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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택ㅣ‘인폼드 시티즌(Informed Citizen)'을 위하여 

 

황희정 기자 2024-08-12

박수택은 언론사에서 33년을 지낸 저널리스트로 환경전문기자다. 1984년 아주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연합통신(지금의 연합뉴스)에 입사, 같은 해 MBC로 이직했다. 1991년부터 SBS에 국제부 기자로 들어가 도쿄 특파원으로 만 4년을 근무했다. 2000년 12월 SBS 노조위원장으로 당선됐다. 2003년 현장 기자를 자원했고, 2004년부터 환경전문기자로 활동했다. SBS 교양 프로그램 ‘물은 생명이다’의 진행을 맡았다. SBS 퇴직 후 환경 관련 칼럼니스트와 교육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현장기자로 남고 싶어


1984년 가을, 대학교 4학년 때 언론계를 지망해 연합통신에 입사했다. 취재력와 문장력을 단련하기에 좋은 곳이지만, 뉴스의 소비자인 대중과 직접 소통하고 싶어서 MBC에 입사했다. 7년 가까이 MBC에 근무하다가 1991년부터 SBS의 국제부 기자로 일했다. 도쿄 특파원으로 만 4년 근무했다. 이후 사회부 데스크, 취재 기자, 뉴스 앵커, 노조 위원장을 거쳤다. 2003년에 현장에서 뛰고 싶어 자원했다. 데스크를 맡을 사람들은 많은 반면, 현장 기자가 갈수록 모자란 상황이었다. 나이가 든 기자가 현장을 발로 뛰는 게 아름답게 보였고 제대로 해내고 싶었다.


환경전문기자가 되고자


환경 분야를 맡아 취재하겠다는 기자가 별로 없다. 우리는 경제, 돈, 성장, 발전, 개발을 얘기하면서 이에 바탕이 되는 자연과 환경은 잘 말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자연과 환경이 다 망가지고 있는데 이를 걱정하는 일이 눈에 별로 띄지 않았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보다 근원적인 취재를 하자’라는 생각으로 환경 취재에 뛰어들었다. 한국, 몽골, 일본 등의 국내외 수많은 현장을 다녔다. 현장에 문제도 있고 답도 다 있다. 일본에서 경제와 산업이 발전하면서 빚어졌던 환경 문제가 10~20년 뒤에 꼭 우리나라에도 발생했다. 일본의 경우를 잘 살펴보고 연구하면 우리 앞날에 벌어질 일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미나마타병이 1950년에 발병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 온산병이 나타났다. 똑같은 중금속 공해병이다. 그런 문제들로 우리 인간이 자연과 환경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게 됐다.


옳은 건 옳다 하고 그른 건 그르다고 말하자


균형을 맞춰야 한다. 경제, 돈, 발전, 성장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소외되고 뒤처지고 가려진 것들이 있다. 인권, 노동자들의 건강에 환경 오염, 훼손, 환경파괴. 이것도 함께 비추어야 공평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환경에 관심을 두게 됐다. 2004년 환경전문기자로 출발하면서 PD들이 찾아와 ‘물은 생명이다’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고 진행도 맡아 달라고 했다. SBS에서 광고 없이 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공익 프로그램이었다. 알고 있던 물, 환경 관련 정보나 지식을 제작진에게 전달하고 함께 현장에 나갔다. 뉴스거리가 될 만한 것들은 따로 취재했다. 2005년부터 3년간 4대강을 취재했다. 언론 기자의 본령은 옳은 건 옳다 하고 그른 건 그르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사의 본질은 상업적으로 주식회사다. 이익을 실현해야 하고 여러 규제를 받는다. 누구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은 사주나 경영자의 관점이고 나는 기자다. 당시 회사의 경영진이 나에게 눈치를 준 건 사실이다. 언론이 그러면 되겠느냐, 언론인의 사명을 지키겠다.’라고 했다. 2009년 연말 인사이동 때 좌천되어 논설위원실로 발령을 받았고, 환경전문기자 타이틀이 박탈됐다. 2016년 정년 퇴임을 1년 반 남겨두고 선임기자라는 타이틀이 주어졌다. 다시 현장으로 나가서 환경 분야와 사회 현상을 취재했고 2018년 2월 말에 퇴임했다.


