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8 이상호

이상호 박사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경상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용노동부장관 정책보좌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전문위원, 국회 정책보좌관, 민주노총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폴리텍Ⅱ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2024년 9월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산학협력단 부단장으로 일하고 있다.
인구의 10%가 대학생

태양의 도시라고 불리는 독일 남서부 중소도시 프라이부르크(https://visit.freiburg.de/)는 젊은 도시이다. 인구 25만 명 중 약 10%에 해당하는 2만5천 명이 대학생들이다. 그뿐만 아니다. 2018년 당선된 현 마틴 호른(Martin Horn) 시장은 당시 나이가 34세였다. 완전한 청년 시장이다. 태양의 도시 프라이부르크가 이렇게 젊은 이유는 뭘까? 그 이유와 역사를 아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시민 주도 행동주의의 성공적 모델
단초는 1978년 7월 초 전개된 핵발전소 건설 반대 운동이다. 당시 독일 전 지역에서 모인 수천 명의 시위대는 프라이부르크시 외곽에 있는 검은 숲(Schwarzwald)에서 9개월간 야영하면서 그곳에 건설될 예정이었던 핵발전소 건설을 저지하는 데 성공한다. 이것이 '시민 주도 행동주의'의 성공적 모델로 상징화되고 프라이부르크는 '대안적 녹색 운동'의 근거지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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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빽빽해 검게 보인다는 '검은숲(흑림,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은 시민들의 힘으로 원전 건설을 중단시킨 곳으로 독일 반핵 운동의 상징적 지역이다. 유럽 전체의 반핵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1980년대 독일 녹색당(Green Party) 창당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사진 https://www.environmentandsociety.org/arcadia/new-watch-rhine-anti-nuclear-protest-baden-and-alsace
그 후 수십 년 동안 프라이부르크는 환경 경제학 및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연구의 허브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녹색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특히 2002년 독일 최초의 녹색당 시장으로 디터 살로몬(Dieter Salomon)이 선출되면서 태양의 도시로서의 명성은 더 높아졌다.
태양광 지붕으로 냉온방을 해결하는 축구 경기장

프라이부르크의 녹색 기적은 정치권에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만큼이나 광팬이 많은 독일은 각 지역마다 크고 작은 잔디 구장이 수없이 많다. 인구 25만에 불과한 프라이부르크에도 지역 구단인 SC 프라이부르크의 전용구장은 수용 규모가 2만5천 명에 이른다. 독일 최초의 태양열 축구 경기장인 SC 프라이부르크의 홈구장은 1993년 관중석 지붕에 태양 전지판을 설치한 이래 연간 25만kWh의 전력을 생산하여 경기장에 전력을 공급하고 남는 전력은 지역사회에 공급하고 있다. 경기장에서 만난 스타디움 관리인 위르겐 슈미터(Juergen Schmidt) 씨는 30년이 지나가는 지금도 경기장의 태양광 돔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일부 태양열 난방장치를 추가하여 겨울에도 경기장 시설에 필요한 온수와 난방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 친화 주거 커뮤니티 '보방(Vauban)'

프라이부르크를 생태 친화적 도시라고 일컫는 이유는 독일의 거대한 산림지대인 검은 숲의 접경 지역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간 생활의 기본적 조건인 주거문화 또한 지속가능성과 환경 친화적 접근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프라이부르크 도심 3킬로미터 근방에 조성된 주거 코뮤니티 보방(Vauban)이다. 개발 업체로부터 주택을 임대하거나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생각하는 생태적 주거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함께 땅을 사서 직접 아파트를 짓는 공동체 건축 방식을 취하고 여기에 야심 찬 친환경적 주거 정책을 결합시켰다. 보방(Vauban)의 현재 약 5500여 명의 주민은 약 40헥타르에 달하는 토지에 협동조합 주택, 개인 주택 또는 사회 주택에 살고 있다. 모든 주택은 프라이부르크의 저에너지 건축 기준인 65kWh/SQM을 준수해야 하며,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는 인근에 위치한 목재 칩으로 구동되는 난방 시스템에서 공급되고 있다. 그 외에도 옥상 정원, 음식 공유 식료품 저장소, 유기물 폐기처리시설, 갈등 해결 워크숍 및 협동조합 슈퍼마켓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방 지구의 친환경 생태 친화적 도시 생활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자가용 보유 대수다. 보방에서 자동차 소유는 주민 1000명당 172대인데 반해, 프라이부르크 다른 지역은 393대이고, 슈투트가르트와 같은 인근 산업도시의 경우 531대에 이른다.
생태 친화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시민 민원서비스

생태 친화적인 도시재생에 대한 시장의 의지와 시민의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얼마 전에 완공된 '시청 민원서비스 센터 (https://www.freiburg.de/pb/205243.html) 건물이다. 실내는 밝고 아늑해서 관공서라기보다 현대적인 쇼핑몰의 넓은 아트리움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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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외관은 약 4000㎡의 태양광 모듈로 덮여 있는데, 2017년 준공 당시 세계 최초의 '공공 플러스 에너지 건물'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공공 플러스 에너지 건물'이란 자신이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그 잉여분을 도시의 전력망을 통해 다른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건물을 말한다. 16년 동안 시장을 역임한 전 디터 살로몬(Dieter Salomon) 시장에 의해서 구상된 이 건물의 태양 전지판은 첫해에 560㎿의 전기를 생산했는데, 이는 4인 가구 140가구의 연간 사용량과 맞먹는 용량이다. 이렇게 태양의 도시 프라이부르크는 지난 수십 년간 생태 도시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해 왔다. 최초의 녹색당 시장을 배출할 만큼 생태 지향적 삶에 대한 시민의 바람이 강했기에 축구장 돔과 새로 짓는 시청 부속 건물의 벽면을 태양광 패널로 바꿀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태양의 도시 프라이부르크를 세계적 생태 도시로 거듭나게 만드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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