 8.3㎢의 사유지를 매입했다. 2002년 8월 영월과 평창·정선 등 3개군 동강 유역 64.97㎢를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한 뒤 2010년 7월에는 영월읍 문산2리 7.88㎢를 추가로 지정했다. 환경부는 2003년부터 연차적으로 야생 동·식물 서식지 보호와 생물다양성 확보 및 경관 보호 등을 위해 생태·경관보전지역 내 사유지 매입을 하고 있다. 환경부의 동강유역 매입 토지는 매각 희망자의 의사를 먼저 반영하기 때문에 일관성 혹은 패턴이 정해져 있지 않아 현재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주민들이 농사지을 땅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외부 사람들은 주거와 농지 부족으로 정착을 못하고 있다. 꾸준히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 나무를 심어도 죽어버리고, 풀을 베어도 곧 무성하게 자라난다. 해결의 열쇠는 주민에게 있다. 주민들이 나서서 가꿀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좋은 사례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동강과 제일 가까운 곳엔 언제나 주민들이 있다. 과거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전쟁 이후 황폐화된 국토를 복원하기 위해 국가 지원 아래 전 국민이 힘을 합쳤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동강 매수 토지 복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하면 쉽다. 환경부 예산 1100만원으로 주민 10명이 참여해 동강탐방로를 정비하고 방치되고 있는 농지에 2년생 쉬나무 묘목 5000주와 소나무 묘목 4000주를 심었다. 다량의 용천수가 솟고 있는 문산2리 양어장 부지를 자연습지로 만들고 있다. 묘목장 조성과 예초활동 경비 지원으로 지역 일자리를 창출했고,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생태 복원에 나서는 계기가 되고 있다. 동서강보존본부와 주민의 협업으로 친환경 유채밭을 만들어 유채체험장으로 운영했다. 친환경 경작법을 알리기 위한 교육과 현장 시험을 하면서 주민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동강 생태 보전을 위한 법제화와 행정적 지원이 보태지면 동강은 더 아름답고 더 생기 있어지고, 사람들이 행복해 질 것이다. 동강유역 생태·경관보전지역은 동강을 기반으로 평생을 살아온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주민들 스스로가 자연을 보전하고 사는 것이 더 이득이 된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동강을 사랑하면 선물이 온다
동강댐 건설이 백지화 되고 동강을 지킬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동강의 미래도 사람들의 관심에 달려 있다. 수도권 사람들이 마시고 사용하는 물이 동강으로부터 나온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동강은 약 2천6백만명의 생존도 함께 담보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동강 생태 보전에 필요한 것들을 동서강보존본부에서 활동하는 개개인이 충당했다. 동서강보존본부에 더 많은 동강지기가 필요하다. 사람이 모여야 한다.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국가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동강의 친구로 동강보존에 참여해주었으면 한다. 그래야 동강을 지키기 위한 법도 만들어질 것이고, 미래도 있다. 동강 생태계를 오래도록 보전하기 위한 기반을 만들고 있다. 살려놓았으니 잘 가꾸고 지켜주고 싶다. 동강은 반드시 보답한다. 동강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떤 식이든 동강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내가 그것을 지켜봤다. 우린 그렇게 모두가 동강과 친구가 되었다.
지속가능한 동강 보존 관리 모델을 만들고자
동강을 위해 일하며 동강과, 사람과, 삶을 얻었다. 그렇기에 동강이 너무도 소중하다. 동강에 빠져 일하면서, 앞으로도 쭉 동강을 벗하고 싶다. 동강이 직면한 어려움을 더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동강에 머물러 쉴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지속가능한 동강보존관리모델을 만드는 중이다. 다른 지역에도 접목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 모두가 자신의 생활 터전을 스스로 지키고 지속적으로 가꾸며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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