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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택 | 기후위기의 시대, 스포츠의 생태계를 살려야

 

운동생리학을 전공한 이대택 교수가 말하는 기후위기의 시대, '스포츠권', 그리고 스포츠에 대한 편견 없애기


2024-11-13 박성미 총괄

이대택은 국민대학교 체육대학 교수로 지구의 자연 환경에 인간이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연구한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체육교육학과 석사,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운동과학과(운동생리학 전공)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 연방 과학기술자문위원회 장학연구원(National Research Council Resident Research Associate), 미 연방 육군환경의학연구소 객원연구원(US Army Research Institute of Environmental Medicine Research Fellow),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미국올림픽위원회 올림픽트레이닝센터 방문연구원을 역임했다. 저서로 , 『인간은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는가』, 『저랑 우주여행 하실래요?』,『인간사냥꾼은 물위를 달리고 싶어했다』, 『비만 히스테릭』, 『지구인의 비밀』, 『영양시대의 종말』 등이 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 ‘지구인’이 지구의 자연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이대택 박사가 쓴 책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 ‘지구인’이 지구의 자연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이대택 박사의 책.

'체육'과 '스포츠'는 같은가? 다른가?


전공이 운동생리학이다. 생리학이 왜 체육대에 있냐고 다들 묻는다. 운동선수가 11월 서울에 있다가 더운 나라로 가게 되면 시차도 바뀌고 날씨에 적응해야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이것을 연구하는 것이 운동생리학이다. 체육학은 생물학, 생리학, 의학 등 종합과학 성격을 가진다. 인체의 운동 능력을 주제로 연구한다고 보면 된다. 체육은 말 그대로 교육 성격이 강하고 스포츠는 좀 더 다른 개념들을 포함한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체육에 대한 편견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보는 것이 올림픽이다 보니 국가대표나 운동선수들만 본다. 체육대도 운동선수가 가는 대학이거나 운동만 잘하면 가는 곳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 실기를 보지 않는 체대들도 많다. 체육학은 인간의 몸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간의 몸이 물질이니 물질과학, 자연과학은 기본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동물학자 데이비드 애튼버러에 대한 로망


생물학과를 가고 싶었다. 동물생태학이 너무 재미있었다. 중고등학교 때, 시골에 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몇 시간씩 ‘거미’를 지켜 봤다. 집 짓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동물의 왕국’이 제일 재밌었고 미국 유학 가서도 다른 건 안 해도 일기 쓰듯 매일 보던 것이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나오는 동물 다큐멘터리였다.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유명한 BBC 자연다큐멘터리의 진행자로 동물학자다. 수십년 전부터 애튼버러는 환경을 말하던 분이었다. 최근 십여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기후'를 강조하고 있다. 2020년 넷플릭스에 ‘데이비드 애튼버러: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라는 작품이 공개됐는데 당시 그의 나이가 93세다. 반세기를 넘는 동안 동물과 함께 평생을 살아온 거장이 경고한다. 지구에 수많은 생명이 사라지고 있고, 지구에 재앙이 오고 있으니 막아야 한다고. 체육학에서 생물과 관계있는 분야가 생리학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다들 체육과 교수가 왜 그리 기후와 환경에 관심이 많냐는 질문을 한다. 그러면 답한다. 동물에 관심 가진 지 40년이 지났다고.



기후위기가 끌어올린 '올림픽', 또는 '스포츠'가 잃어버린 가치


모든 것에는 나름대로의 가치와 기능이 있다. 올림픽도 순기능이 있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고 '잃어버렸던 가치'가 다시 보인다. 잃어버린 것은 다시 원래 갖고 있던 것을 잃어버렸으니 찾아오면 된다. 스포츠의 중심이던 것이 주변이 되었다. 기실 수십년 동안 우리는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본 적도 없었고 볼 수도 없었다.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경기를 보고 박수 치고 환호하는데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부담했다. 하지만 그 부담은 당연해 보였고, 서로 그 부담을 지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당연히 보이지 않게 되었다. 100년 전 올림픽 때 만해도 인간들이 운동 경기를 연다고 멀쩡한 산을 깎아내리고 노동자가 죽어가는데 ‘모두를 위해서’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렇지 말아야 할 시대다.

그런데 올림픽위원회(국제올림픽위원회, IOC,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는 안 변한다. 독과점이기 때문이고 다른 걸 상상할 밑천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올림픽위원회가 변한다면 이유는 하나일 것이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변한 것 하나뿐이다. 사회를 위해서 변한 게 아니다. 지금 올림픽은 모든 스포츠의 기준이다. 따라가지 않으면 스포츠가 아닌 게 되어 있다. 이데올로기다. 국제 스포츠는 IOC와 종목 단체가 있지만 전 지구에 국제 스포츠 시스템은 IOC 하나밖에 없다. IOC라는 거대한 나무가 하늘을 다 가로막아서 빛을 보지 못하니 어떤 다른 것도 자생하지 못한다. 올림픽이 스포츠는 맞지만 올림픽만 스포츠인 것은 아니다.


