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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 조인호 | 시민형 AI로 기후위기에 맞서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포스트AI'의 조인호 대표는 거대 AI 중심의 접근을 넘어서,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생활 밀착형 AI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5-03-06 박성미 총괄

조인호 포스트에이아이 대표이사 (https://www.post-ai.com)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Michigan State University에서 Telecommunication으로 석사학위를,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Communication Studies-Organization Science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부터 오피니언라이브의 공동대표로 자연어처리와 인공지능 학습데이터 구축 지원 사업을 주도했다. AX(AI Transformation)와 개인화 기반의 Virtual Persona를 지향하는 포스트에이아이를 설립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신산업융합대학과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의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생활 밀착형 기술로 나아가야


AI기술기업들은 LLM 다음에 어디로 가야 되나라는 고민을 많이 한다. 로봇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거대하고 자본집약적이며 독점적 기술이다. 기술은 행동, 액션이 되어야 한다. VLA(Vision-Language-Action)라는 개념이 있는데 ‘A’가 액션이다. LLM(VLM(Vision Language Model) 포함)을 활용해서 실제로 액션까지 가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이 기업에게는 비즈니스 영역이다. AI가 생활 영역으로 가려면 아주 작은 트랜지트 하나가 액션으로 전환되게 해야 한다. 생활 밀착형으로 가려다 보니 현재 우리에게 가장 절박하게 와닿아 있는 것이 기후위기였다. 환경AI는 개인이 행동하는 반경 안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해 전력을 조정한다든지 조명을 조정한다든지 실내온도를 조정하는 것이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는 영역이 된다. 집에서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 센싱 데이터들이 처리가 돼서 조명이 알아서 꺼지고 온도도 사람이 없으면 알아서 내려가면 된다. IoT를 통해서 수집된 데이터가 중앙집중화된 분석을 통해 현상을 파악하고 예측을 수행하는 형태와는 달리 내가 있는 공간에서 이러한 상황 파악이 일어나고 행위(반응)가 연결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접근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생활밀착형 AI기술이 기후위기 대응에 실효적 변화 가져올 수 있어


최근 인공지능과 환경 관련한 글들이 많이 나온다. 대부분 데이터 센터의 전력소비량이나 AI가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내용들이다. 의미를 가지는 논의이지만 거시적이다. 시민이나 일반 기업이 환경에 기여하거나 실질적 변화에 참여하는 것이 빠져 있다. 전력 문제와 환경 문제만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거대언어모델은 사용 안 하는 게 차라리 맞다. AI가 기후위기에 유용한 과학기술이 되려면 접근방식을 다시 생각해야만 하고, 인류 진보의 방향에서 기술의 적용방식을 설정해야 한다. 생활 밀착형 AI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은 수많은 정보와 그에 따른 대응이 발생하며 실질적인 삶이 영위되는 공간이다. 여기서 ‘환경AI’를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물리적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성을 실질적인 행동 혹은 반응으로 전환하는 데 AI가 역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AI가 이뤄질 때 기후위기를 실질적이고 실효적으로, 무엇보다 개인적 생활 수준에서 극복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어야 기업도 성공할 수 있어

 

포스트 AI는 현재 AX 사업과 개인화 데이터들을 활용하는 휴먼 클로닝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AI 스타트업이다. '환경AI'는 창업 때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왔으며, 언어모델링과 도메인 특화 sLLMs(small large language models)의 다음 단계로 고민해 온 영역이다. 생활에 기반한 환경AI는 LLM의 성능향상화 엣지센싱의 기술발전으로 점점 생활 속 구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센싱AI(Sensing AI)는 사람의 감각으로 포착되지 않는 환경 정보를 센서와 인공지능으로 감지하고 해석하는 기술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 냄새 맡을 수 없는 유독가스, 미각이 구별할 수 없는 수질 오염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우리에게 알려 주는, 일종의 새로운 감각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현대 환경 문제 해결의 핵심은 정확한 정보 수집에 있기 때문에, 센싱AI의 등장은 환경 분야에 혁신적 기술이다. 시민 참여형의 데이터 모니터링으로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시민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로봇 분야와 함께 환경 분야가 가장 적용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고 생각한다. 지구가 위기에 빠졌으니, AI가 위기를 극복할 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 솔루션을 제시하는 기업이 성장하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

  

시민이 만들어 낸 데이터가 진짜 데이터

     

‘환경AI’ 쪽으로 센싱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사례들은 후쿠시마 원전 이후에 나왔다. 시민들이 직접 센서를 들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방사능 수치를 보내면 이를 온라인 지도에 표시해 공유한다. 아주 작은 단말기를 가지고 이동하면서 본인들이 있는 장소의 직접 데이터를 획득하는 형태다. 여기에 AI가 결합되면 전체적인 맵 구성을 넘어 현재의 위험도를 실시간으로 알리고 의사결정에 반영이 되는 프로세스를 가지게 된다.

