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5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 이후 한국경제가 파국일지 경착률일지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나 이른바 『애국세력』은 관심이 없다. 이들 세력의 생태계를 코어, 뼈대, 스피커로 나눠 살펴보고 극우 성향과 인지편향 오류를 분석해 본다.
최은 출판 기획자
지방에서 나고 자랐지만 생의 절반 이상을 서울시민으로 살고 있다. 사회생활은 노동계에서 시작했고, IT업계를 거쳐 몇 권의 책을 기획했다. 어쩌다 보니 10년째 야간 노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난다.
종기를 짜내야 하는데
오늘, 1월 15일 아침, 대통령 윤석열은 체포되었다. 정말 다행히 아무런 유혈 없이 마무리된 체포. 이제 43일 만에 공이 다시 굴러간다. 우리가 예견하는 대로, 조사 구속에 이어 탄핵이 인용되면,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절차로 돌입한다. 춘삼월, 봄이 오면 누군가 이 ‘대한민국호’의 조타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이 녹록치 않은 상황을 돌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주식, 환율, 산업경쟁력, 미중관계, 남북관계 등등의 문제들은 이미 구조적으로 쉽게 극복하기 어려워졌음이 분명하다. 전 KBS 기자이자 경제전문가인 박종훈은 한마디로 ‘국장과 부동산에서 손을 빼라’고 주문한다. 이 상황이 ‘임박한 파국’이 될지, ‘급격한 경착륙 초입’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피할 수 없다는 것, 종기를 짜야 한다는 것, 또다시 많은 서민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리라는 것, 반등 내지는 유지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것. 적어도 국내외 돌아가는 흐름이 이렇다는 것은 대부분의 시민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른바 『애국세력』은 그렇게 보지 않거나, 이런 위기의식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극우파 아스팔트 수구’의 생태계
우리가 보통 ‘보수 우파’라고 부르는 세력의 스펙트럼은 의외로 다양하다. 나름 ‘합리적 개혁파 보수’라 할 수 있는 분들부터 도무지 이해하기 곤란한 ‘극우파 아스팔트 수구’인 분들까지. 오늘 이 짧은 글에서 다루고 싶은 분들은 이 후자들, 그러니까 자칭 ‘애국세력’이라는 사람들이다. 물론 한남동 관저 앞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때때로 이스라엘기)를 흔드는 분들 중 상당수가 경상도나 강원도 시골에서 알바하러 오신 노인분(일당 2, 3, 5만원에 해당하는)들이나, 수도권의 젊은 분들(일당 12만원에서 20만원)인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분명한 것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이 세력을 구성하고 있고, 후원하고, 동원된다는 것도 팩트다. 그분들에 대한 이론적인 분석은 전문 학자들의 몫이겠지만, 나는 지난 20여 년간 알게 된 그쪽 생태계내의 면면들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 싶다.

코어, 자산가들
가장 먼저, 코어(Core). 재산이 1조쯤 되는 A회장은 미국이라면 코크 형제(석유재벌이자, 오랫동안 네오콘과 공화당 극우파의 자금줄이 되어 준)에 비견할 만한 인물이다. 마찬가지로 수천억의 재산을 가진 모 기업 B회장은 정말 바닥에서 일어나 사업에 성공한 인물이다. 본인 입으로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숨기지 않는 B회장은 추정컨대, CIA의 초창기 한국쪽 멤버였을(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고) 것으로 보인다. 이분들은 오랜 세월, 한국의 메인스트림이 형성된 과정 안에 있었고 강력한 국내외 인맥을 관리한다. 이미 연세가 70, 80이 된 그분들은 과거 강력한 반공주의 이념의 자장 안에서 성장했고, 성공했으며, 노회하게 그 세력을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각보다 많은 자산가들이 극우파를 후원하고 있고, 단지 보험 차원이 아니라, 노골적인 정치 신념을 드러내고 있다. 자산가는 아니지만, 내란의 주요 종사자 중 하나인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의 아버지는 대수장(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의 회장이며, 이른바 ‘태극기부대’와 특별한 관계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들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뼈대, 지식과 논리로 무장한 달변가들
