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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 최형태 | 국립산림과학원 | 산림으로 물을 관리하다

최종 수정일: 8월 2일

 

황희정 기자 2024-08-02

최형태는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를 졸업, 산림수문학(Forest Hydrology)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영국 포닥으로 있었다. 2007년 국립산림과학원에 재입사해 산림수자원연구실에서 근무했다. 2024년 7월부터 산림생태연구과장으로 있다.

 

산림수문학(山林水文學, forest hydrology)을 만나다


천성적으로 산이 좋았고 생물, 생태에 관한 관심이 있었다. 중고등학생 시절에 식물에 흥미가 많았다. 아버지가 속성수 같은 것을 키워서 산에 나무도 많이 심고 자원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을 하시곤 했다. 산림자원학과를 선택한 이유들이다. 그런데 대학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식물은 내 전공이 아닌 것 같았다. 수학적, 공학적 부분들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림자원학에 여러 분야가 있는데, 산림공학 중 사방공학이 있다. 공학적 측면으로 황폐지를 복원하고, 산사태를 예방하고, 임도를 만드는 엔지니어링적인 연구를 하는 분야다. 거기서 산림수문학(山林水文學, forest hydrology)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접하게 됐다.


산에서 나오는 물의 양과 질을 측정하다


대학원 1학년 때 일이다. 당시 지도교수님이 서울대학교 학술림에서 일제시대 시기에 만들어진 '연구용 댐'을 발굴했다. 계곡에서 흘러나가는 물의 양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만든 작은 댐 3개였다. 1991년 교수님이 땅에 묻혀 있던 것을 파내고 고쳐서 다시 정상 가동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굉장히 흥미로웠다. '콘크리트 웨어(weir)'라고 하는 장치인데 이것을 통해 산에서 물이 얼마나 나가는지 측정한다. 나오는 물의 양과 질은 숲에 어떤 나무가 심어져 있는지, 그 나무의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얼마나 빽빽하게 심어져 있는지, 천연림인지 인공림인지에 따라 다르다. 산림수문학 연구의 기본은 어떤 질의 물이 얼마나 많이 나갔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대학원생들이 직접 땅을 파고 댐을 고쳐가며 작업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물을 연구했다.


한국은 물 스트레스 국가


우리나라 물 조건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연간 강우량의 약 55% 정도가 6~8월인 여름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내린 비의 59%는 지상이나 지하로 흘러내리고, 41%는 대기로 증산된다. 우리가 물을 이용하는 수치는 366억 톤 정도된다. 이것을 1년 동안 수자원으로 이용한다. 이 중 2/3는 농업용수로, 1/3 정도는 생활용수로 사용한다. 공업용수는 상대적으로 적다. 여름에 강우량이 집중되니, 연간 변동성이 크다. 연중 골고루 물을 쓰기에 취약한 조건이다. 그래서 그동안 댐 같은 것을 많이 지어서 물을 보관해서 연중 나눠 쓰는 방식을 선택해 왔다. 연간 강우량은 세계 평균을 웃돌 만큼 충분한 양이지만, 인구 밀도가 높다 보니 1인당 사용하는 물 수요량에 비해 양이 적다.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되는 이유다. 특히 우리나라는 농업용수 비중이 매우 큰데, 대부분 하천에서 취수를 한다. 하천의 유량 상태에 따라 농업에 영향이 바로 간다.


기후변화로 2019년부터 매년 최고 기록을 갱신 중


가뭄의 빈도가 늘고 시기도 길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나타났는데, 지금은 지역적으로 나타난다. 기후변화가 심해져서 기압이나 기단의 움직임의 변동성이 커졌다. 어느 한쪽은 가뭄인데 반대쪽은 집중호우고 장마가 길어진다. 극한호우 현상이 두드러지고 국지성 호우가 자주 발생한다. 지구가 온난화되면 그만큼 대기 중의 온도가 높아지고 에너지도 높아지고 수증기량도 많아진다. 그러면 기단들의 움직임에 의해서 그것이 상당히 불규칙해지고 불확실해진다. 기단들마다 서로 힘이 강하다 보니 예전보다 강한 충돌이 발생한다. 2019년부터 최고 기록을 갱신하는데, 2019년에는 태풍이 7개로 가장 많았고, 2020년에는 장마가 54일로 최장 길이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서울에서 시간당 141mm의 강우로 최고를 기록했다. 2023년에는 문경, 예천에서 하루에 483mm가 내렸다. 1년에 내릴 양의 1/3이 다 내린 것이다.