베이징도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유사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측정을 기상청 등 정부가 주도한다. 옥외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형태다. 미세먼지 농도의 변동성이나 옥외와 실내의 차이 등을 고려한다면 매우 제한적인 형태다. 정부도 이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한 때 한국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카트에서 미세먼지를 수집하는 센서를 단 적이 있다. 데이터 수집 포인트를 늘리기 위한 이러한 시도들은 의미 있는 접근이기는 하나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실효적 방법은 내가 있는 공간의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나의 행동요령이 전달되고, 내 공간의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연동된 기기의 자동화 반응으로 시민 행동이 따라야 한다.


'센싱AI' 기술로 시민 중심의 민주적 데이터 생태계 만들어 낼 수 있어

     

과거에는 센서의 표준화가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LLM 기술로 적은 학습만으로도 데이터들을 표준화하는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느냐에 따라 센서의 가격이 달라질 수 있지만 미세먼지라든지 온습도를 측정하는 센서는 정말 저렴하다. 시민 참여형으로 했을 때 보드에 간단한 칩만 올리면 수집된 데이터를 시민들이 바로 확인하고 자기 데이터가 수집되는 상황도 확인하고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알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해진 휴대용 환경 센서와 스마트폰 앱의 발달로 일반 시민도 데이터 수집에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미국은 2015년, '스마트 시티 공기 챌린지'를 통해 지역 공동체가 직접 공기 센서를 설치하고 데이터를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러한 군중 '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모인 방대한 환경 데이터는 AI가 분석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되어, 더욱 촘촘한 모니터링망을 구축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센싱AI 기술은 우리 각자가 환경 감시자가 되어 민주적인 데이터 생태계를 만드는 길을 열어 준다. 센싱과 AI가 결합된 생활 밀착형 AI가 답이라고 확신한다.


절대적 지식은 없다, 다른 지식 기반에서 설득 과정을 거쳐 수용되는 지식이어야


인공지능에서 바라보는 지식은 프리퀀시와 확률로서 구성되는 지식이다. 아주 단순하게 접근한다면 단어의 출현빈도가 많으면 중요도가 높을 수 있다. 물론 TF-IDF(Term Frequency-Inverse Document Frequency)와 같은 인덱스를 적용하여 단순빈도를 보완하는 방법이 적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문서들을 요약하는 과정을 진행해 보면 중요한 정보와 지식이 빈도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사회발전과 같은 종단적인 현상을 본다면 혁신이나 발전을 견인한 정보를 포함한 문서는 언제나 소수였다. 소수의 의견과 문서가 설득과 협의 과정을 통해 주류적인 의견을 변화시키고 통합되어 간다. 굳이 헤겔의 변증법을 말하지 않아도 그렇다. 뭔가 다른 접근 방법들이 있어야 했다.

소량의 데이터에서도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데이터, 정보, 의견들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다양성이다. 근대성을 바탕으로 합의 가능한, 단일한 지식이라는 주장은 1990년대 이후 설득력을 상실해 왔다. 지식의 상대성을 주장하지 않더라도, 문화권에 따라서 지향에 따라서, 신념체계에 따라서 사람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고, 따라서 현상을 해석하는 방법이 다르며, 무엇이 지식인지를 다르게 판단한다.


편향과 편견은 다양성의 다른 이름, 통합된 AI가 아닌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AI로 나아가야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엑스퍼트 시스템(expert system)의 다양성에 주목하는 접근들이 있다. 하지만 LLM에게 롤플레이 형태로 ‘기후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진보적 환경주의자로 대답해’라고 특정한 역할을 부여한다고 하더라고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가 부재하거나 거의 없다면 생성된 답변은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생성된 다양성은 실존하는 다양성이라기보다는 인위적인 다양성이다. AI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편향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편향을 기반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핵심은 이러한 편향을 부정적으로 보고 프로세스를 통해서 통제하고 제거하려는 것이다.

편향과 편견은 다양성의 다른 이름이다. 편향과 편견이 반영되는 AI의 실현을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의견을 가진 다수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수학 문제는 정답이 있다. 하지만 동일한 답을 도출하는 데도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우리가 부딪히는 사회적 문제와 윤리적 이슈에 대한 정답은 요원하다. 하물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의사결정 과정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통합된 AI가 아닌 개방적이면서도 협력적인 AI로의 지향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

       

AI기술이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체주의로 갈 수 있어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LLM은 어떤 모습일까? 과거의 정보를 기반으로 생성된 확률적 문장은 어떻게 사람들에게 활용되고 받아들여지고 있는 걸까? LLM은 우리에게 어떤 다양성과 지식의 상대성을 바탕으로 한 판단의 영역을 열어 주는 걸까? 지금의 AI기술 기반 LLM의 접근 방법은 다양성을 제쳐두고 20세기 근대적 지식으로 회귀하는 듯하다. AI가 마치 정답처럼 보이는 것들을 만들어 줌으로써 우리가 여태까지 해 왔던 지식의 합의 과정을 건너뛴다. 마틴 하이데거는 이 과정을 '기술에 의한 은폐(concealment)'로 지칭한다. 기술에 의해서 인간이 물적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감추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다는 의미다. LLM은 어쩌면 인간이 지식과 관계 맺는 방식을 은폐하는 과정의 진행일 수 있다. 버추얼 사피언스나 휴먼 클로닝 개념들을 자꾸 생각하는 이유는 AI 혹은 버츄얼 페르소나에서 다양성의 영역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AI가 개인과 집단의 차이를 드러내지 못한다면 이는 또 다른 근대성의 억압이 될 수 있다.

