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 기자 2024-08-30
이원재는 2005년생으로 경북대학교 자율전공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중학생 시절 지구사랑탐사대에서 활동한 이후로 이화여자대학교 동물의사소통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있다. 생명다양성재단에서 바이오필리아 그룹의 장을 맡고 있다. IUCN SSC 양서류 전문가 그룹에서 역대 최연소 멤버이자 유일한 한국인으로 활동 중이다.
14살, 동물의사소통연구실에 들어가다
중학교 1학년이었던 14살부터 동아사이언스에서 주최하는 지구사랑탐사대라는 시민 과학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때 이화여대 동물의사소통연구실의 장이권 교수 님이 프로젝트를 맡았다. 지구사랑탐사대에서 교수 님과 같이 대만의 동물들을 보러 갈 기회가 생겼다. 그때가 딱 1월 1일 새해가 되는 날이어서 대만의 101타워에 불꽃놀이를 보러 갔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서 지하철을 못 타고 1시간 동안 걸어서 숙소로 돌아와야 했다. 그때 장 교수 님에게 이것저것 여쭤보고 그러니까 교수 님이 어린 나이에 그런 질문과 생각들이 좋으니 연구실에 와서 한번 얘기해보자고 했다. 그때부터 연구실에 나가서 잡일도 하고 논문 정리하는 법도 배우고 연구 보조도 했다. 이제 대학교에 들어가서 내 개인 프로젝트도 하고 큼직큼직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게 됐다.
보고 싶은 동물을 찾아 몇 시간씩 운전해서 데려다 주시던 부모님
내가 이렇게 생물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데에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부모님께서는 기본적인 생명윤리에 대해 되게 깨어 있던 분들이었다. 비 오는 날에 지렁이들이 밖에 나와 죽는 경우가 많은데, 어머니께서 급한 길을 가다가도 어떻게든 흙 쪽으로 지렁이를 놓아주던 모습을 어렸을 때부터 보아 왔다. 내가 과학에 관심이 많은 걸 보고 동아사이언스의 『어린이 과학동아』라는 잡지를 구독해 주셨다. 그 잡지에 지구사랑탐사대 공고가 올라와서 활동을 시작했다. 어머니도 그때부터 생물에 관심을 가지셨고 석사 공부도 하고 싶어 한다. 아버지도 내가 어디를 가서 어떤 동물을 보고 싶다면 차로 몇 시간씩 운전해서 데려다 주었다. 어딘가로 나가는 걸 되게 좋아하셔서 항상 행복했다.
IUCN SSC 양서류 전문가 그룹 최연소, 최초 한국인 멤버
IUCN SSC(세계자연보전연맹 종보존위원회) 양서류 전문가 그룹에 들어간 것도 동물 의사소통 연구실에서의 활동과 인연이 깊다. 연구실에 다니던 중학생 때 지구사랑탐사대 프로젝트로 수원 청개구리를 준비하게 되었다. 당시 프랑스에서 와서 양서류 관련 포닥을 하셨고 지금은 난징대학교에 계시는 아마엘 교수와 인연이 닿았다. IUCN SSC 양서류 전문가 그룹을 만든 분인데 내가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니고 한국에서 양서파충류는 정말 많이 보는 사람 중 하나여서 그런지, 나와 이걸 함께하고 싶다고 해서 좋다고 했다. IUCN은 국제적인 동물 보호 기구고 레드리스트를 만든다. 한국어로 치면 멸종위기종 리스트다. 앞으로 전 세계에 있는 양서류들에 대한 레드리스트를 재정립하는 업무를 해야 하지 않나 싶다.
도마뱀의 음성 의사소통을 연구 중
양서류나 파충류는 일단 생긴 게 마음에 든다. 나는 약간 사람이랑 비슷하면서도 아예 괴리감이 느껴지게 생긴 동물들을 좋아한다. 아예 벌레처럼 신체 구조가 사람과 다른 게 아니고 팔다리가 달려 있는 등 사람과 조금 비슷한데 낯선 그런 것들에 흥미가 있다. 아무래도 제일 좋아하는 건 도마뱀이다. 외형적으로도 귀엽고 움직임도 흥미롭다. 도마뱀들 중에서도 게코라고 음성 의사소통을 하는 애들이 있는데, 굉장히 원시적으로 생겼으면서도 인간 사회와 비슷하게 소통한다. 요즘 나의 주된 연구는 도마뱀의 음성 의사소통이다. 얘네가 서로 잽잽잽 하는 식으로 서로 콜을 한다. 그럼 얘네가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이(異)종과의 언어와는 같은 지 다른 지를 살펴보고 있다.
