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 기자 2024-08-30
이주엽은 1994년생으로 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학사, 석사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박사 과정에 있다.
학창시절부터 기상 레이더 영상을 보던 학생
학창 시절부터 기상청 사이트에 들어가 레이더 영상을 보곤 했다. 비구름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비가 올지 안 올지 예측해 맞추고는 했다. 이런 기상 친화적인 점이 남들과 조금 달랐던 것 같다. 대기과학과로 진학하게 된 하나의 백그라운드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학교에 다닐 때 수학을 좋아했다. 수학을 활용할 수 있고 수학적인 이해가 필요한 과에 가고 싶었는데, 대기과학이라는 학문이 수학을 베이스로 활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연세대학교에서 대기과학과 학부를 시작으로, 동대학원 석사를 마쳤고, 박사과정에 있다.
대기과학, 기상학에서 생태계 문제까지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학문으로 확장
대기과학과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기상청에 들어가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한다. 대기과학과를 크게 세 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날씨 예측, 두 번째는 기후변화, 세 번째는 환경 문제를 다룬다. 대기과학과는 이 세 가지 카테고리를 수학, 물리학, 컴퓨팅이란 세 가지 툴을 이용해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학문이라고 요약하고 싶다. 아버지 세대에서는 대기과학보다는 기상학이란 이름이 더 친숙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대학에서 '기상학과'로 학생들을 모집하기도 했다. 기상학이라는 전공이 실제로 날씨 예측에만 집중했다면, 최근의 대기과학과는 기존의 날씨 예측과 같은 공학적인 부분도 물론 포함해서 기후변화,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점들과 인류가 받는 영향, 재난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미세먼지 등의 환경 문제와 다양하게 연관된 생태계 문제까지도 포괄하는 학문으로 확장된 것 같다.
기후변화에 따른 식생 생태계와 대기의 상호작용을 연구 중
지금 내 연구를 한 줄로 요약하면, 기후변화가 있을 때 식생 생태계와 대기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연구한다. 미래에는 급격한 기후변화가 있을 것으로 모두가 예상하고 있고, 기후변화가 발생하면 당연히 식생 변화나 생태계 변화는 함께 올 수밖에 없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 식생은 광합성을 더 많이 할 거고 그러면 또 온도가 변화할 거다. 이뿐만 아니라 강수량이나 기온이 변하면 또 식생의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후에 영향을 주는 부분도 많을 거다. 자연적인 변화 말고도 인위적인 생태계 변화도 많다고 예상된다. 대표적인 인위적 변화로는 사막화가 있다. 미래에 이러한 지면 변화가 대기와 상호작용하면서 어떤 효과를 낼지, 우리가 식생을 관리함으로써 기후변화 완화에 얼만큼 기여할지를 과학적으로 보는 게 내 연구의 테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질문에 과학적으로 대답하기 위해 코딩을 통해 기후 예측 모델을 돌리고 결과를 분석하는 일을 한다.
미래 기후를 이해하려면 식생 과정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잘 이해해야
공부를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논문을 냈을 때다. 내가 연구한 무언가가 세상에 나가서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좋았다. "Effect of nitrogen limitation and soil biophysics on Holocene greening of the Sahara"라는 제목의 첫 논문이 기억에 남는다. 현재는 사막인 사하라 지역이 사막이 아니던 8천년 전 고기후를 모델링했고, 이 모델링을 개선하면서 급변하는 기후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정확하려면 토양 탄소/질소, 토양의 종류, 식생의 변화가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함을 확인한 논문이다. 이를 통해 미래 기후를 잘 모델링하고 이해하려면 식생 과정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잘 이해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인류의 노력 여부에 따라 기후위기 시나리오가 결정
주변에서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우리가 살아있을 때 지구가 망하는 거 아닌가?’이다. 사실 이 질문이 '지금이 기후위기냐'를 편하게 물었다고 생각한다. 전공자이기 때문에 수치적으로 접근해보자면 IPCC에서는 인류의 노력 여부에 따라 다양한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제공한다. 모델 결과를 통해 보면 현재도 이미 옛날 산업혁명 시기에 비해 약 1.1~1.2도 정도 올랐다고 알려져 있다. 이 수치가 얼마나 더 오르느냐가 기후위기를 가장 먼저 답할 수 있는 데이터라고 생각한다. 만약 다양한 시나리오 중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주로 미래를 이끌어 나간다면, 2100년에 약 2도 이내로 온도가 오른다고 예측된다. 반면, 우리가 지금과 같이 무분별한 개발 정책의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2100년에 5도 정도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5도가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이렇게 큰 온도변화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을 모두가 가지는 게 매우 중요하다.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아직은 학생이어서 진로를 명확하게 정해 두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어떤 비전과 목표가 있다면, 대기과학이란 학문을 장기간 이렇게 공부해 왔으니,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대기과학 분야를 제대로 알려서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 사람들이 내가 한 연구 결과를 보고 알게 되어야, 내 연구가 의미를 갖게 된다고 본다. 대기과학과에서 내 연구 결과를 최대한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많이 하고 싶다. 사실 원래는 학교에 남아 연구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최근에는 학교보다 사회로 나가는 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두고 있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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