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 기자 2024-09-27
기획 | 기후위기의 시대, ‘기후 돌봄(Climate Care)’공동체를 찾아가다
<편집자주> 기후위기의 시대, ‘기후 돌봄(Climate Care)’이 새로운 대응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 돌봄은 인간과 비인간 모두를 대상으로 한 돌봄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환경에 적응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단순한 기후변화 대응을 넘어, 재난과 위험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모색한다. 지역 주민들이 주도하는 기후 돌봄은 위기 상황에서 서로를 돌보며 회복력을 키우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지역 사회가 중심이 되어 에너지 자립, 친환경 농업, 자원 순환 등 지속가능한 생활 방식을 도입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동체는 기후 재난 시 취약 계층을 보호하고, 심리적·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재난 대응력과 적응력을 높인다. 성북기후행동,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 성대골에너지자립마을, 노을공원시민모임 등 다양한 기후 돌봄 공동체가 이미 이러한 실천을 통해 지역사회의 회복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들은 지역 주민들이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학습과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며,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함께 요구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회복을 촉진한다.
이선임은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운영위원, 녹색서울시민위원회 기후대기분과위원, 성북기후위기비상행동, 성북구탄소중립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환경교육지도사3급 자격이 있다. 2018년 비영리민간단체활동가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수료했고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에서 이사장으로 있었다. 지금은 성북기후행동에서 공동대표로 기후 운동을 하고 있다.
협동조합인과 환경활동가라는 정체성
결혼 전에는 사진을 찍었다. 출산하던 해인 2004년 한국생협연대(현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조합원으로 가입해 2006년부터 조합원들과 마을 모임을 시작했다. 아이쿱생협은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를 매개로 도농상생하는 소비자 중심 생활협동조합이었다. 생협조합원으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레 먹거리와 환경 공부를 하게 됐다. 2006년 여성환경연대에서 기획한 환경관련 강의를 수강한 계기로 회원이 되었고 2008년부터 교육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2010년 부터 서울아이쿱생협 식생활위원장으로 조합원 대상 식품안전교육도 진행했다. 이후 협동조합인이자 환경활동가라는 정체성을 갖고 지금껏 활동해 왔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일했다. 지금은 20여 년 동안 살고 있는 성북구에서 동네 사람들과 기후 운동 중이다.
성북기후행동의 시작
2020년, 코로나19라는 이전에 없던 두려움으로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 코로나19가 단순한 감염병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후위기가 근본적 원인이라는 점에 공감한 몇 사람이,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으니 당장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여럿이 모일 수 없던 상황에서 마침 전국 단위로 동네방네 1.5도라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위한 캠페인이 있었다. 여기 참여해 2m 간격으로 현수막을 들고 성북구의 성신여대입구역~한성대입구역~성북동(녹색연합) 피켓팅 행진을 했다. 이를 계기로 매달 기후를 위한 행진을 하기로 했다. 2021년 우리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더 모으기 위해 오픈채팅방을 열었고, 28명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성북기후행동에서 자발적으로 하는 일들
성북기후행동은 초동모임이 2020년이고 결성 및 창설은 2021년 3월에 있었다. 처음에는 성북기후위기비상행동으로 출발했고 2024년에 성북기후행동으로 명칭을 줄였다. 바쁜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기후시민을 확대해보려고 매달 모였고, 피켓팅과 회의도 진행하고 있다. 여러 활동들에 연대하며 공부를 함께하고 있다. 현재 성북기후행동에는 118명 정도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기후 활동 전반의 최신 정보나 이슈를 공유하며 모두모임을 매달 갖고 있다. 강연이나 캠페인, 정책 활동, 연대 활동 관련 소식을 서로 전달하며 자발적으로 꾸려가고 있다. 필요에 따른 분담금을 내려고 자체 회비도 자발적으로 모으고 있다. 2023년까지는 대표를 맡았고, 2024년에는 공동대표 3인이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나도 그중 하나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공동체의 힘
지금의 체제나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개인의 소소한 실천 만으로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 발상의 대전환과 실제 생활 속에서 생태전환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성북기후행동은 마을에서 자발적으로 모였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를 겪으며 그 원인을 함께 성찰하고, 함께 방법을 찾고, 함께 행동해 왔다. 이런 시기일수록 공동체가 가진 힘이 중요하다. 각자도생을 부추기는 사회가 더 단단히 굳어지기 전에 자꾸 만나고 더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여기서 해결 방법이 나올 수 있다. 다만 목표만을 향해 전진하다 보면 지치고 실망이 커지는 법이다. 작은 변화에도 크게 기뻐하며 곁에 있는 동료들과 지치지 않고 기후 운동을 이어가고 싶다. 유머를 장착하고 정당한 요구를 하려 한다. 탈핵, 탈원전, 탄소중립 등 이 모든 일은 기후뿐만 아니라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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