의식주(衣食住), 그리고 동(動)


의식주(衣食住)는 사람이 사는 데 필수 요소다. 여기에 동(動)이 추가되어야 한다. 태어나는 순간 호흡하듯이, '움직이는 것'도 필수 요소다. 그 형태가 스포츠다. 그래서 스포츠는 누구든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스포츠'는 이런 것이다라고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규정된 스포츠'를 보고 자랐다. 갇혀버렸다. 올림픽은 공정성, 심판, 메달 등으로 스포츠를 규정해 왔다. 스포츠를 규격화하는 데 성공했다. 규격화는 편하고 효용성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버려지는 것들이 있다. 버려지는 것들 중에 나중에 밝혀진 귀중한 것도 있다. 다양성이 죽고 다양성의 기회가 사라졌다.

현재의 스포츠는 규격에서 어긋나면 스포츠가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그것을 수십년 동안 보고 살아왔기 때문에 레시피대로 만들어져서 정형화된 그 맛에 익숙해져 버렸다. 다른 맛이 맛으로 안 느껴지고, 맛이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올림픽을 보면서 박수 치고, 뿌듯하고, 애국가 나올 때 감동인 점이 분명 있다. 이것을 '국가주의'라고 비난해도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이 유일하고 '전부'인 듯 보여 주는 것은 잘못되었다. 대한체육회나 국민체육진흥법이 수십년 동안 시스템으로 존재하면서 우리나라 스포츠는 그렇게 변해 버렸다.


생활 일부로서의 운동


가족이 함께 먹고 입고 함께 잠자면서 한 공간에서 생활하듯이, 운동도 함께 움직이는 기본적인 삶이 되어야 한다. 주위에 운동하는 사람이 많거나 운동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스포츠가 메달로 들어오면서 글레디에이터(Gladiator)가 만들어졌다. 우리는 동조했고 박수 쳤고 환호했다. 또 한 쪽에서는 운동해야 몸에 건강하다라는 잘못된 이데올로기에 빠져서 운동을 두고 걱정하고 산다. 비만도 통계고 콜레스테롤도 통계일 뿐이다. 몸이 알아서 해 준다. 내 몸을 믿어야 한다. 사람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자게 하는 것, 쉽게 아무 데서나 웬만한 건물에서 편하게 똥 쌀 수 있게 하는 것,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 그런 도시가 우리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의식주동(衣食住動)이 권력이 되는 문화를 막아야


의식주가 권력이 되고 명예가 되고 돈이 되면 그 순간 다 망가진다. 그래서 지금 지구가 망가졌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움직임'이 규격화되고 제도화되고 상업화되고 권력화되었다. 지금 우리는 그 역사 안에 있다. 음식이 권력이 되고 집이 권력이 된 것처럼 200년 후에는 숨 쉬는 것도 돈을 내야 할지 모른다. 체육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해야 될 일은 속도를 늦추거나 그걸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태어나면서 갖고 있던 기본 권리가 권력화, 상업화, 제도화되어 비싸게 만들거나 사람들이 마치 꼭 그래야 되는 것처럼 인식하게 하는 문화에 빗장을 걸고 싶다. 환경과 기후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환경이 다른 동물들과 어떻게 조화롭게 사느냐 정도에 끝났다면, 기후는 그 문제가 아니다. 기후는 다 죽는다. 공멸한다는 뜻이다  


'스포츠권'을 주창하다


체육은 글자 그대로 '피지컬 에듀케이션'(Physical Education)이다. 육체 교육, 그것이 체육이다. 스포츠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인간의 육체적 활동이다. 국가 엘리트 선수를 키우는 것이 '체육'이 되어 버렸지만, 스포츠는 대표선수나 운동선수를 양성하는 교육이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또는 경험하지 못하고, 듣도 보도 못한 ‘스포츠’라는 영역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상상조차 못하고 있다. 스포츠권은 생명체로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지고 있는 고유의 권리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신체적 자유'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민주주의 헌법이 규정하는 신체적 자유, 그 이전에 생명체로서 '육체적 자유'가 있다고 본다. 태어나는 순간 숨을 쉬듯 누구든 움직일 수 있어야 된다. 그것이 보장되어야 된다. 그것을 ‘스포츠권’이다. 육체를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자유가 동물에게도 있어야 하고 당연히 인간에게도 있어야 한다.


‘스포츠는 모든 사람의 기본적 권리이다’

2019년 스포츠분야 전반을 혁신한다는 목표아래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출범했고 총 7차에 걸친권고문이 실려있다
2019년 스포츠 분야 전반을 혁신한다는 목표 아래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출범했고 이 자료에는 총 7차에 걸친 권고문이 실려 있다.

