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경 기자 2024-05-09
어릴 적부터 물리학을 좋아했던 그는, 산림청이 생길 예정이고, 임학을 전공하면 취직이 쉬울 것이라는 형들말을 듣고 산림과학의 길을 걷게 되었다. 서울대학교와 아이오와대학교에서 임학을 전공하며 관심사가 생물과 생태로 바뀌었다. 신의 뜻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서울대학교 은사인 현신규 박사의 제안으로 귀국 후, 산림청 임목육종연구소 전문직원이 되었다. 1981년 11월, 서울대학교 조교수를 맡았고 현재는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의 명예교수다. 2011년 산림청장에 임명되어 2년 2개월간 일하였다. 산을 사랑하고, 산을 닮아 미소가 선한 산림학계의 영원한 스승, 이돈구 교수를 만났다.
숲은 인간과 모든 육상 동식물의 고향
숲은 인간과 모든 육상 동식물의 고향과 같다. 기독교 성서에서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이라는 숲에서 살았다. 오늘날과 같은 도시가 만들어지기 전, 모든 인류는 숲에서 의(衣), 식(食), 주(住)를 해결했다. 수렵, 채집, 사냥만으로 목숨을 이어가던 선사시대부터, 농업혁명이 일어난 이후에도 그러하다. 지금도 숲은 인간에게 산소, 물, 산나물, 열매, 버섯, 목재, 아름다움과 같은 엄청난 혜택을 제공한다. 사람들은 숲에서 쉬고, 놀고, 치유받는다. 숲 생태계 안에서 생물들은 경쟁하기도 하지만 서로 조화를 이루고 서로 돕고 살고 있다. 숲의 생명이 하나 꺼지면 미생물이 분해하여 다른 생물에게 생명을 제공하는 것처럼 말이다.
20년 만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
일본의 수탈과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 세계인들은 후진국이었던 대한민국이 산림녹화를 성공시킨 유일한 나라라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산림녹화는 1973년부터 1988년이라는, 20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의 숲은 숲 선진국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수종의 다양성이 높다. 다른 온대 지역 국가와 비교했을 때 고유 수종이 많아 병, 해충에 강하고 산이 많아 굴곡진 모습이 아름답다. 임업 선진국들은 대개 평지가 많고 인공적으로 조성된 단일 수종의 숲이 많아 해충과 자연재해에 더 약하다.
우리의 숲이 성공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가 외래종의 도입이다. 처음 산림녹화를 시작했을 당시, 한국 토양이 매우 척박했기에 고유 품종을 심어도 살아남기 어려웠다. 그래서 외국에서 도입한 수종을 교잡시켜 좋은 특성만 갖는 품종을 만들어 심기도 하였다. 그 예로 리기테다소나무(리기다소나무와 테다소나무의 잡종 소나무)와 은수원사시나무(은백양과 수원사시나무의 잡종 포플러)가 있다. 이때 심은 리기다소나무, 아까시나무, 오리나무류가 약 50년 동안 한국의 녹화에 크게 기여했다. 지금은 고유 수종인 참나무류, 소나무류에 밀려 자연 쇠퇴하는 중이다. 성공의 또 하나의 요인은 한국 사회가 나무 땔감 대신 구공탄 등의 대체 연료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나무를 베지 않아 보존될 수 있었다. 새마을운동 시기로 정부 주도 아래, 많은 주민이 협동과 봉사 정신으로 녹화 산업에 참여하게 된 것도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다.
산에게 주는 것 없이 오직 얻고만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숲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적었다. 2000년대 들어서 숲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등산 인구가 연간 3,000만 명이고, 숲 가까이에 있는 주거지가 인기다. 세대별로 숲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목재 생산이라는 숲의 기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 세대는 휴양, 생물다양성 등에 관심이 있어 ‘나무 베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 이런 관심에 비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가 산에게 주는 것 없이 오직 얻고만 있다는 점이다. 숲의 선진국이라 부르는 독일, 스칸디나비아에 있는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그리고 일본, 미국, 캐나다 국민들은 정말로 산과 숲을 아끼고 가꾸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 외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그리고 호주도 숲을 잘 가꾸고 있으며, 국민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스웨덴 천연 원시림에는 자전거도 타고 갈 수 없고, 말을 타거나 걸어서만 입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경우, 남의 산에 무단 출입하며, 임산물(열매, 산채, 버섯, 산도라지, 산삼 등)을 마구 채취하는 사람이 많다. 케이블카가 설치된 산에서는 등산로 이용을 없애고 케이블카만 이용하도록 해야 하는데, 등산로와 케이블카를 모두 운영하며 이중 훼손이 일어나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뿐인가, 등산로 외의 길을 이용하며 자연을 훼손할 때도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같이 인공 숲의 비율이 높으나, 계획적인 목재 생산과 효율적인 산길 운영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훼손도가 현저히 낮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도 배웠으면 한다.
