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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는 왜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하고 있는가

 

해답은 이미 자연에 있다. 청색기술(Blue Technology)에 주목하자.

김용만  대표 편집인




기후와 날씨는 다르다. 기후는 오랜 시간 축적된 패턴이고 날씨는 매일 변하는 현상이다. 시시각각 변덕을 부리는 날씨를 정확하게 예상 하는 건 현재 수준의 슈퍼컴퓨터로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양자 컴퓨터가 현실이 되더라도 상황은 그리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반면 쌓여 있는 방대한 기후 데이터를 분석하여 예측하는 건 지금 과학으로도 가능하다. 패턴은 어렵지만 일단 파악되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기후 예측을 점점 힘들게 한다. 우리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는 의미다.


기후 요소인 온도, 강수량, 일조량 등은 특정 지역에 어떤 생물이 살 수 있는지 결정한다. 기후는 지구 생태계의 기본 조건이다. 생태계는 탄소 저장, 물 순환, 대기 조성 등을 통해 기후에 영향을 끼친다. 기후변화는 생태계 이상을 초래하고 생태계 변화는 기후 이상을 만드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생물에게 ‘항상성’은 필수 생존 조건이다. 범위 내 항상성을 잃고 감당할 수 있는 시간 내 회복되지 않는다면 죽는다. 항온 동물인 인간은 항상 체온이 36.5도이다. 35도 이하 이거나 40도 이상이 되면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


혹자는 말한다. 지구가 생긴 이래 기후변화는 주기적으로 있어 왔다고. ‘기후 음모론’자들이 즐겨 주장하는 바다. 그 주장이 생으로 틀린 건 아니다. 문제는 속도다. 규정 속도 100km인 고속도로가 있다. 20~30km 과속은 자주 있는 일이다. 속도위반으로 벌금을 내겠지만 말이다. 과속이 1000km가 되면 다른 차원이 된다. 더해 5000km가 되고 1만km가 된다면 어찌 될까. 자동차가 속도를 이기지 못해 전복하거나 엔진이 과열되어 폭발하게 된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현실적인 변화 가속이 기후에서 생겼다.


산업 혁명 이후 발생한 기후변화 가속은 이처럼 현실적이지 않은 그림이다. 순전히 인간의 개입에 의해서다. 문명의 편익과 맞바꾼 결과다. 그 피해는 바다가 더 심각하다. 얼핏 육지가 더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직관일 뿐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서이다. 해양 생물이 온도 변화에 훨씬 취약하다. 지구 표면적 3분의 2를 바다가 차지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상황은 더욱 안 좋다. 육지 숲도 바다 숲도 병들어 있다. 뒤늦게나마 강제적인 국제협약을 만들어 평균온도 상승을 억제하려고 하는 건 천만다행이다.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이 내건 ‘평균기온 상승 1.5도 이하 제한’은 상징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는 여러 약속을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불행하게도 실패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게 총평이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 했다. 다양한 사연이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있다. 국가 간 산업화 역사의 차이와 이에 따른 불균등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겠다. 일찍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산업화에 성공하여 특혜를 본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는 출발선이 다르다. 파리협정 안에는 이런 국가들이 뒤섞여 있다.


기후 문제가 지구 차원으로 해결을 도모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실행 단계로 오면 결국 국가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로 귀결된다. 국가 간 출발선이 다른 상황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 되는 건 당연하다. 파리협정이 나라별 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 협약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1000억달러 규모 개발도상국 지원금이 그나마 보완책인데 이마저도 충분히 조달되지 못했다. 국가들 간 불균등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고 세상은 갈수록 ‘각자도생’으로 가고 있다. ‘대응’이 아니라 ‘적응’을 준비해야 한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난맥을 풀어 가는 방법은 없을까. 모두가 만족하는 해결책은 없다. 희생을 최소화하는 게 최선이다. 자연에 해답이 있다. 자연은 대규모 탄소 배출 없이도 여태껏 지구 생태계를 무리 없이 운영해 왔다. 지속가능했다. 여기에는 국가 간 이해 충돌은 크지 않다. 경우에 따라 경제성이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큰 틀에서 풀면 될 일이다. 최근 ‘청색기술(Blue Technology)’이 주목을 받고 있다. 청색기술은 자연 생태계에서 영감을 얻는다. 자연의 원리와 생명체의 적응 방식을 모방하여 자원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환경오염도 최소화 한다.


청색기술은 사실 아주 새로운 내용을 포함하는 건 아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자연의 '날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청색기술이 적용된 사례는 그래서 생각보다 많다. 그 가치가 인정되면서 늘어가는 추세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대부분의 것도 청색기술이라고 봐야 한다. 특별할 게 없는 청색기술을 굳이 강조하는 이유는 기후위기 극복에 또 다른 희망이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 감축이라는 전 세계 목표를 향한 설득력 있는 합일점이 될 수 있다. 이 길은 갈수록 첨예해지는 국제사회의 갈등을 최소로 줄이는 방향이기도 하다.


지구한계선이란 개념이 있다. 인류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구 환경의 한계를 말한다. 제시 된 9가지 한계선 중에 이미 6가지가 초과되었다고 한다.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생물지화학적 순환(질소·인 오염), 토지 이용 변화, 화학 오염, 담수 이용 등이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지혜가 절실한 때다. 지구에만 한계선이 있는 게 아니다. 사회와 정치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선을 지키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큰일이다.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은데, 지금 대한민국에 선을 넘은 집단과 사람들이 늘고 있으니 말이다.


지구 한계선 개념을 처음 제안한 연구 기관인 스톡홀름 회복력센터는  사람과 자연이 살기 좋은 지구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데이터와 연구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 실린 "Conflict and collaboration in a hyperconnected world'에서는 민주주의의 후퇴, 정치적 양극화, 폭력적 갈등, 지정학적 긴장, 허위 정보의 급속한 확산이 사회를 재편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속가능성을 향한 협력과 변화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고 있다.  사진 스톡홀름 회복력센터 홈페이지
지구 한계선 개념을 처음 제안한 연구 기관인 스톡홀름 회복력센터 사람과 자연이 살기 좋은 지구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데이터와 연구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 실린 "Conflict and collaboration in a hyperconnected world'에서는 민주주의의 후퇴, 정치적 양극화, 폭력적 갈등, 지정학적 긴장, 허위 정보의 급속한 확산이 사회를 재편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속가능성을 향한 협력과 변화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고 있다.  사진 스톡홀름 회복력센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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