2019년 스포츠분야 전반을 혁신한다는 목표아래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출범했고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와 혁신방안—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문집』은 총 7차의 권고문까지 한 활동을 담았다. 내용을 보면 4차 권고문에는 '모든 사람의 '스포츠권'을 보장하기 위한 '스포츠기본법' 제정을 권고한다. 첫 문장이 ‘스포츠는 모든 사람의 기본적 권리이다’로 시작하는데, 이 문장 하나를 만들기 위해 정말 고민했었다. 우리나라는 대한체육회가 KOC까지 맡고 있다. 엘리트 스포츠와 전국민의 스포츠 권리에 대한 것까지 모든 것을 다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맡겨 버린 것이다. 누구나 운동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운동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의 도시는 집 가장 가까운 곳에 보건소가 있는 것처럼 가장 가까운 곳에 움직일 수 있는 공간, 운동장이 있어야 한다. 복지시설이 아닌 기본시설이어야 한다. 국가가 엘리트만 지원했기 때문에 40년 동안 우리는 기본권을 놓쳐 온 것이다. 돈이 있어야 운동할 수 있다면 기본권이 아니다. 공공시설로 존재해야 한다.


스포츠는 생태계다. 다양한 스포츠가 만들어져야 한다


스포츠는 다양한 방식으로 다르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산꼭대기에 사는 사람들의 축구장이 IOC 규격에 맞출 필요도 없고 맞추는 순간, 우리는 기후위기,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자연 파괴의 공범이 된다. 경사진 곳에 축구장은 그곳 지리에 맞춰 꾸며져야 하고 거기에 맞는 규율을 서로 만들고 함께 즐기면 된다. 이런 것이 스포츠여야 한다. 공동체가 공감하면 스포츠는 무엇이든 스포츠가 될 수 있다. 정형적이지 않은 스포츠를 즐겨야 우리가 알고 있던 종목 이외의 새로운 종목도 만들어진다. 실제로 새로운 스포츠는 계속 나온다. 안타까운 것은 어떤 종목도 시작은 그렇지 않았을 텐데 다들 IOC 기준에 맞추려고만 한다. 스포츠도 생태계다. 다양한 생태계를 허용해야 한다. 지금의 기후위기에서 스포츠가 살 수 있는 방법은 규격화된 것에서 빠져 나와 여유로움을 찾아야 한다. 스키를 못 타면 다른 방식으로 스키와 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어떤 스포츠를 만들어 내면 된다. 스키는 그냥 접어 버리면 된다. 인간은 그렇게 해 왔고, 그럴 능력이 있다. 기후위기로 시설 못 짓고 체육관 못 지으면 운동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받아들이면 안 된다. '스포츠'에 대한 상상력을 가져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스포츠 정신과 스포츠 시설


기후위기 시대에 살면서 융단 같은 잔디에 전기, 물 써가며 스포츠해야 하는가. 스코틀랜드의 양치기들은 돌맹이로 골프를 쳤다. 올림픽 수영경기도 처음에는 강에서 했다. 지금도 다 기록으로 인정하고 있다. 올림픽 취지가 메달 따는 게 아니고 전 '세계 인류 평화’라면 기후위기 시대에 스포츠 정신을 말하면서 몇 십억, 몇 백억짜리 시설 짓고 자랑하면 안 된다. 경기가 끝나면 승부에 상관없이 서로 인사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 스포츠 정신이다. 엄청난 시설에서 따뜻하게 경기하는 동안 지구는 난리가 나 있다. 그것은 스포츠 정신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지금 멈추지 않으면 먼 훗날에는 스포츠인 모두가 공범이 된다. 자기 분야에서 노력하지 않으면 지구는 공멸한다. 인류 평화를 위해 한 곳에 수십만이 모였을 때 사용되는 연료가 얼마일까 생각해야 한다. 집 근처에서 할 수 있는 스포츠 활동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스포츠 시설도 기후 환경에 따라 맨땅에서도 축구할 수 있고 잔디에서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시설 기준이 안 맞고 IOC 기준을 따지면 답이 없다. 스포츠를 둘러싼 수십년간의 고집스런 생각을 이제 내려놓아야 한다.


이대택이 간다


누군가에게 전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상상하지 않는 것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체육에 대한 고정관념이 다들 너무 고집스럽다. 깨거나 뛰어넘어 이야기해야 되는데 시간이 걸리고 어렵다. 처음부터 이상한 얘기하면 굳어버리니까 잘 안 하게 된다. 최근 유튜브를 시작했다. 천천히 혼자서 촬영하고 혼자서 편집하고 올린다. ‘스포츠 도서관’이라는 교양과목도 처음 시작했다. 법, 제도, 대한체육회, IOC, 기후위기, 문화, 사회문제까지 조금씩 다 다루고 있다. '이대택 TV'에서 조금씩 더 말하려고 한다. 스포츠 중계 TV 앞에서 사람들은 박수 치고 있는데, TV 뒤쪽에서는 딴 놈들이 킥킥거린다. TV에 나오는 멋있는 선수, 서사가 있는 선수, 힘들었던 선수를 보면 안타까워하고 박수 친다. 체육인들은 뭐 하는지 모른 채, 기후를 망치는데도 그것을 모른 채,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경기한다. 기후위기에 내버려 두면 지구가 망하는 것처럼, 지금 내버려 두는 순간 체육계도 망한다. 누군가는 알려야 한다.



댓글 2개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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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10시간 전
Rated 5 out of 5 stars.

스포츠 쪽에도 이렇게 폭넓은 사고를 가진 분이 계시다니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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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하루 전
Rated 5 out of 5 stars.

멋진 교수님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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