    

 

기자수첩 : AI의 진화

     

LLM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오픈AI의 ChatGPT 시리즈가 LLM(거대언어모델)의 대명사가 되기 이전에 언어(랭귀지)모델은 있어 왔다. 2010년대 후반부터 BERT(Bidirectional Encoder Representations from Transformers)라는 언어 모델이 나왔는데 좋은 모델로 평가받았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주로 한 것이 자연어 처리 분야였다. KM(Knowledge Management)을 연구했는데 당시 가졌던 가장 큰 문제의식은 사람들마다 자신의 지위와 경험에 따라 지식이라고 판단하는 기준들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정보의 양도 다르지만은 지식을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다르다. 지식에는 수치화된 정보와 수치화되지 않은 정보가 있다. 문서형태도 있고 문서형태로 전환이 안 된 정보도 있다. 표현이 된 정보를 우리는 명시적 지식 혹은 형식지(explict knowledge)이라고 하고, 표현을 못하는 것, 행위를 하는 데 활용은 되지만 표현되지 않는 것을 암묵지(tacit knowledge)라고 한다. 물론 우리가 보유한 지식에는 암묵지가 상당히 많다.

KM은 조직 내에 존재하는 지식을 확인하고, 저장하고, 체계화하고, 이를 전파함으로써 특정 개인이 소유한 지식을 조직이 활용하는 형태로 관리한다. 이 과정에서 암묵지를 형식지로의 전환, 형식지 가운데 신뢰할 수 있는 지식의 분류, 형식지의 지속적인 관리 등에 대한 의사결정이 요구되는데 여기서 대부분 바틀렉(bottle neck, 병목현상 )이 생긴다. 기본적으로 정보를 판단하는 사람에 의해서 정보의 가치들이 달라지니까 수집하고 업데이트해야 할 정보들이 달라진다. 텍스트마이닝은 이러한 과정에서 문서에 대한 판단과 분류를 위해서 고려된 방법론이다.

자연어 처리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룰 베이스로 규칙을 만들어 놓는 것인데 입력에 대응하는 출력을 정의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확률 베이스인데 머신러닝이라고 한다. 문서 분류를 한다든지 스팸메일을 분류하는 것과 같은 확률모형이다. 어떤 단어들이 확률적으로 포함되어 있는지 조건부확률에 의해 동시적으로 출현하는 단어들의 구성을 통해서 확률적으로 스팸일 가능성이 높다라는 식으로 판단하는 식이다. 이러한 유형의 지도학습은 답을 만들어 놓고 학습을 시키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대규모 데이터를 만들기가 어렵다는 점도 있지만 사람들이 가지는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함께 존재한다.

'지도 학습'이라고 하는데 손이 많이 가니까 '자기 지도 학습'이라는 형태를 만들어 냈다. 쉽게 이야기하면, 데이터 세트에 정답을 포함하는 과정을 '레이블링'이라고 한다. 지도학습은 정확한 레이블링이 필요하다. 정답을 입력데이터에서 찾을 수 있다면 레이블링은 필요 없게 된다. 거대언어모델의 사전학습이 대부분 이 방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GPT계열의 모델을 학습시킬 때는 문장들로 구성된 데이터에서 앞쪽 단어를 제시하고 다음 단어를 추정하게 된다. 실제로 거대언어모델에서의 사전학습은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에 대해서 다음 단어(토큰)을 맞추는 방식을 적용한다. 이러한 '자기 지도 학습'은 대규모의 데이터에 대해서 사람이 일일이 레이블링을 하지 않아도 학습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가 얼마나 좋으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LLM 다음에 VLM이라고 볼 수 있다. LLM이 텍스트를 입력받아 텍스트를 출력하는 모델이라면 VLM은 이미지와 텍스트를 입력받아 텍스트로 출력하는 모델이다. VLM에서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통합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VLM은 이미 일반화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다음 단계는 VLA 모델이다. VLM기반으로 텍스트와 이미지를 사용해 다양한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행동'으로 변환하는 모델이다. 로봇을 예로 든다면 특정 작업을 수행하도록 프로그래밍하는 대신, AI모델로 작업에 대한 지식을 배우고 이를 실행할 수 있게 된다. 거대언어모델의 추론단계를 없애거나 최소화하고 관찰에서 행동으로 직접 변환하는 과정들이 연구되고 있다. 이는 모두 언어라는 범주를 넘어 물리적 세계에 직접 대입하는 AI로의 진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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