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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 제종길 | 해양학자 | 바다를 지키지 않으면 지구는 멸망한다

최종 수정일: 7월 26일

 

황희정 기자 2024-07-19

제종길 박사는 1993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해양생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부터 20년간 한국해양연구소에서 일했다. 2001년 대통령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국회바다포럼'과 '국회기후변화포럼' 회장을 역임했다. 2007년 환경기자가 선정하는 '올해의 환경인상'을 수상했다. 2008년 '도시와 자연연구소'를 만들었으며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고문을 지냈다. 2010년 한국 생태관광협회 창립을 주도했으며, 한국보호지역포럼 대표를 2014년까지 맡았다. 2014년 제13대 경기도 안산시장으로 당선되었으며, '에너지 정책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를 이끌었다. 2019년부터 2년간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저서로는 『숲의 도시』(2022), 『도시재생학습』(2018), 『도시 견문록』(2014), 『도시 발칙하게 상상하라』(2014), 『환경박사 제종길이 들려주는 바다와 생태이야기』(2007), 『우리바다 해양생물』(공저, 2002), 『이야기가 있는 제주바다』 (2002) 등이 있다.

 

마린 폴루션(marine pollution)의 딜레마


마린 폴루션(marine pollution: 해양오염)은 해양에 이물질이 들어가 물의 퀄리티나 생태계에 이상을 일으키고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생활과 건강에 장애를 일으키는 모든 것을 통칭한다. 대표적인 것이 '덤핑(Dumping)'이다. 바다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옛날 사람들은 바다가 아주 넓기 때문에 바다에 무엇을 버려도 사람이나 해양 생물에 지장이 없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우리나라도 한동안 오물을 바다에 버렸다. 바다에 던지는 쓰레기도 시대가 변하면서 달라졌다. 플라스틱, 깡통, 유리병과 같이 썩지 않거나 부식되는 데 수백 년 이상 걸리는 온갖 폐기물들이 바다로 버려졌다. 바다의 쓰레기 오염은 큰 문제다. 1972년 런던에서 체결되어 1975년 발효된 '런던협약'(방사능물질까지 추가되어 96 개정의정서가 새로 채택됨)은 세계 각국이 덤핑을 하지 말자는 약속이었다. 딜레마다.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지 않으면 육지에 쌓아야 한다. 육지에도 지금 쌓을 데가 없다.



'덤핑(Dumping)' , 플라스틱으로 죽어가는 바다 생명


플라스틱 쓰레기는 특히 심각하다. 해양생물들이 플라스틱을 실수로 먹지만 결과는 치명적이다. 체내에서 소화가 되지 않아 포만감을 주는 탓에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소화기관을 막거나 상처를 입혀 죽게 한다. 플라스틱을 삼킨 생물은 부력장애나 잠수장애를 일으켜 먹이를 잡거나 도망가는 데 지장을 받을 수 있다. 바다거북은 비닐 봉지를 자신들이 좋아하는 먹이인 해파리로 착각해 먹기도 한다. 새들도 마찬가지다. 반짝거리는 플라스틱을 물고기로 착각해 먹는다. 위 안에 플라스틱이 가득 차서 새로운 먹이를 먹지 못하고 죽는다. 알바트로스 사진이 유명하다.

크리스 조던 감독의 다큐멘터리 ‘알바트로스’의 한 장면, 죽은 새의 뱃속에 플라스틱이 가득하다, 사진ⓒChris Jordan
크리스 조던 감독의 다큐멘터리 ‘알바트로스’의 한 장면, 죽은 새의 뱃속에 플라스틱이 가득하다, 사진ⓒChris Jordan

'오일 스필(Oil Spill), 석유로 죽어가는 바다 생명


'덤핑'은 많은 해양오염의 종류 중 하나일 뿐이다. '오일 스필(Oil Spill: 석유 유출)'은 석유로 인한 해양오염이다. 인류가 기름을 많이 쓰면서 산유국에서 온갖 나라로 배가 오가면서 기름을 보내는 일이 매우 많다. 그러나 한번씩 사고가 나면 바다가 쑥대밭이 된다.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해안을 인간의 힘으로 원상태로 되돌려 놓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에도 여수, 태안에서 그런 사고들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연안에 양식장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기름에 오염되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 또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해역에서는 수많은 바닷새들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점도가 높은 기름에 접촉하면 질식하거나 체온이 떨어져 죽는 것이다.


'임포섹스'(imposex), 생식 장애로 인한 생태계 파괴


우리가 이전에는 몰랐는데 바다 속 생물들이 '임포섹스'(imposex: 소라, 고둥 등 복족류의 암컷 몸체에 수컷의 성기가 생기면서 암컷이 수컷화하는 현상)라는 이상현상을 보여 조사해보니, 선박에 바른 페인트 속 성분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따개비들이 달라붙어 배의 속력을 저하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선박 표면에 독성 페인트를 발라 왔는데, 이 독성에 의해 생태계에 교란이 생겼다. 2003년 국제해사기구(IMO)가 세계적으로 사용을 금지시켰다. 생물들의 생식 장애는 환경호르몬(중금속 등의 지속성 유기 오염 물질들)이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바다에 있는 생물들이 생식 장애를 일으켜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해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양생물에게 축적된 환경호르몬은 먹이 사슬을 통해 인간에게 다시 되돌아오고 인간의 몸에도 같은 이상을 일으킬 확률은 높아진다.


염류 과다로 망친 바다


육상에서 질소, 인, 칼륨과 같은 영양 염류가 대규모로 바다로 유입되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문제를 일으킨다. 바다가 부영양화되어 식물성 플랑크톤에 의한 유기물 생산이 많아지고, 엄청난 양으로 번성했던 식물성 플랑크톤이 죽으면 그 잔해는 진득한 덩어리가 되어 커튼처럼 표면에 떠 있다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런 잔해들은 박테리아의 작용으로 무기물로 분해되는데, 이 과정에서 물 속 산소가 많이 소비되어 무산소층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그 안의 생물들이 다 죽게 된다. 영양 염류가 과잉 공급되는 원인은 생활 하수, 산업 폐수가 적절하게 처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비가 오면 농사를 지을 때 뿌린 비료나 농약, 축산 폐기물, 흙 속에 있던 영양 염류들이 바다로 유입되기도 한다.


바다를 지키지 않으면 지구는 멸망한다


바다는 우리 눈에 다 안 보인다. 예를 들어 당장 숲의 나무가 썩는 건 우리 눈에 보이지만, 바다는 위에서 보면 깨끗해서 그 아래가 어떤 상태인지는 잘 모른다. 바다의 오염은 줄여도 티가 안 난다. 또 바다 안을 조사하려면 굉장히 복잡하고 돈도 많이 드는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고 바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바다를 지키지 않으면 지구는 멸망한다. 바다가 다 썩었다고 생각해보라. 지금 바다 온도가 좀 높아지니 생물들이 엄청나게 죽고 있다. 일본에서 방사능 오염 물질을 방류하고 있는 문제도 심각하다. 방사능이나 중금속, 환경호르몬은 생물들을 바로 죽게도 하지만 생물들의 생식 장애를 일으킨다. 생물들의 몸 안에 농축이 되면 그걸 자주 먹는 사람한테도 영향을 준다. 일본의 해양을 일본 과학자들만 연구해서는 안 된다. 한국, 중국, 미국 과학자들과 함께 연구해야 한다. 경각심을 가지고 명쾌하게 조사해서 제대로 알고 대처해야 한다. 그래야 바다를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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