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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재 교수ㅣ신구대학교 환경조경과ㅣ이제는 추구할 수밖에 없는, 저영향 개발

최종 수정일: 6월 10일

 

이유경 기자 2024-06-06


신구대학교 환경조경과 윤희재 교수, planet03 DB
신구대학교 환경조경과 윤희재 교수, planet03 DB

서울대학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다. 그룹한어소시에이트와 도시건축소도에서 회사 생활을 했으며 도시물환경연구소 소장과 산지보전협회 전문위원, 환경정의 그린인프라위원회 위원으로 일했다. 신구대학교 환경조경학과 전임교수로 최근 저영향 개발과 ESG경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영향 개발(Low-impact development)을 말하다


남들이 볼 때 전공과 다른 일을 한다고 보여도 늘 조경의 영역에 있었다. 외부 공간을 다루는 조경의 특성 상 왜 그곳에 나무와 꽃을 심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왜 그런 인프라가 조성되어야 하는지 알아야만 한다. 예전에는 심미적 기능과 그늘 제공과 같은 일차원적 이유가 뒤따랐다면, 지금은 우리 사회가 탄소 저감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저영향 개발이란 무엇인가? 개발하면 어쩔 수 없이 공해나 오염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사람이 개발을 안 할 수는 없으니 개발하더라도 영향을 덜 주도록 개발하자는 개념이다. 조경의 관점에서는 수질 오염이나 빗물 유출과 관련해 자주 다루곤 한다. 우리나라의 토양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나무가 죽는 이유는 대개 물 때문이다. 종종 가로수의 뿌리가 보도블록 위로 튀어나올 때가 있다. 땅속에 물이 없어서 그렇다. 도시가 개발되다 보니 지하 공간이 만들어지고, 지반이 딱딱하게 다듬어져 땅 밑에 물이 없다. 그래서 나무 뿌리가 물을 찾아 위로 올라온다. 그러나 이런 나무들은 대개 겨울에 얼어 죽는다. 땅속보다 표면이 훨씬 춥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도시 개발이 이루어지던 초기에는, 빗물을 하천으로 빼내는 공사가 최우선이었다. 도시의 규모가 작았을 땐 괜찮았다. 도시와 숲의 경계가 빗물을 저장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 규모가 커지면서 숲과 경계가 무의미해졌고 도시에는 물이 없어졌다. 도시 기온은 예전보다 훨씬 상승했고 사람이 살기도 불편해졌다. 배수가 하천으로만 집중되어 장마철이나 태풍이 올 때마다 한강이 범람하는 건 덤이다. 또 예전의 오염은 축사나 공장처럼 점오염원이었으나, 요즘은 도로 전체와 같은 한 군데로 특정하기 어려운 비점오염원이 많다. 그래서 환경 조경에서는 빗물 유출을 순환 구조로 바꾸는 방안이나 비점오염원을 줄이는 방안과 같은 저영향 개발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성과보다 방향성


빗물제로유출시범사업과 물순환선도도시 등, 저영향 개발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지만 그 성과가 얼마나 컸는지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성과가 얼마가 됐든 그런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되긴 했다. 예를 들어 아스팔트 포장과 투수 블록 포장에 동일한 조건으로 물을 뿌렸을 때, 아스팔트 포장 도로에서 6배나 빨리 기온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를 일반인이 체감하긴 쉽지 않다. 지나친 개발로 인해 무언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존재했고, 그렇기에 환경부와 지자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실제로 환경 개선의 효과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인데,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곳은 기존에 하던 대로만 개발하자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라는 인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90년대 중반에는 생태라는 용어가 보편적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전 국민에게 낯설지 않듯, 저영향 개발도 보편화되길 바란다.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함으로써 현재를 이어가야만


겨울과 여름의 기온 차가 크지 않고, 저밀저층 개발을 진행한 국가와 우리나라의 현실은 다르다. 그런데 막무가내로 도시에 나무를 많이 심고 숲을 많이 만들자고 하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한 평에 3500만 원인 수도권의 땅에 숲을 만들겠다고 100평을 구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35억의 땅에 숲을 만들었다고 기뻐할 주민은 없을 것이다. 조경은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현실성 없는 대안은 배제할 수밖에 없다. 저영향 개발을 고민한 이유는 대체 가능성에 있다. 아스팔트가 투수 블록으로 대체되더라도 비용 차이가 크지 않다. 다만 투수 블록의 관리가 조금 더 귀찮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 고리타분한 생각이다. 공정 무역 커피를 소비할 때, 커피가 특별히 맛있거나 싸기 때문에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조금 더 올바른 세상이 되길 바라며 미각에 양해를 구하고 조금의 돈을 더 투자하는 것이다. 친환경적으로 간다는 개념이 이와 같다. 사람이 무조건 편리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 서로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을 양보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이해해서 더 나은 변화를 추구했으면 한다. 무엇이든 한 방에 바뀌는 건 불가능하지만, 교육이든 언론이든 사람의 인식을 조금씩 바꾸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개인이 베란다에 녹색의 공간을 만들다 보면 도시 녹지가 늘어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가 먼 미래에 빈 집이 늘면 숲으로 조성할 수도 있다. 결국 강조되어야 할 것은 개인의 노력이다. 공공은 이미 친환경적 방향으로 노력할 수밖에 없으나, 인간의 필요와 예산의 한계에 의해 아직도 불가능한 영역이 너무 많다. 다수의 인식이 변화할 때까지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갔으면 한다.


우리는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확실히 우리는 예전보다 나아졌다. 예전에는 가로수가 간판을 가린다며 소금물로 가로수를 말려 죽이고 철거하도록 민원을 넣었다면, 이제 우리는 초록의 필요성을 안다. 정원박람회나 기후 위기 대응 심포지움도 끊임없이 열리고 있다. 예전보다 경제적으로도 풍족하니 꽃과 나무에도 관심을 갖는다. 그뿐이랴? 이제는 지속가능한 박람회나 정원을 고민하기도 한다. 예전에 고양 꽃박람회에 엄청 큰 고래 조형물을 만들었고, 박람회가 끝난 후 이를 폐기하자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해당 박람회와 대형 조형물이 우리나라 화훼 업계를 대표함에도 한 번 쓰고 버리다니 문제라는 것이다. 이번에는 같은 조형물이어도 버리지 않고 인천으로 옮겨져 전시한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것도 재활용이고, 사람들의 항의를 받아들여 ‘어떻게 낭비하지 않을지’를 고민함으로써 세상이 변화한 것이다. 우리가 잘하는 일들은 칭찬하며, 앞으로 어떤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십시일반 노력하는 과정이야말로 발전을 가져오리라 믿는다. 요즘 같은 시대에 너무 암울하게만 환경을 바라보는 일보다, 긍정적인 방향성을 지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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