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전재경
시화호는 바다인가 땅인가?
시화호를 바라보면 희망과 우울함이 동시에 보인다. 시화호는 해수유통으로 살아났는가? 조력발전소와 갈대습지공원 등이 눈에 띈다. 지금 시화호는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가? 보다 근원적으로 시화호는 바다인가, 땅인가? 희망과 우울함의 교차는 적절한 비유이다. 하늘에서 보는 검은색 호수는 비관스러웠다. 해수유통으로 호수면의 색깔이 바뀌면서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시화호 주변의 첨단복합단지(MTV)와 호텔 그리고 캠핑장 등이 들어서는 현상을 보면 시화호는 확실히 발전하고 있다. 조력발전소를 견학하는 사람들도 같은 느낌을 가질 것이다. 갈대습지공원에서는 소생태계를 체험할 수도 있다. 간척으로 생겨난 수백만평의 공룡알화석지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화호는 온전히 살아난 것이 아니다. 수면의 물이 소통된다고 하여 수중 생태계가 복원된 것은 아니다. 과거 관로를 통하여 호수 가운데로 배출된 폐수의 잔해들이 여전히 바닥에 침전되어 있다. 시화호는 공유수면을 간척하고 방조제를 쌓았기 때문에 육상(내수면)으로 변했다. 해수가 유통된다고 하여 바다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법인류학적 관점으로 보면 그렇다.
시화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가?
고구려 유민들의 디아스포라처럼 시화인 디아스포라가 떠오른다. 간척 이후 시화호 사람들은 어디에 가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 시화호에서 물고기를 잡는 일이 가끔 문제되었는데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시화호 간척으로 삶의 터전을 떠난 어민들은 도시유목민(노마드)으로 바뀌었다. 간척은 주민들의 주거와 직업을 바꾼다. 지금도 가끔 만나는 시화호 사람들은 간척지 농업에 종사하지 아니하고 주변 도시로 이주했다. 자영업[상공업]에 종사하거나 근로자로 취업했다. 도시 정착에 성공하지 못한 일부 사람들은 예전에 살던 마을로 돌아와 자기들의 주거에서 살기도 했지만 불법이어서 정착할 수 없었다. 문화인류학적 관점으로 보면 시화 디아스포라인 셈이다. 간척으로 어업권이 소멸되어 한때 일부 사람들은 ‘불법’ 굴레를 쓰고 물고기를 잡거나 수산물을 채취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한정 어업면허를 요구하기도 했으나 선박과 계류시설 등이 필요하므로 성사되기 어려웠다. 주변의 간척지를 농경지로 쓰자는 요구도 있었다. 역시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시화호 역사가 주는 시사점은?
시화호 개발을 정책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라는 진단이다. 결과를 두고 과정을 살펴본다면, 시화호는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긍정적인 면도 있지 아니한가? 시화호 개발은 덧칠(개칠)의 역사이다. 조선 시대와 일제강점기에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중소 규모로 갯벌 등 습지를 간척하여 농지로 전용했다. 이때에는 수질 문제가 없었다. 외려 외부에서 농업용수를 끌어오는 일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간척지를 모두 매립하지 아니하고 일부를 호수로 조성하면서 수질과 생태계 문제가 불거졌다. 대규모 간척지를 인위적으로 관리하여 성공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시화호는 ‘정부실패’(failure of government)의 길을 걸었다. 정부[공공기관]는 시화호와 그 일원에서 공업용지·주거용지를 개발하고 물관리 시설을 설치·운영하는 많은 사업기회와 예산을 확보했지만 잘못된 정책을 만회하려니 패착도 범했다. 새로운 호수변에 기수 생태계가 조성되고 조력발전으로 재생에너지가 생산된다는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아니하지만, 시화호에서 새만금호와 화성호의 내일을 본다. 새만금의 경우 당국과 연구기관들이 전면 수정계획을 세워 많은 사업기회를 누리겠지만 결국에는 시화호의 경로를 답습할 것이다.
시화호는 어디로 갈 것인가?
시화호의 오늘을 보면서 내일을 진단하고 싶다. 시화호를 UN이 말하는 2030 공동목표에 따라 지속가능한 발전의 거점으로 만들려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어떤 희망들이 있는가? 생태학의 발달로 연안습지 내지 갯벌을 그대로 보전·이용함이 간척보다 훨씬 생태적이며 경제적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강의 댐을 허물 듯이, 간척지의 둑을 허물고 바닷물을 들여 바다로 되돌리는 ‘역간척’ 내지 갯벌복원이 시작되었다. 울돌목[명량] 해역에서도 과거 일제강점기 법령으로 1960년대에 간척되었던 혈도 간척지에 대한 역간척 목소리가 높다. 시화호도 절반의 성공에 머물지 말고 온전한 역간척으로 나아가야 한다. 조력발전시설 수명이 종료되는 시점에 맞추어 “자연과 사람을 본다”는 안목에서 방조제를 허물고 바다로 되돌리는 역사를 감행해야 한다. 그러면 연안어업이 살아나고 도시를 전전하는 주민들이나 그 후예들이 돌아올 수 있겠다. 지금과 같은 도시자연관광을 넘어 생태문화관광으로 발전하여야 한다. 조력발전만 빼고 기존의 첨단복합단지는 역간척으로 외려 발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시화호를 어떻게 디자인 할 것인가?
우리의 전망처럼 된다면, 시화호를 둘러싼 희망이 커지겠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모두의 이상인데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당국이나 지역사회가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어떤 일부터 착수해야 하는가? 여전히 정부 실패를 되풀이할 우려는 없는가? 생태경제학적으로 호수라는 국지적인 점(點)과 면(面)을 보지 말고 자연과 생태계라는 공간을 보면 좋겠다. 우선 UN통계위원회와 생물다양성협약(CBD)이 공표한 ‘자연자본계정’(2021)에 따라 시화호 권역 전체에 대하여 생태계서비스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개발사업들에 대하여서는 예비타당성조사 내지 투입산출분석을 통하여 “얼마를 투자하면 얼마를 번다”는 셈을 내놓지만, 자연자본을 어떻게 활용하면 어느 정도 편익이 생기는가에는 무관심했다. 하지만 이제 생태학과 경제학의 발달로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몰랐을 때는 가만히 있었지만 계속 가만히 있으면 현재 세대들이 미래 세대들의 몫을, 본의 아니게, 가로채게 된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비용편익분석이 가능하다. 물론 정부 실패를 반복하지 아니하려면, 정부 혼자 또는 전문가 용역만으로 일을 끌고 가지 말고, 유엔환경계획(UNEP)이나 세계자연보전연맹(IUCN)등이 제시하는 협치(거버넌스) 방법론에 기반하여 시화 연안의 청사진을 마련해야 하겠다.
ความคิดเห็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