그리고, 뼈대(Bone). 지방에서 아주 활발하게 유투버로 활동하고 계신 C선생. 지역에서는 유지로 대접받는다. 지난 20년간 몇 차례 얘기를 나누면서 깜짝 놀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분명히 상당한 지식과 논리로 무장했으며, 달변가인 그분은 아주 전형적인 ‘극우파 아스팔트’다. 그분은 한국의 모든 것을 대단히 명쾌하게 해석한다. 그러니까, 한국의 성공은 미국과 일본의 후원하에 걸출한 우익의 유산이며, 실패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있는(지금은 중국의 지침을 따르는) 좌익의 의도된 행동의 결과라는 것. 광주항쟁은 북괴 특수부대의 선동에 의한 것이고, 선관위 내에는 정밀하게(그래야 윤석열의 당선이 가능하니까) 설계된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일군의 조직이 있다는 것. 윤석열이 가장 즐겨본다는 ‘고성국TV’의 주인장 고성국 박사 역시 다르지 않다. 30여년 전, 원고를 받으러(그는 꽤 괜찮은 정치학자였다) 만나서 얘기할 때의 그는 한때 ‘백산서당’(역시 꽤 괜찮은 출파사였다)을 이끈 진보적인 인사였지만, 지금은 그냥 ‘화살촉’(드라마 ‘지옥’의)으로 보인다. 그분들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후회하지도 않으며, 세계관이 흔들리지도 않는다. 80년대를 대표했던 운동가 중의 하나였던 김문수 역시 그런 세계관과 음모론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스피커, 확신에 찬 편향에 빠진 ‘서치’들
그리고, 스피커(Speaker). 정말 많은 책을 읽고 공부를 한 작가 D선생. 나와 비슷한 연배고, 한국에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학교 출신인 그는 역사책 몇 권을 쓴 인물이다. 지금은 인연이 끊어진 지 오래지만, 나는 그와 대화할 때마다, ‘서치(書癡)’는 병이구나라고 생각했다. Text를 읽고 해독하는 능력은 독보적인데, 해석은 특정한 시각과 편견에 가득찬. 그는 정말 지독하게 조선왕조를 싫어하고 폄하했다.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확신에 찬 편향에 빠지게 된 것일까? 그런 의구심을 가졌던 내가 그를 아주 조금 이해하게 된 것은 한때 조선의 3대 천재라 불리던 춘원(春園) 이광수가 <민족개조론>을 들고 나오게 된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도쿠토미 소호를 알게 되면서다. 도쿠토미 소호는 『조선통치요의』라는 책을 통해 일본의 조선침략과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제공한다. 그러니까, 낡은 인습과 성리학에 빠진 조선을 혁신하기란 난망하며, 오직 일본과 같은 외부 세력의 지도로서만 가능하다는 것. 소위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의 이론적 배경이 그것이며, 과거 만주국에서 성장한 박정희류의 사고방식 역시 다르지 않다.
인지편향의 오류에 빠져
이런 분들의 사고 방식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일종의 집단적이고 강박적인 ‘인지편향’의 오류에 빠진 것이 아닌가하는 게 내 생각이다.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극단적으로 흑백이며, 내 편과 다른 편을 가르는 경계선이 확실하게 존재한다는 것. 내 편이 아닌 자는 말살해야 하며, 나의 오류는 존재하지 않고, 가는 길을 막는 자는 악마이거나 악마의 사주를 받는 자라는 생각들. 정확히 독일과 일본과 이탈리아의 파시스트가 그랬고, 스탈린과 마오쩌뚱과 김일성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모두의 집’에 함께 살려면
우리는 이런 분들, 이런 『애국세력』과 같이 살고 있고, 살아야 한다. 뭐. 어쩌겠는가. 우리는 모두 타인이며, 정상은 단지 통계 안에만 존재한다는 것. 세계는 무수한 색깔과 그림자로 가득 차 있으며, 인간은 모순 없이 살 수 없다는 것. 다만, 우리는 ‘모두의 집’에서 같이 살기 위해 합의한 헌법과 인권과 민주주의의 원칙을 유일한 ‘강제력의 원천’으로 삼을 뿐이다. 이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가 누구건, 쫓아내 버리는 것. 그것이 ‘민주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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