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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뒷날 풍경ㅣ전기자동차가 대안인가

 

2024-10-11


최은 출판 기획자

지방에서 나고 자랐지만 생의 절반 이상을 서울시민으로 살고 있다. 사회생활은 노동계에서 시작했고, IT업계를 거쳐 몇 권의 책을 기획했다. 어쩌다 보니 10년째 야간 노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난다.

 

지난 2023년 12월 즈음에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영화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Leave the World Behind)는 개봉 전 기대에 비해 변변찮은 평가를 받은 영화다.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제작을 맡고, 줄리아 로버츠와 에단 호크가 주연을 한 데다가 미국의 종말로 짐작되는 사태를 다뤘다는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모호하고 변죽만 울리다 끝난다. 유일하게 화제가 된 장면은 아마도 해킹된 것으로 보이는 수없이 많은 자율주행 테슬라 차량이 연이어 충돌하는 씬이었다. 하지만 충돌에 이은 화재가 묘사되지 않아서 이상해진다. 전기자동차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현재의 배터리 기술로는 그런 충격이 반드시 ‘열폭주’를 일으켜 강력한 화재를 낳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열폭주’가 얼마나 무서운지 우리는 지난 8월 1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사건을 통해 제대로 보게 되었다. 초기에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악조건하에서 최악으로 번져버린 이 사태로 인해 140대가 넘는 자동차가 피해를 보았다. 그리고 연결된 아파트 배관과 전기회로가 녹아 엘리베이터와 에어컨이 멈추고 입주민들이 피난을 가야 했다.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아서 천만다행인 사건이었다. 문제를 일으킨 차량은 벤츠 EQE 350였고, 배터리는 중국의 파라시스가 만들었다. 지난 9일에도 전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이번엔 기아 차량이었다)


현재 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전기자동차의 안전성에 관한 논란은 기술적인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해소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사실상 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전기자동차의 대안적 위치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복잡한 기술적 설명은 제외하고 전기자동차의 대안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세 가지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전기자동차는 친환경적인가?


오늘날 전 세계에는 15억대가 넘는 자동차(승용, 트럭 등을 다 합해서)가 굴러다니고, 매년 거의 1억대에 가까운 자동차가 생산된다. 아직까지 내연기관(가솔린, 디젤, 가스, 바이오연료를 포함하여)자동차가 절대적이지만, 2023년 이후 전 세계에서 등록되는 신차를 기준으로 하면 이미 15% 이상의 차가 플러그인 전기차(PEV)일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이것은 순수전기차인 배터리구동형(BEV) 외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를 포함한 숫자이다. (최근에는 성장 속도가 줄고 있다. 석유 가격이 안정적이고, 전기차의 안정성 문제가 불거지는 과정에서 일종의 케즘[Chasm]이 발생한 것인가?)



여기서 상상해보자. 만약 전 세계의 모든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뀐다면? 아마도 도로의 매연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많은 사람들(환경문제에 관심 있는 건강한 분들이 특히)이 생각한다. 물론 매연은 사라질 테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이미 여러 번 지적된 바 있듯이, 급증하게 될 전력 수요를 친환경적인 재생형 발전형태(태양열이나 태양광, 풍력, 지열 등)가 아닌 기존 석탄, 석유, 가스 발전형태를 통해서 감당해야 한다면, 결국 도찐개찐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재와 같은 리튬이온배터리의 주 원료인 리튬의 매장량, 채굴 및 추출과정에서 발생할 환경 파괴 등을 고려한다면, 단지 석유를 리튬으로 대치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희한하게도, 채굴 가능한 경제성을 띤 석유자원이 중동에 몰려 있듯, 리튬의 매장은 남아메리카 삼각지대 볼리비아-칠레-아르헨티나 접경 지역에 몰려 있다) 그 외에도, 전기차 공급이 확대될수록 더 많이 필요해질 충전소와 인프라를 채우는 데 들어갈 자원 역시 천문학적으로 막대해진다.


전기자동차는 안전한가?


위에서 언급했듯이 자동차 메이커가 어디이든, 배터리가 어떤 종류이든 전기자동차는 100%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리튬 이온 배터리(Lithium-ion Battery, 노트북이나 휴대폰에도 쓰인다)이든, 리튬 인산철 배터리(Lithium Iron Phosphate, LFP- 안정적이나 에너지 밀도가 낮아서 주행거리가 짧아진다)이든, 니켈-금속 하이브리드 배터리(Nickel-Metal Hybrid, NiMH, 순수 전기차가 아니라 하이브리드에 쓰인다)이든, 본질적으로 현재의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액체 전해질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충격이나 온도 변화에 취약하며, 화재가 날 경우 전용 수조에 통째로 자동차를 담가서 불을 꺼야 한다.( 물론 그것도 불이 난 초기에나 가능하겠지만)


결국 이 질문은 이른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Solid-State Battery, SSB, 전해질이 고체이다)가 개발되어야 풀리는 문제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SSB는 일종의 ‘유니콘’이다. 주요 전지 메이커인 LG화학이나 삼성SDS 등의 회사들이 2028년에서 2030년 정도에는 가능하다고 발표하지만. 항간에는 오랫동안 2차 전지 개발의 선두 국가였던 일본의 도요타가 프리우스(PHEV형태인) 이후 순수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이유가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물론 핵융합이나 상온 초전도체와 같은 진짜 ‘성배’에 비하면 전고체 배터리의 현실화 가능성은 비교할 수 없이 높겠지만.


다른 대안은 있는가?


그렇다고 다른 대안이 나오기는 더더욱 어렵다. 한때 각광받았던 수소연료전지자동차(FCEV, 현대자동차의 넥쏘와 같은)의 경우, 충전에 필요한 수소(대부분 기존 화석연료에서 뽑아내는 그레이수소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더 회의적인)를 구할 수 있을지, 구한다 하더라도 수소충전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가능한지 쉽지 않은 문제다. 바이오연료를 이용한 자동차라면 어떨까. 예를 들어 브라질은 옥수수에서 에탄올을 추출하여 바이오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곡물이나, 식물, 나무, 해조류 등을 이용한 바이오연료는 얼핏 들으면 매우 친환경적인 대안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마존 원시림을 태워서 옥수수를 심고 연료를 추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따져보면, 도저히 대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아직까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신할 가장 유력한 방식이 전기자동차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마뜩지 않지만 딱히 마땅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차와 관련된 일을 하는 직업인으로서 정말 많은 종류의 승용차를 몰아봤지만, 10여 년 전에 테슬라 S를 처음 운전하면서 느낀 감정은 정말 특별하게 기억한다. 100km까지 도달하는 그 폭발적인 추력, 복잡한 계기판을 싹 걷어버린 심플한 차내 디자인, 정숙성을 넘어서 도무지 운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정지 상황. 자동차라기보다는 가전제품을 타는 듯한 느낌. 테슬라의 등장으로 인하여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천하에 둘도 없는 관종이자, 화성인이 되겠다는 일론 머스크가 이 시대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이유다.


분명한 것은, 1886년에 시작된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세대가 마지막 ‘화석연료 자동차 운전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아무쪼록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과 전고체 배터리가 채용된 전기자동차 시대가 열리기만을 바란다. 간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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