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CC는 지금까지 6차에 걸쳐 기후변화 보고서를 발행했다. 6차 평가보고서 주기에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세 편의 특별보고서, 세 편의 실무그룹 보고서 및 종합보고서가 발행되었다. 세계 각국의 1000여명이 넘는 최고 권위의 과학자들이 저자로 참여한 방대한 보고서이다.
2025-02-26 이담인 기자

강연 중인 이준이 교수. 사진 플래닛03 DB
2050년 초반 지구 평균기온 2도 상승 예정
2024년은 기후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다. 산업화 이전(1850년~1900년)과 비교했을 때, 올해 지구 평균기온은 1.6도 상승했다. 이는 2023년의 1.48도 상승보다 더 높은 수치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 온난화 수준은 약 1.2도이며, 1.5도 임계점 도달이 2030년 전후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2050년 초반에는 2도 온난화가 현실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대기에 100년 이상 체류하는 온실가스들이 야기하는 이상 기후
지구 온난화는 단순한 평균기온 상승 이상의 변화를 초래한다. 2024년 우리나라 삼면의 해양 온도 상승은 기록적 수준이었다. 온도 변화는 물 순환 변화를 초래하여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과 폭설이 동시에 증가하는 현상을 만든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도 420ppm을 넘어섰으며, 메탄과 같은 다른 온실가스들의 농도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온실가스의 체류 기간이 길다는 점도 문제다. 이산화탄소나 산화이질소는 대기 중에 100년 이상 남아 있으며, 에어컨에 필요한 냉매제와 같은 물질은 천 년에서 수만 년까지도 체류가 가능하다. 현재의 배출량 감소만으로는 즉각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IPCC가 밝혀 낸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들
기후변화 문제는 너무 오래 돼서 식상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온실효과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1827년부터 시작되었으며, 1896년 석탄 연소로 인한 이산화탄소 증가가 온난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1938년 기온 상승과 이산화탄소 증가 간의 관계가 관측을 통해 확인되었으며, 1957년 연구에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자연적인 변동이 아닌 화석연료 연소 때문이라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졌다. 1967년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가 ‘기후 타임머신’이라는 기후 모델을 통해 온실가스 증가가 온도 상승뿐만 아니라 물 순환 강화로도 이어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는 이 연구를 기반으로 한 다른 연구를 통해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1988년 설립된 IPCC는 1990년 첫 번째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인간 활동에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이후 2023년까지 여섯 차례의 보고서를 발간하는 동안 온실가스 증가가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특히 6차 보고서는 인간 활동에 기인한 지구 온난화가 극한 기상 현상의 빈도와 강도를 증가시키며, 그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고, 이러한 현상에 명백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메시지가 너무 강한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전 세계 2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지구가 태양의 주변을 돈다'는 것과 똑같은 수준의 과학적 사실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데 합의했다.

점점 더 불평등해지는 기후변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히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IPCC 1차 보고서가 나온 이후 30년 동안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1조톤에 달하며, 이는 산업화 이후 배출량의 41%에 해당한다. 문제의 핵심은 과학적 이해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 부재의 문제이기도 하다. 각 국가 내 상위 10% 인구가 하위 50% 인구보다 훨씬 많은 탄소를 배출하며, 빈부 격차가 클수록 배출량 차이도 심화된다. 전 세계 상위 1% 인구가 1990년 이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증가의 약 23%를 차지하는 반면, 하위 50% 인구는 16% 정도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1990년도에는 전 세계 탄소 불평등의 62%가 ‘국가 간 불평등’에 기인했지만, 2019년에는 전 세계 탄소 불평등의 약 64%가 ‘국가 내 불평등’에 기인하는 것도 국민 간의 빈부격차와 연관이 있다.
우리가 배출하는 1톤의 탄소는 현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수년, 수십 년, 나아가 수백 년 동안 누적되어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중 가장 큰 비용이 발생하는 영역은 인간의 건강이다. 이미 기후위기는 심각한 건강 위협을 초래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생태계, 농업, 연안 수산업,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누적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다
IPCC 6차 보고서는 과학적으로 명확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현재의 추세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우리의 사회·경제적 시스템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이 건강을 증진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생물 다양성을 보존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택이다. 앞으로 중요한 과제는 기후변화 대응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이익을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격차를 줄이고 협력하는 것이며, 현재 과학자들이 가장 깊이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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