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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 기후변화는 외교적 협력 영역, 대립 완화에 기여할 수 있어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위기의 한반도, 그리고 협력 영역으로서의 기후변화


2024-11-07 박성미 총괄

36년 외교 베테랑 위성락 국회의원 사진 위성락블로그
36년 외교 베테랑 위성락 국회의원. 사진 위성락블로그

위성락 국회의원은 36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한 외교 전문가이며, 현재는 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활동 중이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1979년 제13회 외무고시에 합격했으며, 외교부 북미국장, 주미국 대한민국 대사관 정무공사,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겸 6자회담 수석대표, 주 러시아 대한민국 대사 등 주요 외교 직책을 역임했다. 특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 남북 비핵화 회담을 이끌었고, 2012년에는 미국과 북한 간의 2·29 합의를 주도하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에 기여했다. 또한,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직을 맡았으며, 현재는 22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정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풍부한 외교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외교의 발전과 한국형 외교 좌표 설정을 위해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 외교 업그레이드 제언』(2020)과 『러시아 리포트』(1998)가 있다.


일방적이고 치우친 외교로, '대립'의 전면에 선 위기 상황


현재 국제 정세의 큰 흐름은 대립이다. 대립 구조가 심화되고 있고 한반도도 대립 구조 속에 있다. 미중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러 대립이 심화되고 세계 질서는 대립의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역내 격자형 소다자 협력 체제를 구축하려 하고, 중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국식의 자국 중심적인 새로운 규칙과 기준에 입각한 연대를 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면서 다국적 국제 질서 창출을 시도하고 있다. 북한은 핵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입지를 확립하려 하고 있다.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과의 조율을 적극화하면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질서는 한-미-일 동맹을 한편으로, 중-러 연대와 북-러 동맹, 중국의 협력을 반대편으로 두는 구도로 형성되어 있다. 그러면 이제는 이러한 여건 속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총평하자면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복합 위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일방적이고 편향된 외교를 추진한 결과 진영 대립의 전면에 서게 되는 위기를 초래했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한 점은 평가할 수 있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불가피하게 도달할 수밖에 없는 중국, 북한, 러시아의 반발에 대해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2024 평화포럼'에서 기조스피치를 하고 있는 위성락 국회의원
'2024 평화포럼'에서 기조스피치를 하고 있는 위성락 국회의원

한러, 한중 관계는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

한반도의 정세는 지금 극히 위태하다. 긴장과 위기가 어느 때보다 고조되었고 상대적으로 어느 때보다 전쟁 가능성도 높아졌다. 윤 정부의 대북 정책은 '강 대 강'의 대치로 최악의 상태에 있다. 북한은 핵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고 러시아, 중국과 연대를 강화하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은 북한에 대한 억지력과 제재 압박 일변도로 대응하고 있다. 남북이 상호 간에 상호 확증 편향에 따른 판단 착오를 일으킬 가능성도 상당하다. 북한은 적대적인 두 국가론을 선포했고, 한국은 또 공세적인 통일 스토리를 내놓았다. 국민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으며 한국 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한러관계, 한중관계는 모두 수교 이래 최악에 이르렀다. 한중관계의 경우에는 양국 대사가 서울과 북경에서 접촉 제한에 걸려 있다. 지금 주한 중국대사는 공석이고 주중 우리 대사도 조만간 교체될 예정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연대해서 미국 주도의 한미일 연대에 저항하고 있다.


한일관계도 정부의 일방적 강행으로 국민과 멀어져


한일관계에서 현 정부는 국민적 소통이나 야당과의 협의를 생략하고 일방적인 정부의 해법을 강행하고 있다. 그래서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부족한 것이다. 관계 개선을 계속 추진할 정치적 동력의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한다고 내놓은 '3자 변제안'이다. 정부가 뚝딱 내놓았다. 해법 자체가 나쁜 건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해법을 도출하는 과정이 소통하고 여론 수렴을 거쳤어야 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의 거물급 인사들을 포함한 회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민주당의 의원 중에서도 '3자 변제안'과 유사한 법안도 낸 사례가 있었다. 소통하면서 해법을 만들어 내면 여론을 모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일본을 견인하는 정부의 노력도 미흡하다. 일본의 경직된 자세는 한일관계의 선순환을 이끌어 낼 정치적 동력을 저해하고 있다.


