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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김광현 파타고니아코리아 환경팀장 | 파타고니아답게

 

이유경 기자, 김동혁 촬영기자 2024-04-26


파타고니아 코리아 환경팀 김광현 팀장 planet03 DB
파타고니아코리아 환경팀 김광현 팀장 planet03 DB

암벽등반가이다. 전국의 산에 한 번쯤은 다 가 봤다. 『파타코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을 읽었다. 너무 많이 공감되었고 완전히 빠져버렸다. 기업의 가치와 철학에 감동받았다. 파타고니아 제품은 나와 같은 암벽등반가에게는 최고의 제품이다. 파타고니아 제품을 연구하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파타고니아에서 일하고 싶었다. 기회가 왔다. 파타고니아코리아가 생긴다는 말을 듣고 바로 입사지원을 했다. 떨어졌다. 블로그에 파타고니아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파타고니아의 번역일을 맡게 되었다. 정말 열심히 했다. 그렇게 6년, 파타고니아에 입사했다. 제품교육팀을 맡았다. 환경팀이 생길 때 바로 지원했다. 나와 파타고니아는 하나다. 파타고니아의 가치와 철학을 한국에 옮기고 싶다. 파타코니아는 기업이고 이익을 내야 한다. 그리고 이익의 일부는 환경을 보존하고 지구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지원된다. 난 현장에서 온몸으로 지구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이것이 힘이 되어 쓰여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현장에 내가 있기를 바란다.


2022년 2월10일 경기 성남시 탄천 백궁보 해체 현장에서 파타고니아코리아 직원들이 보 철거를 위한 시위를 하는 모습. 오른쪽이 김광현 팀장  파타고니아코리아 제공
2022년 2월10일 경기 성남시 탄천 백궁보 해체 현장에서 파타고니아코리아 직원들이 보 철거를 위한 시위를 하는 모습. 오른쪽이 김광현 팀장. 파타고니아 코리아 제공

 

파타고니아 사람이 되다


산을 오르고 절벽을 타는 것 외에는 뭘 해야 할지,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답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백수였다. 산을 좋아하니 산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었다. 암벽등반 장비를 파는 편집숍을 해볼까 생각했다. 친구가 파타고니아 제품을 소개해 주었다. 너무 맘에 들었다. 암벽등반가에게 옷과 장비는 생명과 직결된다. 파타고니아의 옷은 암벽등반가에게 최적화되어 있었다. 이본 쉬나드의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Let My People Go Surfing)』 초판을 구했다. 감동이었다.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 회장이 암벽등반을 사랑하는 백수였다는 점에게 엄청난 동질감을 느꼈다. 등반하면서 좋아했던 해암벽에 기둥을 박아 구름 다리가 만들어진 것을 보며 슬퍼했던 기억이 있다. 이본 쉬나드 회장의 고민이 와 닿았다. 28살, 이미 파타고니아 사람이었다.

암벽등반을 하고 있는 파타고니아 김광현 팀장
암벽등반을 하고 있는 파타고니아 김광현 팀장

당시에는 파타고니아코리아가 없었다. 파타고니아의 역사, 철학, 가치, 제품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입사할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파타고니아 '덕질'이 되었다. 낮에는 암벽등반하고, 밤에는 파타고니아를 공부했다. 6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암벽등반을 하러 스페인에 갔다. 그때 파타고니아코리아가 생긴다는 기사가 올라 왔다. 바로 귀국했다. 하지만 한국의 파타고니아 매장에서 너무 큰 실망을 했다. 파타고니아의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철학이 보이지 않았다. ‘소비 지향’적 매장으로 보였다. 블로그에 쓰기 시작했다. 파타고니아코리아에서 만든 카탈로그의 오역도 눈에 보였고 미국 본사와 비교하는 글을 썼다. 행사에 참여해 후기도 올리고 파타고니아 제품을 분석한 글도 올렸다. 국내에서는 파타고니아 브랜드가 많이 알려진 때가 아니었지만, 블로그에 파타고니아 매니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파타고니아코리아는 불편했을 것이다. 파타고니아코리아는 청년 김광현을 찾았다.

