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 기자 2024-07-04
이재경 박사는 지역·행복·세대 관련 연구자로 지역에서 청년들과 함께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이 많다. 한신대학교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생태문명원의 연구위원, 국민총행복연구소 소장, 삼양로컬랩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좋은동네연구소협동조합 조합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다중격차 : 한국 사회 불평등 구조』(공저), 『청춘, 회색빛 현실을 말하다』(공저), 『포스트코로나와 로컬뉴딜』(공저) 등이 있다. 기초지자체 차원의 마을공동체, 도시재생, 사회적 경제, 느린 학습자 관련 다수의 정책 연구를 수행했다.
북한 연구자에서 지역 연구자로
서른살까지 대학과 대학원을 연이어 다녔다. 역사학과 정치학을 복수 전공했다. 정치학으로 박사를 했다. 도시 관련된 석사, 사회혁신 관련 석사도 했다. 다음에 대학원을 가게되면 환경 쪽 대학원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문제의식이 있었다. 정치학에서 북한 쪽을 하고 있었는데 생태문명원 공동대표 정건화 교수님과 로컬 연구를 하게 되면서 '지역연구'를 주제를 바꿨다. 대학 입학했을 때 면접에서 왜 정치외교를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눈물 나는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고 답했었다. 마음속에 그런 문제의식이 있었다. 그런데 박사학위 때 밥벌이를 위해 북한을 연구하니 너무 재미가 없었다. 지역을 만나고 나서 회복이 됐다. 주민들과 함께 힘을 모아 동네 문제를 해결해 볼 수 있고 지역 정책을 통해 주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들 수도 있고 어려운 분들을 도울 수 있는 그런 일들이 나에게 잘 맞았다.
마을공동체도 지역이다
마을 공동체도 지역이다. 마을 공동체 연구소도 있을 수 있고 사회적 경제도 지역 차원에서 많이 일어난다. 정책과 해결 방안 연구를 많이 했다. 지역 주민 수요들을 연구해서 마을 공동체 기본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양천구의 마을경제 기본계획을 세웠고 은평구, 강북구는 사회적 경제 기본계획을 세웠다. 지역 연구는 활동성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을 만나야 하고 지역 활동가들을 만나 지역의 이슈들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사무실에서 하는 연구가 아니라 각 동네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현장도 봐야 하고 같이 화도 내는 과정을 겪는다. 그렇게 지역 연구를 한 지 15년이다.
읍면동 전문가가 없다
지역 주민들 수요조사를 해서 분석하고 강의도 하고 컨설팅도 하다 보니 민관을 넘나들며 활동했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생활도 한 3년 정도 했고 서울시 의회에서도 2년 정도 근무했다. 지역이라는 걸 연구하면 민과 관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의 비극이기도 하다. 한국에는 동아시아 전문가, 미국 전문가와 같은 형태의 지역 전문가는 많은데 읍면동 전문가가 없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연구한 이력을 놓고 보면 주제가 너무 다양하고, 학계나 연구자 그룹에서 인정받기가 어렵다. 하지만 지역에서 일을 하다 보니 외부의 의견은 관심 없고 지역에서 필요한 일들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역주민이 활동가가 되어
지역 활동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들 중 하나가 강북의 번이동에서 있었던 일이다. 내가 했던 연구 중에 로컬랩이라는 사업이 있었다. 버려진 숲이 있는데 땅 주인은 먼 데 살아서 관리도 안 돼서 쓰레기와 오물들이 방치되어 있으니 행정에서는 여기에 철조망을 쳐버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쓰레기를 던지고 벌레가 생기고 악취가 발생했다. 행정은 이걸 방치했고 주민들도 알고 있으면서도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이 로컬랩을 통해 들어가서 주민들과 의견을 모으고 주민이 활동가가 되어 일을 해결했다.
기후는 중요한 정치적 행위자이다
생태문명원 기후돌봄팀에서 나는 조금 삐딱이다. 기후 돌봄의 기본 맥락은 기후 위기로 '기후 취약층'이 발생하니 이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이다. 동의한다. 그런데 나는 감히 기후도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치학의 맥락에서 보면 정치적 변동이 일어날 때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중에 인류 역사상 기후가 꽤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갑자기 악천우가 너무 오래 닥쳐서 대비를 제대로 못하고 제방과 둑이 무너지면 이건 누구 잘못인가 이런 식으로 역사가 흘러왔다. 그런 의미에서 기후가 중요한 정치적 행위자라고 본다.
기후를 '돌봄'으로써 감축에 도달해야 한다
'돌봄'은 기후 적응의 맥락이다. 하지만 나는 절대 적응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후도 돌봄으로써 감축까지 해야 문제가 해결이 된다. 사실 기후는 지금까지 항상성이 있었는데 인간이 여기에 불을 지른 것이다. 그래서 갑자기 기후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돌봄으로써 지금의 기후의 항상성을 지키는 게 아니라 직접적으로 그 온도를 낮춰 줘야 한다. 취약계층은 점점 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글로벌 흐름을 보면 자꾸 적응으로 가고 있다. 감축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적응이라는 손쉬운 선택을 하면 안된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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