평균 기온이 1도 정도 오르면 대기 중 수증기는 약 7%정도 평균적으로 증가한다. 대기 중 수증기가 그만큼 증가하면 더 많은 비가 내릴 수 있게 되고 이게 또 좁은 구역에 모이다 보니 훨씬 더 강도가 세지는 현상이 계속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 일어나면 지역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자주 일어나게 되고 불균형이 매우 커진다. 집중호우가 생겨도 연간 강수량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머지 날들의 가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집중호우가 생기면 이때의 강우량은 다 홍수로 인해 바다로 흘러가기 때문에 이걸 확보해서 수자원으로 이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진다. 돌발홍수가 일어나 토양도 물이 과포화 상태가 되어 산사태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가 더 힘들어진다.


우리나라 수자원 공급은 산림이 큰 부분을 차지해


우리나라는 산림이 전체 면적의 63%이고 모두 상류에 있다. 수자원을 공급하는 모든 강의 상류가 다 산림에 있다는 뜻이다. 특히 16개의 다목적 댐 집수 유역의 80%가 산림이다. 우리나라 수자원을 공급하는 데 가장 큰 부분을 숲이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 우리의 미션은 산림을 생태적으로 관리해서 물 공급을 원활히 하는 데 있다. 산에서 자연 생태계가 가진 생태계적 서비스를 증진함으로써 생태계가 물을 계속 공급하게 하는 것이 진짜 지속가능한 물 관리의 시작이다. 우리는 물에 직접 손대지는 않는다. 대신 숲을 관리해서 숲에서 공급되는 물의 양을 늘리고 물의 품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산림을 관리해 물의 양을 늘리고 물의 품질을 높이다


산림과학원은 1980년부터 지금까지 약 45년간 산에서 물을 계측하고 모니터링해 왔다. 전국에 산림을 계측하는 54개소가 있다. 이곳에서 모니터링하여 숲을 구성하는 나무 종류에 따라 어떤 곳이 물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지 조사한다. 낙엽활엽수림이 내리는 비의 64.5% 정도를 계곡으로 공급해서 하류 하천으로 보내준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여 있는 혼효림이 51%정도, 침엽수림은 44%정도다. 임상적으로 낙엽활엽수림이 물을 공급하는 양이 가장 많다. 또 천연림과 인공림을 비교하면 인공림보다 천연림이 물을 더 많이 공급한다. 천연림은 수십, 수백, 수천년 동안 생태계의 균형 체계가 만들어져서 인공림보다 물을 많이 내보낸다. 우리나라에서 천연림은 대부분 낙엽활엽수림이다. 인공림은 보통 나무를 빽빽하게 심는데, 나무도 물을 소비하기 때문에 나무의 밀도가 높아지면 물 소비량도 높아진다. 또 나무 밀도가 높으면 숲속이 그늘지는데, 땅속으로의 물 공급의 통로가 되는 아래의 하층 식생이나 초본들이 살기 어렵다. 이 부분은 숲 가꾸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물은 어느 한 가지 측면으로 해결할 수 없다


숲 가꾸기를 통해 30% 정도의 나무를 베어내면 빈틈이 생기고 햇빛이 땅에 들어간다. 그러면 밑의 하층 식생도 잘 자라고 초본도 잘 자란다. 이들이 물의 통로가 되어 토양층에서 물을 더 많이 함양할 구조가 된다. 물론 빈틈이 생긴 만큼 소나무들이나 잣나무들이 더 열심히 자라면 한 10년 후에 서로 닿는다. 그럴 때마다 다시 숲 가꾸기를 해주면 물의 유출량이 다시 늘어난다. 보통 기술적으로 20년에 한번 정도 진행하고 있다. 벌채에 대한 환경 피해를 우려하시는 분들도 많다. 30~40% 정도의 벌채는 괜찮다고 보면 된다. 다 자란 나무들은 자원으로 쓰고 새로운 나무를 심고 필요한 부분은 토사 유출 방지 처방을 하고 나면 보통 3년 후에는 수질이나 토사 유출에서 이전의 숲과 같이 회복된다. 틈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풀들이 자라게 되면 지면을 다 피복하고 지표에 있는 토사를 다 잡아줘서 안정시킨다. 물은 어느 한 가지 측면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 하류의 강에서 관리하는 부분도 있고, 댐에서 관리하는 부분도 있고, 우리처럼 상류에서 산림 관리를 통해 가급적 깨끗한 물이 충분히 많이 흘러나가게 관리하는 부분도 있다.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재난이나 재해도 어떻게 대응할지, 상당히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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