외교는 일방적이고, 하나의 카드로만 되지 않아


지금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단순하고 일방에 치우쳐 있다. 한미동맹 강화라는 카드 하나만으로 대외관계 전반을 운영하려고 한다. 옷으로 비유하면 한 사이즈로 모두에게 다 입히려고 하는 것이다. 중국, 북한, 러시아에 대해서는 그들의 반작용까지 감안한 텔레메이드된(특별한) 대책이 있어야 된다. 미일 일변도 외교가 초래한 북한과 중국과의 최악의 관계를 막아야 한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 러시아의 군사 기술 지원 통한 북핵 위협의 고도화, 이런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자칫하면 과거 냉전 시기처럼 한국은 진영 대결의 최전선 국가가 되어 미중, 미러 대립의 전면에 선 국가가 될 수 있다. 한반도 외교안보 핵심 어젠다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 정착, 한반도의 통일 추구가 불가능하게 된다. 과거 냉전 시기에는 우리의 국력이 미미했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한국의 경제력과 독자적인 위상을 갖고 진영 구도에 매몰되어 아무런 역할과 외교를 하지 못한다면 말이 안 된다.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공조를 진전시키면서도 북한과 중국 관계를 관리할 대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미러 대립과 미중 경쟁이 첨예한 국면에서 미국의 동맹의 가치를 동반한 한국이 미국 및 서방과 함께하지 않을 수는 없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동맹과 한일관계를 강화하고 그 기반에서 북중러와의 관계에 대처한다는 접근을 취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미일 관계 강화는 즉각 북한과 중국의 반발을 초래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형 외교 좌표를 세워야 한다


외교는 통합되고 조율된 전략을 수립하고 총체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전략 속에는 미국과의 공조 수위는 어디 만큼이고,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 공간은 어느 만큼인지가 담긴 한국형 좌표가 있어야 한다. 그런 좌표를 갖고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북핵 문제도 억지력 강화와 한미일 공조는 필수지만 그것만 갖고 가면 안보 딜레마가 생겨나서 상대의 역작용을 유발한다. 오히려 북핵 문제는 더 어려워진다. 억지력 강화는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이 아니다. 충분하려면 대화와 협상이 있어야 한다. 억지와 협상은 한꺼번에 배합되어야 한다. 그 배합률이 어느 정도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하나만 가지고 대처할 수 없다. 양자는 함께 운영돼야 한다.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가 대립을 하더라도 사안별로 협력 가능한 영역을 분리해 내려는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한반도의 비핵화, 한반도 평화 정착은 모든 나라가 공감할 수 있는 공통의 이해관계일 수 있다. 이러한 이슈들이 협력 영역에 자리매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거 냉전 시기에도 대립은 하지만 핵 비확산 문제, 핵 군축 문제 등에 대해서는 상호 협력했다. 한중, 한러 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반도 문제 논의에서 우리가 배제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일북 대화나 미북 대화가 열릴 때 우리만 배제되는 참담한 상황이 다시 벌어질 소지가 있다.


기후변화는 협력 영역이 될 수 있어, 남북 기후변화 대응 프로그램 마련해야


국제 정치에서 협력 영역으로서 기후변화라는 주제를 잘 활용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에 심각한 사회적, 경제적, 안보적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모든 국가가 협력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기후변화를 주제로 미국, 중국 등 주요 플레이어들과의 협력을 늘려 갈 수 있다. 그러한 협력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협력 영역을 만들어 가는 것이 건설적이다. 예컨대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정이 있다. 이 파리협정은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고 타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냉전 시기에 특정 영역에서 공조하고 협력했던 것처럼 지금 신냉전 시기에도 미중이 협력하는 영역으로 기후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한반도에도 기후변화는 중요한 이슈다. 한반도는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고, 이것은 자연재해와 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북한은 기후변화에 심각한 취약지다. 기후변화로 인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국가 발전과 주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그래서 남북 간의 공동협력 주제가 될 수 있다. 탄소 배출을 저감시키는 문제, 재난에 대비하는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 협력 가능성이 존재한다. 남북은 기후변화 대응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마련해서 기후 재난 예방과 상호 기후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다. 이것이 추가적으로 긴장 완화와 다른 영역에 대한 협력도 모색할 수 있다.


국제 정세와 한반도 주변 정세는 대립으로 치닫고 있어, 기후변화로 외교의 외연을 넓혀가야


한일중 삼국 협력도 할 수 있다. 한일중 3국은 높은 산업화를 달성하고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이면서 동시에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와 보장에도 직면하고 있다. 2024년 서울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공동 의제로 선언하고 협력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기술 공유나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 기후변화 대응 정책 통합 등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3국이 추진할 수 있는 협력 영역이다. 기후변화 대응 협력은 동아시아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는 기후 협력의 구조 속에 꼭 두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에너지 전환은 핵심 요소이고 러시아는 풍부한 자원 보유국이기 때문에 에너지 영역에서 중요한 파트너다. 또한 러시아는 북극 항로, 시베리아 철도를 통한 물류 분야에 있어서도 기후변화 환경에 맞는 협력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나라다. 여기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

지금의 국제 정세와 한반도 주변 정세는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처는 크게 미흡했다. 우리는 진영 대결 속으로 깊이 들어가 있고 한반도는 긴장과 위기의 전면에 서게 됐다. 냉전 시기의 한국의 외교가 21세기 한국의 외교가 될 수는 없다. 미일과 공조를 강화하면서도 북중미와의 관계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요국 사이에서 은신할 수 있는 한국형 외교 좌표를 가지고 비핵화나 기후변화 같은 협력 가능한 영역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영역의 공통 이해를 주제로 대립을 완화하고 한국 외교의 외연을 넓히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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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3일 전

기후변화 어젠다가 외교의 외연을 넓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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