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경 기자 2024-05-31
2024년 5월 29일, 학생기후정의행진(캠페인) 준비 모임이 주관한 '함께해요 4, 모연모협(모두를 연결하고 모두가 협력하는 생태 전환 교육)'이 온라인 줌으로 열렸다. 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이 한 시간 가량 강의했고, 이를 듣기 위해 전국에서 130여 학급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지구를 포기하고 화성에 가서 살자?
이정모 관장은 '지구를 포기하고 화성에 가서 살자'라는 스티븐 호킹의 말을 인용하며 강의를 열었다. 우리가 정말 화성에 가서 살 수 있는지 따져보자는 이정모 관장의 말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이정모 관장은 화성 거주의 가능성을 설명하기 전에, 지구의 상황을 먼저 짚었다. 지구 온난화와 열대화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지구가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는 말과 함께, 구체적인 통계를 덧붙였다. 10년 단위로 묶었을 때, 한반도의 겨울이 얼마나 줄었는지, 반대로 여름은 얼마나 늘었는지,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은 얼마나 올랐는지 많은 숫자가 화면을 채웠다. 이정모 관장은 어릴 적, 추석에는 스웨터를 입었는데 요즘 추석에는 반팔을 입는다는 비유가 있었다.
올 여름이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다
이정모 관장은 2019년, 2020년, 2021년, 총 3년 동안 꾸준히 '인간이 등장한 이후, 가장 더웠던 20년이 언제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매년마다 답은 '최근의 20년'이었다고 한다. 전 세계가 기후를 측정하기 시작한 시기는 1880년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이다. 지구의 기온을 표시한 여러 년도의 지도가 화면에 표시되었다. 산업혁명 이후로 지구는 점점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파랄수록 시원하고, 빨갈수록 더워졌다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이 이어졌다. 뉴스에서는 늘 '올 여름이 역사상 가장 뜨겁다.'라고 말하지만 이를 바꿔 말하면 '올 여름이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다.'라는 뜻도 된다.
모연모협에 모인 사람들은 정상적인 온도에서 살아 본 적이 없다
2023년,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모여 회의했다. 그때 당시 과학자의 절반이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하는 것에 최소 12년이 걸릴 것'이란 답을 내놓았다고 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2024년 1월, 이미 1.52도를 달성하였다. '모연모협'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정상적인 온도에서 살아 본 적이 없다. 지구의 기온은 과학자들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사람은 체감하지 못한다. 더워 죽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기후가 변화하면서 식량과 물 보급에 문제가 생기고, 지역간 분쟁도 야기한다. 이날 모인 학생들은 기후 위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배울 수 있었다.
지구가 아닌 행성에서 인간이 살기 위한 기술 개발 어려워
이정모 관장은 이어서 태양계를 설명했다. 수성과 화성의 기후 특성, 온도, 대기가 왜 인간에게 적합하지 않은지, 지구 밖의 행성에서 살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수많은 이유를 들었다. 생명체가 살기 좋은 지구에, 남아 있는 대멸종의 대상은 인간이라고 경고하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이 사뭇 무서워 보이기도 했다. 인간은 화산이 터지는 것도, 대륙이 합쳐지는 것도, 운석이 떨어지는 것도 막을 수 없지만 본인의 행동과 사회를 바꿀 수는 있다는 말과 함께 '인간이 살아남기 위한 기후 문제의 극복'을 강조하며 강의가 끝났다.
화성에 살아보겠다고 테라포밍하는 노력보다 지구를 잘 가꾸는 게 낫다
이어진 질문 시간에 서울 국사봉중학교 3학년 3반에서는 '언제쯤이면 지구가 정상화될 거라 예상하나요?'라는 질문을 했고, 이정모 관장은 지구가 정상화되지 않을 거라는 답을 남겼다. 수원 오현초등학교의 6학년 1반에서는 '지구 온도 상승으로 인한 지구 생명 멸종 시기가 언제일까요?'라는 수준 높은 질문을 했고, 이정모 관장은 '지구 생명 전체라기보다는 인류의 멸종에 가깝다. 그리고 그 속도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는 중이다.'라고 답변했다. '지구가 멸망하면 바퀴벌레도 죽나요?', '지구가 파괴되려면 얼마나 큰 힘이 필요한가요?', '화성에서 진짜 못 살아요?'와 같은 장난스러운 질문도 있었지만, 모든 질문에 진지하고 심각한 자세로 '화성에 살아보겠다고 테라포밍(terraforming,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다른 행성을 지구의 대기, 온도, 생태계와 비슷하게 바꾸는 작업)하는 노력보다 지구를 잘 가꾸는 게 낫다.', '지구가 정상화된다고 말하는 과학자는 한 명도 없으나, 지금 상태로 멈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최우선이다. 그러니 개인의 노력이 미비할지라도 반드시 필요하다.'와 같은 대답이 이어졌다. 이날의 모임은 사회자였던 영림중학교 윤상혁 교사의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는 사회를 꿈꾼다.'라는 말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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