숲을 가꾸는 것이 국가 예산에 큰 도움을 준다
앞으로는 녹화할 때 심은 나무와 자연적으로 자란 나무를 솎아베기하여 큰 나무로 자라게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면적이 630만 정보인데 400만 정보가 개인 사유림(산주가 200만명이므로 평균 2정보: 20,000평방미터)이라 임업이 되지 않고 있다. 국가가 매년 사유림을 매입하고 있으나 개인 소유주가 팔려고 하지 않는다. 임업 활동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사유림까지 국가가 나서서 지원하고 수익이 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목재 자급률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만일 1% 정도라도 목재 자급률을 올린다면, 2,000억원 정도 예산을 줄일 수 있다. 나무를 자라게 하고 숲을 가꾸는 것이 국가 예산에 큰 도움을 준다. 숲이 갖는 직간접적 공익 가치가 260조원 이상이다. 산림청 연간 예산은 2조5000억원 정도라, 나라 전체 예산의 1%정도 받을 수 있다면 현대적 기계화 첨단 임업까지도 가능하리라 믿는다.
숲은 인류 공동의 자산
숲의 가치는 한국 내의 것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기후변화에 따른 온도 상승이 심각한 지금, 숲은 인류 공동의 자산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숲(나무,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유기물인 목재로 바꾸고, 스스로 탄소를 고정하므로 육상생태계에서 유일하게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존재이다. 그러니 공간이 생기면 나무나 식물을 심어야 한다. 앞으로는 모든 세대가 지역에 따라 만나서 소통하여 서로의 합의점을 찾아서 숲을 보전하면서 나무를 베기도 해야 한다. 나무를 그냥 방치하면 놔두면 잘 자라지 않아서 이산화탄소 흡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또한 이산화탄소를 또한 많이 배출하는 국가이다. 국내 식재를 넘어, 해외에도 조림하여 한국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상쇄하면 세계적 이익이 된다. 우리의 산림녹화 기술을 ‘아시아산림협력기구(Asian Forest Cooperation Organization: AFoCO; 한국이 만든 산림 분야 국제기구)’에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아시아 대륙은 물론, 아프리카, 남미에 원조를 줘서라도 나무를 심고 가꾸어 주되, 장기적 지속이 가능하도록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한국의 해외 조림 목표가 약 100만 정보인데 현재 절반 정도 달성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100만 정보 이상 해외에 조림하도록 추천하고 싶다.
지산지수 지수지인(知山知水 知樹知人)
우리는 치산치수(治山治水)라고만 하여 배워 왔는데, 산을 실제로 다루기가 쉽지 않다. 지산지수 지수지인, 산에 가서 보고 배워야 물이 어디에서 나오고 흐르는가를 알 수 있고, 나무를 보고 알게 되면 나무가 가지고 있는 깊은 뜻을 배워서 사람도 알 수 있다고 생각이다. 대학생 시절, 전라남도에 지리산과 백운산에 있는 숲을 가끔은 갔으나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연구를 위해 학생들과 매년 10번 이상 강원도 가리왕산, 중왕산을 찾으며 산을 배웠고 그때서야 '지산지수 지수지인'을 알게 되었다. 독일의 속담에도 “질문이 있다면 (모르는 것이 있으면) 나무에게 물어보라.”라는 말이 있다. 오래된 나무는 오랜 세월의 역사를 간직하고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인간은 우주에서 수많은 행성 중 하나인 지구에 태어나 먹고 마시고 숨을 쉬며 살아가는 티끌 같은 존재이다. 오늘의 풍요는 자만할 일이 아닌 신께 감사할 일이다. 평범한 시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돕고 살아가는데, 일부의 어떤 이들은 이웃을 괴롭히기도 하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은 숲에 가서 봐야 한다. 경쟁이 있으나 서로 돕고 사는 숲, 인간은 그 숲을 사랑하고 배워야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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