기후위기로 10년 안에 멸종될 종들 중 60%가 양서파충류
기후위기 문제는 사실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양서파충류를 연구하면 기후위기가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일단 전 세계에서 10년 안에 멸종될 종들 중 60%가 양서파충류다. 온도와 습도에 굉장히 민감한 생물이기 때문이다. 아주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다. 생태 주기도 바뀌고 있다. 더 일찍 출연하는 등 출연 시기가 이상해지고 있다. 양서류는 특히나 기후위기로 받는 영향이 크다. 일단 양서류에게는 무조건적으로 물이 필요한데, 물이 오염이 되거나 가뭄이면 생존이 어렵다. 폭우가 있어도 다 떠내려가 죽는다. 양서류에서 양이 양쪽 할 때의 양(兩)이다. 물과 땅을 둘 다 쓴다는 의미다. 양서류는 깨끗한 물과 땅에서 사는데 그래서 둘 중 하나라도 개발이 되거나 파괴가 되면 죽는다. 또 양서파충류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종도 굉장히 많다. 이름도 없이 죽어가는 생명들이 정말 많다. 그런 게 참 안타깝다.
개발에 대해 기록 중
이런 문제는 나 혼자서 지킨다고 지켜지는 문제가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 파괴나 개발을 정말 많이 보고 겪어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생물들의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사람에 의해서 한순간에 사라지는 걸 보다 보니 전의마저 상실했다. 그래서 그렇게 현장에서 운동하는 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개발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이 개체군들이 몇 년 전까지는 있었는데 개발이 있은 후로는 없어졌다. 이런 실상을 계속해서 적고 있다. 기록하다 보면 기후위기보다 심각한 문제들이 있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자연에 개입하는 경우다. 개발과는 다른 이야기다.
사람이 자연에 간섭하는 행위를 고쳐가야
시흥의 관곡지를 예를 들면, 그곳에 저어새가 오는데 사진 작가들이 새를 잘 찍고 싶어서 거기에 중국산 미꾸라지를 풀었다. 또 저어새는 매우 귀한 종인데 사람에게 적응해서 사람과 거리를 두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두꺼비 사례도 있다. 두꺼비가 산에서 내려와 관곡지로 넘어가는 도중에 거리에서 로드킬을 자주 당하니까, 거기 사는 분들이 두꺼비를 지키고 싶었는지 산에 펜스를 설치해 2년 동안 두꺼비가 내려오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그러면 두꺼비가 물에 가지 못해 알을 낳지 못한다. 생태계 균형이 깨져 버리는 거다. 원래 관곡지에 두꺼비가 바글바글했는데 이제 거의 안 보인다. 사람이 자연에 간섭하는 행위들을 고쳐가면서 큰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섭을 하더라도 전문가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많은 근거들에 바탕해야 한다. 좀 더 나은 보호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어린 생물학자들을 만나다
생명다양성재단에서 바이오필리아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전국의 어린 생물학도 11명을 모았다. 조류, 곤충, 등각류, 어류, 포유류, 식물, 양서파충류 등 분류군도 다양하다. 한국에서 생물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분류군이 다르면 서로 친해지기 어렵다. 어린 생물학자들끼리 미리 친해지고, 어디 한 곳만 가도 다양한 분류군을 조사할 수 있는 하나의 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만들었다. 지금은 생명다양성재단 안의 뿌리와 새싹팀에서 자연탐사가 어려운 곳에 가서 도와주는 자연 안내자로 활동하고 있다. 미래는 아직 멀어서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일단은 지금 하는 연구가 잘 돼서 논문이나 숏노트 같은 곳에 기재가 되면 좋겠다.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평생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일이 교수밖에 없어 보인다. 우리 지도교수 님이 내가 생각하기에 정말 자유로운 분이다. 나도 그런 길로 가면 저렇게 행복하게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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