환경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어


2017년부터 우리나라에 심각하게 제기된 환경 문제 중 하나가 미세먼지다. 미세먼지 문제를 취재했고, 퇴임 이후에도 계속 관심을 갖고 있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산다.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려는 시민 지역 모임이 있었다. 현직에 있을 때 취재한 적이 있어서 조언을 구해 왔다. 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불법 소각이다. 이 문제를 가지고 시민들이 시, 교육청 사람들, 공무원들과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 배석했다. 이 간담회를 주선한 분이 당시 고양 지역의 도의원이었다. 여기에 JTBC기자가 취재하러 들어왔다. 그때 도의원이 취재 기자에게 왜 허락도 받지 않고 취재를 하느냐고 벌컥 화를 냈다. 그러면서 나가려고 했다. 내가 나서서 '여기 학부모, 시민이 계신데 이 간담회를 무산시킬 권리가 있느냐, 그럴 이유가 없지 않느냐'라고 만류했다. 그런데도 기어코 공무원들을 몰고 나가버렸다. 그때 다들 크게 실망하고 분노했는데, 내가 다 면구했다.

당시는 2018년 지방선거가 있던 해였다. "올해 선거가 있는데, 나라도 시의회에 진출해서 이 문제를 제대로 다뤄볼까요?" 그러니까 엄마들이 제발 그렇게 해 달라고 박수를 치고 눈물을 흘렸다. 간담회가 무산되고 시민들의 울분을 보다 보니 그런 말을 하게 됐다. 심상정 의원이 설득해 왔고 그 끝에 정의당에 입당했다. 결과는 낙선이었지만 환경에 대한 내 생각을 내 돈 내고 실컷 떠들고 외쳐 봤다. 2020년 총선에도 출마 권유를 받았지만 여러 정황을 살펴보니, 내가 할 자리가 아니라 판단해서 사퇴했다.


다시 언론인으로


나는 언론인 출신이다. 권력도 정치도 모두 나의 감시의 대상이지, 내가 거기에 묻어 들어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할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유권자 시민으로 남고자 해서 탈당하고 미련 없이 끝냈다. 어느 정당이든 권력집단이든 다 우리 시민들의 감시 견제의 대상이라고 본다.

요즘은 고양 지역 신문에 칼럼 의원으로 돌아가며 글을 쓰고 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올리기도 한다. 또 해양수산부의 무인도서 조사사업을 하는 곳이 전남대학교 무인도서 연구센터인데 거기 연구위원으로 위촉을 받아, 해양수산부 공식 블로그의 이달의 무인도서 코너에 3년째 글을 쓰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연구원들, 센터장 교수와 함께 무인도 탐방을 하고 그 무인도의 역사, 사회, 문화, 생태를 대중에게 알린다. 은퇴한 환경 분야 기자들과 현직 기자들이 서로 의기투합해서 (가칭)기후환경언론포럼을 꾸리려고 준비 모임을 여러 차례 갖는 중이다. 언론계 내부에서 권력을 쥔 사람들은 기후나 생태환경 쪽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래서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현직 기자들은 외롭다. 서로 뜻을 모아 이 환경기후의제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아이디어도 공유해서 우리 자체 취재 보도 수준을 높이고, 대중에게 언론인으로 기여하고 봉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준비하고 있다.


여론의 주체는 시민이다


시화호는 사실 자연이 스스로 치유하고 있는 과정이다. 자연이 오랜 세월 동안 많은 고통을 겪으며 서서히 치유해 가는 있다. 이것을 우리가 깨달아야 한다. 시화호는 민물 호수가 아니라 바다다. 이곳을 원래의 바다로, 갯벌로 되돌렸으면 좋겠다. 그러면 아마 이 바다가 부활할 것이고 많은 축복을 이 지역에 내려줄 것 같다. 새만금도, 경기도 화성호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자연과 환경을 망가뜨린 주범은 바로 국가, 정부, 그때 그 정권을 맡았던 정치 권력들이다. 이제까지 바다를 막고, 새만금을 막고, 화성호를 막고,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놓고, 울릉도에 공항을 만드는 이런 만행을 저지른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지, 누가 이익을 봤고 누가 고통을 받고 있는지 보면 답이 나온다. 그런데 아직까지 많은 시민들이 여기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시화호는 의식 있는 많은 시민들이 뭉쳐서 투쟁해 준 덕분에 이만큼 오게 된 것이다. 환경 분야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여론의 주체는 대중 시민이다. 근데 아무것도 모르고 판단도 하지 않고 누가 제시하는 대로 따르기만 하면 그건 우민, 우중이 되는 거다. 그러니 정보를 충분히 받아들여서 스스로 판단하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 ‘인폼드 시티즌(Informed Citizen·정보화된 시민, 충분한 정보를 취득한 시민)’이라고 한다. 여기서 힘이 나온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책임이 있고 주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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