이본 쉬나드회장과 김광현 팀장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 회장과 김광현 팀장

드디어 때가 왔다는 생각으로 면접 전 파타고니아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면접 당일 파타고니아코리아의 첫 질문은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하고 있습니까?”였다. 작성한 보고서를 나눠 준 후 그간 하고 싶던 이야기를 모두 성토하듯 뱉어냈다. 다음 날 면접 탈락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파타고니아에 대한 애정도, 열정도, 암벽등반가라는 경력도 뛰어났지만 조직 생활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이 있었다고 한다. 얼마 뒤, 파타고니아코리아에서 다시금 연락이 왔다. 파타고니아 제품에 대한 번역 아르바이트를 해 볼 생각이 없냐는 것이었다. 통번역가만큼의 전문가가 아니었음에도 절박한 마음으로 열과 성을 다해 번역을 했다. 장당으로 받는 돈이 3개월만에 정규직 월급보다 많아졌다. 파타고니아코리아에서는 차라리 번역 대행사를 만들어 운영하라 하였으나, 곧 정식으로 입사를 제안했다. 2008년 파타고니아의를 짝사랑하기 시작해, 2014년 나의 꿈은 실현되었다.


파타고니아답게


10년이 흘렀다. 파타고니아는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미국 본사에서 만난 파타고니아 사람들은 ‘진심’이었다. 환경 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업이 명확했다. 모든 경영진과 직원들은 환경 보호에 대한 사명을 가지고 일하고 있었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이다. 파타고니아의 의사결정은 환경 보호가 기준이다. 파타고니아 사람들은 파타고니아에서 자신의 꿈과 가치를 찾는다. 파타고니아의 책을 읽으면서 받았던 감동보다 파타고니아 사람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일하면서 더 큰 감동을 받았다. 파타고니아 사람은 말과 실천이 일치해야 한다. 소박해야 한다. 파타고니아 환경팀은 환경 이슈가 첨예하게 발생하는 현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적극 연대하려고 한다. 자발성을 중요시한다. 환경 보호를 위한 프로젝트나 지원을 외부에 위탁하지 않는다. 파타고니아는 현장에 직접 나가 체험하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와 단체들의 자문을 받아 지원을 한다. 파타고니아는 1980년대 중반부터 매출의 1%를 환경 보호 단체에 지원하는 1% For The Planet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글로벌 누적 지원 금액은 2,990억원, 2013년부터의 국내 누적 지원 금액은 30억원에 이른다. 2024년에는 우리나라 45개의 환경 단체에 국내 매출의 1%인 8억 5천 만원을 지원했다. 매출의 1% 기부에 더해 본사가 설립한 비영리재단(홀드패스트 컬렉티브), 개방형 기금(홈 플래닛 펀드)를 활용해 국내 환경 운동의 활성화에 더 많은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기획하고 있다.


오가닉 그로스(Organic Growth)


파타고니아는 비즈니스적 전문성을 가진 기업이다. 연구개발을 통해 만들어지는 제품들이 정말 훌륭하다. 파타고니아의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의 가치는 바로 이 '전문성'에 있다. 이본 쉬나드 회장은 최고경영자이지만 자신을 '장인'이라고 소개한다. 파타고니아는 '장인' 정신으로 제품의 혁신과 품질 연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기업이고 자본주의 시장 안에 엄연히 존재한다. 기업은 매출과 수익이 중요하다. 그러나 파타고니아는 성장률만 보지 않는다는 중요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파타고니아의 비즈니스는 대단히 어렵고 복잡한 외줄타기 같다. 분명한 것은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위한 공격적 마케팅보다 자연스러운 성장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오가닉 그로스(Organic Growth)다. 이것은 정말 중요한 파타고니아의 가치다. 파타고니아는 모든 공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고 한다. 판매한 옷이 못 입게 되면 다시 반납 받아 그 천으로 재생산하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 기업은 시장 상황이 변하면 변화해야 한다. 파타고니아는 그럴 것이다. 하지만 파타고니아의 가치와 철학은 지켜질 것이라고 믿는다. 매출 대비 환경 보호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기업으로 존재하면 좋겠다. 이본 쉬나드 회장은 전 세계 직원들에게 사회적 환원을 선언했다. 파타고니아 직원들은 그 선언을 온라인으로 지켜봤고, 내가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 체감했을 것이다. 직원들도 파타고니아 사람으로 서서히 '자연스러운 성장'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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