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 기자 2024-11-01
울리카 스틱스도터(Ulrika K.Stigsdotter) 교수는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University of Copenhagen) 조경건축학과 교수로 스웨덴 농업과학대학교(Swedish University of Agricultural Sciences)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환경심리학과 건강 설계(Health Design) 분야의 선도적인 연구자다. 자연 환경이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특히 스트레스 감소와 심리적 회복을 위한 자연 기반 치료(nature-based treatment) 설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덴마크 독립 연구 기금(Danish Independent Research Fund)과 노르딕 그린 스페이스 리서치 프로그램(Nordic Green Space Research Program)의 지원받아 자연과 건강의 상호작용을 입증하고 PTSD(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환자와 같은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자연에서 회복하도록 돕는 연구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자연 기반 치료 접근법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코펜하겐대학교에서 다학제 연구 그룹을 이끌며, 자연 공간 설계와 정신 건강 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있다. 다학제 연구 그룹은 조경건축가, 심리학자, 생태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해 복합적인 문제를 다각도로 접근한다.
다학제 연구(multidisciplinary research)란 여러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해 더 풍부하고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스틱스도터 교수 팀은 자연 기반 치료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이를 정책 및 실제 설계에 반영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 프로젝트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군인을 위한 치유정원 ‘나카디아(Nacadia)’와 건강 숲 ‘옥타비아(Octavia)’ 설계로 자연 기반 치료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입증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자연 기반 치료는 인지 행동 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와 유사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참고 자료_lINKEDIN)
자연 기반 치료 프로젝트, 나카디아(Nacadia)
'치유정원'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스틱스도터 교수는 자연치유 공간을 ‘방’과 같은 개념으로 디자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환경심리학 이론에서 강조하는 직관적이고 매력적인 공간 설계를 바탕으로 한다. 대표적인 치료정원인 ‘나카디아(Nacadia)는 이러한 개념이 적용된 사례다. 입구에 퍼골라( pergola, 덩굴 식물이 덮인 구조물)를 설치해 방문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환자들이 들어서는 순간부터 차분하게 치료 공간에 녹아들게 돕고, 계절별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게 설계하고 있다. 치유정원은 환자들에게 심리적 안정뿐만 아니라 적절한 도전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들에게 새로운 도전감을 부여할 활동을 포함해 치료 효과를 더욱 강화 한다. 정원 설계는 환자의 치료 과정과 연계된 활동이 치료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야 한다.
'나카디아(Nacadia)'는 스틱스도터 교수가 설계한 대표적인 치유 정원으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군인 및 심리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자연 환경을 통해 회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자연 기반 치료' 프로젝트다. 나카디아는 2011년, 덴마크 왕립 식물원의 아보레텀(Arboretum) 내에 설립되었으며, 심리적 안정을 제공할 수 있도록 자연의 치유적 요소가 설계에 통합되어 있다. 이 정원은 특히 인지 행동 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와 자연 환경이 결합된 방식으로 PTSD 환자에게 심리적 회복과 스트레스 감소를 도모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에 따르면, 나카디아에서 진행되는 자연 기반 치료는 심리 치료와 유사한 수준의 긍정적 효과를 보여 주며, 환자들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신적 회복을 경험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과학적 데이터와 설계 모델이 필요
울리카 스틱스도터 교수는 근거 기반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치유정원이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과학적 데이터와 설계 모델이 필요하며, 그는 초기 설계 과정부터 특정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적합한 환경을 구성하고 정원 내 활동들이 그들의 치료 과정에 유의미하게 기여할 수 있도록 연구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치유공간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디자인 원칙을 정립하고 있다.
다양한 학문적 배경과 전문가들의 협력이 필수
'치료정원'과 '자연 기반 치료 프로그램'은 다양한 전문가들의 협력이 중요하며, '치료정원' 설계에는 다양한 학문적 배경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주도하고 있는 연구 그룹에 심리학자, 간호사, 생태학자, 조경가 등이 참여하며 이러한 협력적 접근은 효과적인 치료 프로그램과 치유공간을 개발하는 데 기여한다고 밝혔다. 자연 환경을 치료에 활용하기 위한 다학제 모델이다.
안전과 프라이버시를 고려
치료정원 설계에서 안정성과 프라이버시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스틱스도터 교수는 치료정원이 환자들이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낄 공간이 되기 위해 울타리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는 환자들이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자신을 보호하며 치료에 집중하게 하는 장치로, 실제 환자 인터뷰에서 울타리 덕분에 자신만의 공간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는 피드백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울타리는 동시에 자연과 잇는 연결성을 유지하고, 환자들이 심리적으로 편안한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자연 기반 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
덴마크와 유럽에서는 자연 기반 치료가 공식적으로 인정받기까지 아직 많은 도전이 남아 있다. 스틱스도터 교수는 자연 기반 치료 교육 프로그램을 확산시키기 위해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에 전문 석사 프로그램을 개설했으나, 민간 기업의 저가 교육 프로그램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EU에서는 자연 기반 치료의 효과를 검증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향후 정책 및 제도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노력은 자연 기반 치유 프로그램의 인식 확산과 제도적 지원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자연의 건강을 증진하는 지속가능한 치유 모델
스틱스도터 교수는 ‘New Green Lab’ 프로젝트가 환경 영향 평가 과정에서 민원으로 인해 2년간 중단된 적이 있다고 밝히면서 자연 환경을 보존하면서 치유 공간을 확립하는 데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자연과 상생하는 치유 공간 개발을 위해서는 환경보호법과의 충돌을 해결해야 한다. 스틱스도터 교수의 연구와 프로젝트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치유 공간의 가능성을 보여 주며, 인간과 자연의 건강을 증진하는 지속가능한 치유 모델 정립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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