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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선 교무ㅣ원불교환경연대ㅣ배은이 아닌 보은을 해야 한다

 

이유경 기자 2024-07-11

원불교 의왕교당 교무이면서 원불교환경연대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어릴 적부터 기도하는 어머니를 보며 자랐다. 고등학교 때 자취하면서 선배들이 나누는 원불교 이야기를 듣고 교당에 다니게 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원불교 교무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졸업하고 출가식을 거쳤다. 29년째 교역하고 있다.

 

종교가 사회문제를 외면하지 않도록


1988년 복학했을 때, 원불교학과에 연구반이 있었다. 사회연구반이었는데 종교가 사회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발맞춰 갈 수 있는 길을 연구하는 모임이었다. 그때 영광 핵발전소 문제를 접했다. 당시는 사회 전반적으로 핵발전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핵발전소가 지역 경제를 살릴 것이다’라는 막연하고 수용적인 태도만 존재했다. 공부하면서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핵발전소 문제를 연결 짓게 되었다. 핵의 위험성을 알게 되었다. 1980~1990년대에는 민주화운동, 노동, 통일 문제가 가장 강조되었다. 환경 문제는 ‘공해 추방’의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새만금 문제와 핵폐기장 문제가 대두되었다. 새만금 삼보일배 운동에 원불교의 김경일 교무님이 함께하셨다. 그것을 보조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후 방폐장 유치 반대 활동을 전개했지만 결국 새만금은 막히게 되었고, 방폐장은 경주에 유치되었다. 그 와중에 4대강 사업이 시작되었고 4대강 건설 반대 운동에 원불교가 참여했다. 그때까지 조직이 없어 사건이 터질 때마다 TF팀처럼 움직였다. 좀 더 조직적이고 상시적인 대응이 가능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0년 원불교환경연대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탈핵, 원불교환경연대의 제1목표

600차 생명평화탈핵순례 사진, 원불교환경연대제공
600차 생명평화탈핵순례. 사진_원불교환경연대 제공

원불교환경연대의 제1목표는 탈핵이다. 영광에 원불교 성지가 있다. 영광 핵발전소 문제와 긴밀한 접점을 가졌다. 실제로 영광에서는 사고 소식이 빈번하게 들렸다. 조금만 어긋났어도 지역 주민 전체와 한반도에 큰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는 사건들이었다. 영광에 탈핵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이제는 핵발전소가 주된 에너지 발전원으로 자리 잡았나보다.’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중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났고 다시 경각심을 새겼다. 상시적으로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탈핵을 촉구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때 원불교 상임대표님이 탈핵 순례를 제안하셨다.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30분에 영광군청 앞에 모여 기도식을 열었다. 피켓을 들고 영광 핵발전소까지 약 22km를 걸었다. 발전소에 도착하면 다시 기도식을 열었다. 핵심 요구는 세 가지였다. ‘더 이상 신규 핵발전소를 짓지 말라’,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지 말라’, ‘운영 중인 발전소의 운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안전을 보장하라’.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출발 기도와 도착 기도만 운영하고 있지만 2012년 11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하고 있는 운동이다. 다른 탈핵운동단체와 해외 단체들이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우리는 걷고, 기도를 드린 것 뿐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동참하고 발전소를 지켜보면서 꾸준한 감시를 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반핵'이 아닌 '탈핵' , 둥근햇빛협동조합

600차 생명평화탈핵순례 사진, 원불교환경연대제공
600차 생명평화탈핵순례. 사진_원불교환경연대 제공

대내적으로 원불교는 ‘반핵’이 아닌 ‘탈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대안적 에너지운동을 시작했다. 각 교당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교인들 스스로가 최대한 절약을 실천하고 있다. 햇빛교당운동이라고 한다. 100개 교당에 햇빛발전소를 만들자고 다짐했는데, 2015년 100곳이 넘는 햇빛교당을 만들어 냈다. 여기서 그치지 말고 더 많은 곳에 햇빛발전소를 전파하고자 '둥근햇빛협동조합'을 만들어 판매용 태양광 패널을 보급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한국 종교계에서 원불교가 최초일 것이다. 실제로 이런 활동이 ‘기존의 종교가 가진 관념성을 탈피하여 실천하는 사례’로서 파리 기후협약에 발표되기도 했다.



동물이, 식물이 고통을 받는 것 자체가 나의 고통


탈핵뿐 아니라, 기후 위기 대응, 생태계 다양성 보전까지 관심을 넓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고민 중이다. 나무 심기 사업을 추진하여 숲밭을 갖추고 해외 지원사업을 나가는가 하면, 초록교당이라 하여 단체 자체의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초록교당은 구성원 전체가 집단으로서 실천 선언을 하여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갖추도록 하는 운동이다. 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와 관련한 다양한 연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원불교의 기본 사상을 쉽게 설명하면 ‘세상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라는 한 문장이다. 나와 너는 별개의 존재가 아니니 타인이, 동물이, 식물이 고통을 받는 것 자체가 나의 고통일 수밖에 없다. 원불교 대종사(창시자)가 말하길, 만물은 ‘서로가 없으면 살 수 없는 관계’이다. 우리는 하늘과 땅이 있기 때문에 숨 쉬고, 발 딛고 살아가며 자연이 있기에 혜택을 받는다. 이를 천지은과 초목금수은이라 한다. 기후 위기와 같은 모든 문제가 우리 존재의 근원인 자연을 해치는 배은 행위이다. 우리는 배은이 아닌 보은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을 건강히 만들어야 한다.


정말 행동하려 노력했는지 성찰


원불교는 대종사가 직접 쓴 원문 경전, '정전'이 있다. 그래서 근본적 해석이 달라지지 않는다. 원불교는 대중성을 강조하며 현실에 뛰어들 것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창시되었다. 교당도 대중 속에 지어져야 하며, 생활 속에서도 법을 실천해야 하고, 사람들이 있는 곳에 나와 부딪히며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공부이다. 기도는 모든 종교에 존재하지만, 기도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은 인간의 행위이기에, 원불교에서는 실지기도라고 하여 반드시 교리와 기도를 실행하도록 요구한다. 내가 정말 행동하려 노력했는지 성찰을 강조한다. 그렇기때문에 만물이 함께 살아가려는 행동을 할 수 있다.


원만구족圓滿具足 지공무사至公無私한 일원상


원불교에서 추구하는 이상적 인간은 신앙과 수행이 합일된 모습이다. 신앙을 갖추고 수행하는 이유는 사회를 정의롭게 이끌면서도, 동시에 자기 모습을 '원만구족圓滿具足 지공무사至公無私한 일원상'으로 가꾸는 데 있다. 둥글둥글한 인간형을 갖추어 타인을 이끌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빨리 은퇴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굳이 누군가가 앞장서서 이끌지 않아도 환경 문제를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함께 실천하는 사회면 좋겠다. 그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상식적 수준을 갖추고 가치 중심의 세상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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