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준이 교수 | 기후과학자의 경고
- planetdami
- 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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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3월 21일
이준이 부산대학교 교수는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핵심 저자로 참여해 기후변화 평가를 주도했다. 그는 과학기술이 기후위기 대응에 필수적이지만, 사회의 형평성과 공정성 문제 해결 없이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시급하며, 2030년까지 10년이 기후위기 대응의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025-03-12 이담인 기자
IPCC 제6차 평가주기 동안 한국인 최초의 핵심저자로 선정

이준이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기과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NASA 가다드 항공우주센터에서 박사후 연구원, 하와이대학교 국제태평양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한 후 2015년부터 부산대학교 기후과학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2017년부터 부산대학교에서 유치한 IBS 기후물리연구단의 ‘기후시스템 예측성’ 프로젝트 리더로 활동 중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6차 평가주기 동안 한국인 최초로 핵심저자로 선정되었다. IPCC 제1실무그룹(WG1) 보고서의 총괄 주저자로서 미래 기후변화 평가를 주도하였으며, 기술요약본 및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SPM)'의 저자로도 참여했다. 2023년 3월 발표된 제6차 종합보고서에서도 미래 기후변화 평가 부분에 주로 기여하였으며, 특히 SPM에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소개하는 박스와 B1 섹션 집필 및 Figure SPM.2 작성을 주도했다. 이준이 교수가 작성을 주도한 '1850년~1900년 대비 전 지구온난화 수준' 그래프를 보면 지구온난화가 심화될 때마다 평균 기후와 극한 기후의 지역적 변화가 더 광범위해지고 보다 확연해진다.

기후 행동이 미비한 것은 해결책을 몰라서가 아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기후과학은 크게 발전했으며, 수많은 과학적 근거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현재에 이르렀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게 되었다.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는 자연적 변동폭을 크게 초과했으며, 자연적 변화 속도보다 10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IPCC 1차 평가보고서부터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완화하고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명확히 제시되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증진된 것과는 별개로,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매우 미비한 상황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기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기후 연구자들의 고뇌가 지속되고 있다. IPCC 6차 평가보고서는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적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존재함을 제시한다. 우리의 기후 행동이 미비한 것은 해결책을 몰라서가 아니라, 기후위기가 사회의 형평성 및 공정성 부재와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 사회의 경제적·제도적 요인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사회·경제·문화 시스템 전반에 걸친 공정한 전환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는 매우 견고해
아직도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의 연구 타당성과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IPCC 6차 평가보고서가 보여주듯이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는 매우 견고하다. 현재 기후변화 연구와 관련한 논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과학적 방법론의 일환으로 연구 결과에 대해 정당하게 이루어지는 과학적 도전으로, 이는 선의에서 비롯되며 우리의 지식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반면 다른 하나는 정치적, 종교적, 혹은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과학자와 과학 자체를 공격하는 악의적인 행위이다. 안타깝게도 이 두 가지 논쟁을 동일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 사회는 이 두 가지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IPCC가 경고하는 ‘마지막 10년’의 기회
기후위기 극복이 우리 사회의 우선순위가 되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은 요원할 것이다. 기후위기 극복은 사회·경제 시스템의 대전환을 요구하지만, 기존 시스템의 관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도전이기도 하다. 모든 부문에서 공정한 전환이 필요하며 정부, 의회, 민간, 학계 등이 총체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IPCC 보고서는 우리가 아직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려 있으며, 2030년까지 남은 10년이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노력, 이미 진행된 기후변화의 위험을 경감하는 노력, 생물 다양성을 증진하고 생태계 훼손을 줄이기 위한 노력, UN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총체적으로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다행히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들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비용도 크게 저렴해지고 있다. 에너지 저장 장치의 효율과 용량 역시 크게 향상되고 있다.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은 기후위기 대응에 매우 중요한 도구지만 기술만으로는 안 돼
과학기술은 기후위기 대응에 매우 중요한 도구이며, 앞으로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을 통해 많은 부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기술만으로는 우리 사회 문제와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기후위기는 결국 우리 사회의 형평성 및 공정성 부재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1인당 탄소 배출량이 약 13톤으로, 전 세계 평균의 2배에 달한다. 그런데 상위 10% 인구는 연간 40톤 이상을 배출하는 반면, 국민의 절반 이상은 연간 약 3톤 정도만 배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탄소 배출을 적게 하는 계층이 오히려 기후위기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로, 과거 탄소 배출 책임이 적은 저개발 국가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를 더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다. 사회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증진하는 노력 없이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더라도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손실과 손해 기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국가 내에서 탄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탄소의 사회적 비용에 대한 공정한 분배가 필요하다. '적합한 탄소세 부과'가 탄소 불평등 해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주장은 1970년대부터 제기되어 왔다. 일부 국가에서는 탄소세를 시행하고 있으며, EU를 중심으로 탄소국경세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탄소세 실행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역시 탄소 불평등 해소를 위한 중요한 과제이지만,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정책적 실패들이 효율적이고 공정한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
IPCC 6차 평가보고서 총괄주저자로 참여하기까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1988년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에 의해 발족되었으며, 1990년 1차 평가보고서 발간 이후 주기적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평가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2023년에 6차 평가보고서 주기가 완료되었고, 현재는 7차 평가보고서 주기에 돌입했다.
IPCC는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평가하는 제1실무그룹, 기후변화 위험·취약성 및 적응을 평가하는 제2실무그룹, 기후변화 완화를 평가하는 제3실무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평가 주기마다 실무그룹별 보고서와 종합보고서를 발간하며, 보고서 저자는 전 세계 전문가들 중에서 선정된다. 6차 평가보고서의 제1실무그룹 보고서에는 전 세계에서 약 260여 명이 저자로 참여했다. 필자는 매우 운이 좋게도 제1실무그룹 보고서 총괄 주저자로 선정되었고, 이후 종합보고서 핵심 저자로도 선정되어 6차 평가보고서 작성에 기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 선정은 국가 및 관련 NGO 등의 추천을 거쳐, IPCC 의장단이 전문 영역, 연구의 우수성, 국가 및 대륙, 성별, 나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진다.
기자수첩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공동으로 1988년 설립한 국제 기구로,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평가를 제공하고 정책 입안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직접 연구를 수행하는 기구는 아니지만, 전 세계의 수천 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하여 기후변화에 관한 최신 과학적 연구를 종합하고 평가하는 보고서를 발간한다. 1990년 1차 평가보고서 발간 이후 2023년까지 총 6개의 평가보고서가 발행되었다.
IPCC 보고서는 단순한 학술 보고서가 아니라 전 세계 기후 정책 수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서다. 전 세계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과학적 근거로 작동한다.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가 IPCC의 과학적 평가를 바탕으로 채택된 최초의 국제 기후 협약이다.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 역시 IPCC 제5차 평가보고서(AR5)를 바탕으로 지구온난화 2℃ 이하(가능하면 1.5℃ 이하) 상승 저지 목표를 설정했다.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 설정, 기후 적응 전략,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기업 및 금융 시장의 투자 전략 등에도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한국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목표를 명시했다. 탄소중립(Net Zero)을 달성하지 않으면 1.5℃ 온도 상승 제한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는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의 핵심 내용에 기반한 조치이다.
IPCC 평가보고서 한글 번역본은 기상청 기후정보포털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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