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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호 신부ㅣ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ㅣ자연은 또 하나의 약자다

 

황희정 기자 2024-07-11

임현호 신부는 신학대학교에서 실천신학 중 사회사목을 전공했다. 지금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소속의 환경사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자연은 또 하나의 약자다


전공은 실천신학 중 사회사목이어서 가장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교회가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를 공부한다. '자연' 역시 같은 의미로 바라본다. 인간이 자연을 착취하며 계속 사용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수많은 피조물들이 죽어 나간다. 자연은 또 하나의 약자다. 한편으로는 자연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로 가장 먼저, 가장 많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가장 약한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로 환경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됐다. 가톨릭에는 회칙이 있다. 회칙은 교황님께서 말씀하시는 가르침을 의미한다. 성경을 제외하고 천주교 신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장 믿고 따라야 하는 가장 강력한 가르침이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찬미받으소서’라는 생태회칙이 나왔다.


하느님께서 만드신 세상을 아프게 했다는 회개가 바탕

 

환경 문제에 대해 천주교의 접근법은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생태환경운동이 지구를 살려야 한다, 후손들을 위해야 한다는 취지라면, 천주교에서는 그것뿐만 아니라 나의 작은 편의를 위해 하느님께서 만드신 세상을 아프게 했다는 회개가 바탕이 된다. 예를 들어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일도 그냥 환경을 생각해서 들고 다니는 게 아니라 나의 이런 활동을 통해 조금 더 하느님께 나를 봉헌하고 불편함을 감수하고자 한다. 하느님께서 만드신 다른 피조물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의미도 크다. 교회에서 바라보는 생태는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이 자연대로 흘러갈 수 있게, 신앙적으로 보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그 상태 그대로 서로 조화롭게 흘러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말씀의 의미를 바로잡고 생태적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

 

성경의 창세기 1장 28절에 이런 내용이 있다.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 이 말씀이 서구 문화를 만들었다. 자연 전체를 우리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명분을 만들어 줬던 말씀이다. 그런데 여기서 '지배하라'는 말씀의 원래 의미는 마음대로 사용하고 죽이라는 것이 아니다. '돌보고 보존하라'는 말씀이다. 교회의 역할은 이 의미를 바로잡고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통해 생태적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에 있다. 그렇게 해야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다.


지구의 부르짖음에 응답


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에서 하는 일은 크게 교회 안에서 하는 활동과 교회 밖에서 하는 활동으로 나눌 수 있다. 기본적으로 교회 안에서는 교육활동이 있다. ‘찬미받으소서’ 회칙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교육한다. 천주교에서는 2021년 5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선포했다. ‘찬미받으소서’ 정신에 따라 지속가능한 세상으로 나아갈 것을 약속하고,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고 기후 위기를 행동으로 막아보자는 제안이다. 여기에 7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지구의 부르짖음에 응답,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에 응답, 생태경제학, 검소한 생활양식 채택, 생태교육, 생태영성, 지역적·국가적·국제적 차원에서 피조물 보호를 위한 공동체의 능동적 참여가 이에 해당한다.

 

교회 안에서의 활동,  ‘하늘·땅·물·벗’


회칙 교육과 더불어 본당마다 사도직 단체를 설립하고 있다. 활동단체라고 보면 된다. 성당마다 자체적으로 기도하고 같이 환경활동을 할 수 있는 ‘하늘·땅·물·벗’이라는 이름의 모임을 조직하고 있다. 지금은 서울대교구, 인천교구, 제주교구에만 있지만 전국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대전교구에는 '하늘·땅·물·벗'이 아직 없고 불휘협동조합이라는 태양광협동조합단체가 있다. 대전교구에서 2020년 9월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성당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있다. 신자분들과 신부님들의 출자금으로 진행하고 있다. 2030년까지 대전교구 150개 본당의 전기를 태양광 에너지로 100%로 바꾸겠다는 목표가 있다. 교회 안에서 유아생태교육도 하고 있다. 선생님이나 수녀님들이 먼저 생태교육을 받으신 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회 밖에서의 활동, 길거리 미사


 교회 밖에서는 가톨릭기후행동, 창조보전연대 등과 같은 단체들과 함께 연대활동을 한다. 삼척 탈석탄 미사, 가덕도 신공앙 반대 운동, 핵발전소 수명연장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 삼척의 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막기 위해 매주 수요일마다 삼척 우체국 앞 길거리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다음날은 석탄화력발전으로 인해 파괴되고 있는 맹방해변에서 미사를 드린다. 해변가에 모래가 쓸려 내려간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참 아프다.


하느님이 만드신 피조물을 사랑하기 위한 일

 

환경 활동을 하다 보면 회의가 많이 든다. 무슨 의미가 있고, 이렇게 해서 세상이 바뀔까 그런 생각이 찾아온다. 그래도 힘을 내고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은 신앙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남들이 보기에는 별것 아니지만 모이면 큰 변화가 되고, 신에게는 봉원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신앙의 실천으로 우리가 믿는 하느님께서 세상을 변화시켜 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희망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좀 더 힘을 내게 된다. 가톨릭의 가장 큰 가르침의 첫째는 ‘하느님을 사랑하라’고, 둘째는 ‘이웃을 사랑하라’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도 이 두 가르침과 같이 간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 하느님이 만드신 인간이 아닌 피조물 역시 사랑하기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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